9월 15일부터 전면파업에 돌입한 화물연대 SPC 노동자들이 투쟁을 지속하고 있다.

9월 23일에는 화물연대본부가 SPC삼립 세종 공장(밀다원, 밀가루 제조공장)과 청주 공장 앞에서 확대간부 결의대회를 열었다. 파업 중인 SPC 노동자들은 이곳에서 농성을 이어가며 제품 수송 차량의 운행을 저지하는 투쟁을 하고 있다. 배차가 지연되는 효과를 내고 있다.

정부는 경찰 병력을 대규모 배치해 결의대회를 가로 막았다. 세종시는 방역을 핑계 대며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날 경찰은 SPC삼립 세종 공장으로 연결된 진입로를 모두 통제하고 검문했다. 심지어 좁은 농로에도 병력이 배치됐다. 집회 물품 반입이 막혔고 적잖은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집회 장소로 들어오지 못하고 장시간 대기하며 돌아가기도 했다.

경찰이 SPC 화물 노동자들이 파업농성 중인 SPC 사의 ‘밀다원’ 밀가루 제분공장 진입로 곳곳을 원천 봉쇄하고 있다. 이로 인해 ‘밀다원’ 공장 앞에서 열리는 ‘화물연대본부 확대간부 결의대회’에 많은 화물연대 노동자들이 참가하지 못 했다 ⓒ조승진

정부와 경찰은 화물 노동자들이 규모 있게 집회를 하고 기세 좋게 제품 운송을 저지하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 구속, 택배노조 비난 공세 등처럼 노동자 투쟁을 위축시키려는 탄압의 일부이기도 하다.

노동자들은 집회를 막아 서는 경찰에 크게 분노했다. “방역이 문제라고 하는데, 작업장, 지하철, 백화점, 대형마트는 그냥 둡니다. 안전수칙 지키면서 하는 노동자 집회에만 왜 재갈을 물리는 겁니까?”

이날 아침에도 경찰은 대체수송 차량을 저지하는 조합원들을 폭력적으로 밀어냈다. 노동자들에 따르면, 새벽 6시경에 경찰 버스 17대가 SPC삼립 세종공장 앞을 에워쌌다. 경찰 병력이 노동자들을 둘러싸 코너로 몰아넣고는 순식간에 밀가루를 가득 실은 차량들을 내보냈다.

광주 SPC투쟁 22일차, SPC 전면 파업 9일차인 이날까지 노동자 47명이 연행되고, 수십 명이 부상을 입었다(기사를 작성하는 9월 24일에도 낮까지 25명이 연행됐다). 대체수송 저지 투쟁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조합원 1명이 구속되기도 했다.

경찰의 방해 속에도 9월 23일 오후 SPC 화물 노동자들이 파업농성 중인 세종시 SPC 사의 ‘밀다원’ 밀가루 제분공장 앞에서 ‘화물연대본부 확대간부 결의대회’가 열리고 있다 ⓒ조승진

휴지 쪼가리

경찰 탄압으로 집회는 예정보다 두 시간가량 늦게 시작됐다. 노조는 대열을 세종 공장과 청주 공장으로 분산해 각각 수백 명이 참여하는 집회를 진행했다.

화물연대본부 이봉주 위원장은 “SPC그룹이 보수 언론을 활용해 부정적 뉴스를 양산하고 있지만 SPC의 4차례에 걸친 합의안 파기가 투쟁의 본질”이라고 규탄했다.

화물연대 서울경기지역본부 SPC지부 정호화 부지부장은 말했다.

“2년 전 노조를 만들고 그나마 사람처럼 살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습니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 두 차례 교섭을 거치는 과정에서 사측의 (민주노조) 와해 공작이 시작됐습니다. (사측은) 합의를 도출해 놓고는 정작 실행에 옮기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광주를 시작으로 전국 파업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화섬연맹 파리바게뜨지회 임종린 지회장은 파리바게뜨에서도 같은 일이 반복됐다고 폭로했다.

“SPC에게 합의서는 화장실 휴지보다 못한 종이 쪼가리입니다. 2019년 양재 본사 앞에서 전국 화섬 노동자 결의대회를 한다고 하자, 회사는 급하게 노조를 찾아와 합의를 했습니다. 그래서 투쟁을 종료했는데 회사는 약속을 또 지키지 않았습니다. 회사 상무는 뻔뻔하게 말했습니다. 그때는 결의대회가 잡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합의를 한 것이고,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고 말입니다.”

집회에서 만난 노동자들은 이번 파업을 “불법”, “폭력”으로 매도하는 우파 언론에 대한 반감을 크게 드러냈다. 이날 집회장을 찾은 주류 언론사들을 가리키며 “저들이 우리 투쟁을 제대로 보도나 해 줄까요?” 하고 말하는 노동자들이 많았다.

9월 23일 오후 밀다원 공장앞에서 파업 농성인 SPC 성남·평택, 원주, 충남·충북 지역 화물 노동자들이 파업투쟁을 지지하는 리플릿을 보고 있다. 화물연대본부 SPC 지회 화물 노동자들은 9월 15일 부터 9일 째 전국 파업을 벌이고 있다 ⓒ조승진

반면, 〈노동자 연대〉가 발행한 투쟁 지지 기사를 리플릿으로 제작해 건네자, 노동자들은 고맙다”, “수고한다”며 호응했다.

노동자들은 사측의 회유·협박이 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사측이 노동자들에게, 심지어 가족들에게까지 연락을 하고 문자를 보내 겁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합원들이 받은 사측 관리자의 파업 복귀 종용 메시지. 사측은 노조 탈퇴와 배송 거부 금지를 확약하라는 “항복 문서”를 요구하고 있다 ⓒ안우춘

“사측 관리자들이 파업을 멈추고 복귀하면 손해배상 청구에서 면해주겠다고 연락을 해 왔습니다. 대신 확약서를 쓰라고 합니다. 화물연대를 탈퇴하고, 앞으로 배송 거부 등 저항하지 말라는 거예요. 다시 배송을 거부하면 그동안의 손해액을 포함해 다 물리겠다면서요.”

“확약서는 노예 문서와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싸우는 것은 노동자의 자존심을 지키려는 것인데 다시 옛날처럼 노예 생활로 돌아가라는 얘기입니다. 절대 그럴 수는 없습니다.”

정호화 부지부장은 연단에서 연대를 호소했다. “우리 SPC 조합원들은 온 힘을 다해 싸우겠습니다. 전국의 (화물연대) 동지 여러분, 우리 투쟁에 동참해 주시길 부탁합니다.”

노동자들은 말했다. “오늘 아침에 경찰이 병력을 밀고 들어오니까 순식간에 우리가 밀렸어요. 사측이 강경하게 나오고 있는데, 우리 쪽 대열이 더 많아야 대체수송을 제대로 막을 수 있습니다.”

화물연대는 이날 확대간부 결의대회에서 함께 싸우겠다고 결의했다. 그런 만큼 연대가 더 확대돼야 한다.

‘화물연대본부 확대간부 결의대회’에 참가한 화물 노동자가 힘차게 구호를 외치고 있다 ⓒ조승진
경찰의 방해 속에도 9월 23일 오후 SPC 화물 노동자들이 파업농성 중인 세종시 SPC 사의 ‘밀다원’ 밀가루 제분공장 앞에서 ‘화물연대본부 확대간부 결의대회’가 열리고 있다 ⓒ조승진
경찰의 방해 속에도 9월 23일 오후 SPC 화물 노동자들이 파업농성 중인 세종시 SPC 사의 ‘밀다원’ 밀가루 제분공장 앞에서 ‘화물연대본부 확대간부 결의대회’가 열리고 있다 ⓒ조승진
‘화물연대본부 확대간부 결의대회’에 참가한 화물 노동자가 힘차게 구호를 외치고 있다 ⓒ조승진
SPC 사의 ‘밀다원’ 밀가루 제분공장 주변으로 파업에 참가한 SPC 화물 노동자들의 화물차들이 주차되어 있다 ⓒ조승진
밀다원 공장앞에서 파업 농성인 SPC 성남·평택, 원주, 충남·충북 지역 화물 노동자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조승진
파업을 벌이고 있는 SPC 성남·평택, 원주, 충남·충북 지역 화물 노동자들이 ‘밀다원’ 공장앞에서 노숙농성을 하고 있다 ⓒ조승진
파업을 벌이고 있는 SPC 성남·평택, 원주, 충남·충북 지역 화물 노동자들이 ‘밀다원’ 공장앞에서 노숙농성을 하고 있다 ⓒ조승진
밀다원 공장앞에서 파업 농성중인 SPC 성남·평택, 원주, 충남·충북 지역 화물 노동자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조승진
결의대회에 참가하러 온 화물연대 노동자가 모자에 붉은 투쟁 띠를 묶고 있다 ⓒ조승진
직원에게 희망을? 노조와 약속한 노동조건 개선 합의를 번복하고 40명의 화물 노동자 해고와 함께 손해배상을 물리는 SPC 기업 ⓒ조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