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다그룹의 역사는 중국 경제의 축소판 같다. 헝다그룹의 성장 과정이 중국 경제의 발전 모델과 흡사하기 때문이다.

또 헝다그룹의 부도 위기는 시진핑 체제가 직면한 딜레마가 만만치 않음을 보여 준다.

헝다그룹은 쉬자인(許家印) 회장이 1997년에 설립한 부동산 개발회사다. 헝다그룹은 지방 중소도시에서 대출로 땅을 사들여 아파트를 공급하며 중국 2위의 부동산 개발회사로 성장했다. 헝다그룹은 전기차, 놀이동산 같은 레저, 식음료, 보험사 등으로도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했다.

시장 개방, 기업 규제 완화, 지방정부의 후원과 유착, 국유은행들의 대출 등 덕분에 헝다그룹은 급성장할 수 있었다. 시장 개방 과정에서 중국 경제의 부동산 의존도가 높아졌는데, 부동산 부문이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95년 5퍼센트에서 오늘날 13퍼센트로 증가했다.

특히 헝다의 사업 모델은 폰지 사기와 비슷하다. 먼저 지방정부의 후원으로 택지를 개발하고 아파트를 건설하기도 전에 고객한테 아파트 대금을 받는다.

그래도 모자라는 자금은 자산관리상품(WMP)을 통해 조달한다. 자산관리상품은 연 7~15퍼센트의 높은 수익을 제공하는 채권으로 은행 대출이 힘든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많이 활용하는 금융 상품이다.

이렇게 해서 아파트를 건설해 분양을 완료하면 문제가 없다. 그러나 미분양이 늘어나면 자금 경색에 직면하거나 손실을 입는다.

2012년에 헝다그룹이 완공한 아파트 중 80퍼센트가 분양됐지만, 지금은 아파트 가격을 15퍼센트나 깎아 줘도 40퍼센트가 미분양 상태에 있다. 자금 경색에 직면한 헝다그룹은 최근에 아파트 할인율을 30퍼센트로 높였다. 헝다그룹은 234개 도시에서 800여 개의 주택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120만 명이 완공을 기다리고 있다.

2008년 미국발 경제 위기 이후 중국 정부는 국유은행을 통해 시장에 ‘묻지마 대출’을 제공했고, 지방정부는 민간업자와 손잡고 부동산 개발을 촉진했다.

시진핑 정부는 2014년부터 인구 20만 명 이하의 중소도시 개발 계획을 추진했는데, 그 핵심 내용은 정부가 민간 개발업자들에게 중소도시 인프라 확대 사업을 하도록 하면서 이윤을 보장해 주는 것이었다. 미·중 무역갈등이 시작되면서 수출이 주춤거리자 내수 확대를 통한 성장 전략(이른바 쌍순환 전략)을 추진하기도 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가 무한정 좋을 수만은 없다. 최근 중국에서 건설되는 아파트 중 3분의 1이 빈집이다. 이런 사정 때문에 부동산 개발업자들의 현금 흐름이 원활하지 못하고 채산성이 낮아졌다.

그리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집값은 중국의 엄청난 빈부 격차를 나타내는 하나의 상징이었다. 더욱이 고공행진 하는 집값은 내수 확대에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헝다그룹 부채구조 및 추이(위) / 이미 2018년 하반기부터 중국 부동산 기업들의 자금 흐름이 압박을 받고 있다 (아래) [확대]

검은 백조

2019년 1월 시진핑은 중앙당교 세미나에서 거대한 충격을 주는 사건을 의미하는 ‘블랙 스완’(검은 백조)과 예상할 수 있지만 간과하기 쉬운 위험인 ‘회색 코뿔소’를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년 초 동계올림픽을 성공리에 치르고 같은 해 말에 열리는 당대회에서 중앙당 총서기직을 5년 또는 10년 연임하는 것을 기획하고 있는 시진핑 자신이 블랙 스완과 회색 코뿔소를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를 극복할 방안으로 내수 위주의 쌍순환을 제시했고, 빈부 격차에서 오는 대중적 박탈감을 달래려고 ‘공동부유’를 내세웠다. 공동부유라는 주장에는 미·중 무역전쟁 상황에서 민간기업들을 국가가 통제하려는 의도도 포함돼 있다. 또 코로나19로 인해 잠시 유예됐던 국가 부채를 축소하는 시도가 재개됐다.

국가 전체 부채의 28퍼센트를 차지한 부동산 부문이 시진핑으로선 예의주시해야 할 대상이었을 것이다. 지난해 8월 중국 정부는 ‘3대 레드라인 정책’이라 불리는 부채 비율 관리 규제를 실시했다. 이는 집값을 낮추고 부동산 시장의 부실을 규제하기 위해 부동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기 위함이었다.

이 정책은 부채와 관련한 세 가지 조건1을 모두 만족해야 신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했는데, 헝다는 하나도 충족하지 못해 불량(레드) 기업으로 분류되면서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더욱이 지난 1월 인민은행이 부동산 대출 총량 규제를 발표해 그룹별 대출 제한에 나서면서 헝다그룹의 어려움이 가중됐다.

자금 경색 우려가 커지자 국제 신용평가사 S&P는 7월 이후 두 달간 헝다그룹의 신용등급을 6등급 하향 조정해 정크본드 수준으로 강등시켰다.

그럼에도 대마불사 논리 때문에 중국 2위의 부동산업체가 망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었다.

하지만 중국 공산당 기관지 중 하나인 〈환구시보〉의 편집장이 헝다그룹은 구제 대상이 아니라고 밝히면서 실제 파산 위험이 제기되며 국제 금융계를 뒤흔들었다.

헝다그룹은 시진핑 정부로서는 감당하기 쉽지 않은 ‘검은 백조’다. 헝다그룹의 부채는 현재 1조 9800억 위안(360조 원)으로 중국 기업 중 가장 많고, 올해 갚아야 할 이자 비용만 7억 달러(8200억 원)에 이른다.

헝다그룹이 올해 말까지 갚아야 할 이자를 감당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중국 정부의 구제 조처가 없다면 헝다그룹의 파산은 기정사실이라 할 수 있다.

제2의 리만 브라더스?

헝다그룹이 중국 경제 전체와 나아가 세계경제를 위기에 빠뜨릴 촉매제가 될까? 헝다그룹이 제2의 리만 브라더스가 될 것인가 하는 물음은 그리 황당한 질문이 아니다.

헝다그룹 외에 완커, 완다 등 다른 부동산 개발업자들도 헝다그룹과 비슷한 상황이다. 따라서 헝다그룹 파산이 자칫 다른 부동산 업체로 확산될 수 있고 더 나아가 중국 경제 전체를 위기로 내몰 수 있다.

물론 2008년 경제 위기와 현재 헝다그룹 사태에는 차이가 있다. 2008년 서브프라임모기지론 위기 때는 주택담보대출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한 파생금융상품이 천문학적 규모로 발행돼 전 세계 금융기관과 비금융기관에 매각됐다. 그래서 위기 초기에 손실의 규모조차 파악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헝다그룹의 총 부채 1조 9800억 위안 중 1조 위안 정도는 매입채무로, 헝다그룹이 파산하더라도 매입한 토지나 원자재 등은 남아 있다. 또 헝다그룹이 갚지 못하는 대출금 때문에 국유상업은행들이 손실을 입을지라도 국가의 지원을 받거나 아니면 정부의 지시로 출자전환한 것으로 처리하면 된다. 심지어 헝다그룹으로 인한 손실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데, 왜냐하면 국가가 은행 체계를 꽉 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 정부는 헝다그룹의 “질서 있는 디폴트”를 선호한다. 헝다그룹을 구제한다면 제2의 헝다 사태가 발생했을 때 중국 정부가 일관된 정책을 추진하기 힘들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헝다그룹을 몇 개로 쪼개서 일부는 파산시키고 다른 일부는 국유화할 가능성이 가장 커 보인다.

이렇게 될 경우 지방정부가 주택부문을 국유화해서 중단된 아파트를 완공해 청약자들에게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다.

부채 위기

헝다그룹이 파산 위기에 빠진 근본적인 이유는 부채를 끌어와 사업을 추진했지만 불황으로 수익성이 하락해 그 부채에 대한 이자 지급조차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 경제 전체가 향후 심각한 불황에 직면하면 헝다그룹 같은 기업들이 더 생겨날 수 있다. 지금도 네 개의 부동산 개발업자가 위험에 처해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따라서 헝다 사태는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

2020년 현재 중국의 전체 부채(중앙정부, 지방정부, 민간은행, 가계의 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317퍼센트에 이른다. 부채의 규모가 서방 선진국 못지 않게 크지만 전체 부채 중 대외부채 비중은 15퍼센트로 매우 낮다.(일본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은 결코 아니다. 국가가 국유상업은행의 손실을 무시하라고 지시할 수는 있지만 국유상업은행의 수익성 하락은 막을 수 없다. 또 자산관리상품을 구매한 기업이나 가계의 손실도 피할 수 없다. 이런 상황은 불황에 빠진 경제를 더욱 기운 없게 만들 것이다.

시진핑은 헝다그룹을 “통제된 파산”으로 이끌어가고 싶어 한다. 중국 경제의 ‘블랙 스완’이 헝다그룹 하나만이라면 그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이다.

하지만 불황을 헤쳐나가는 과정에서 제2의 헝다그룹이 나타난다면 이는 시진핑에게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다.

2008년 미국발 경제 위기에서 전 세계 국가와 기업주들은 경제 위기의 부담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겼듯이, 헝다그룹 파산 위기에서도 시진핑은 노동자 대중이 그 손실을 감내하도록 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서방의 자유시장 자본주의와 중국의 국가자본주의는 너무나 닮아 있다.


  1. 선수금을 제외한 부채비율이 자기자본의 70퍼센트 이하, 순부채비율이 자기자본의 100퍼센트 이하, 단기부채가 자기자본보다 적어야 한다는 조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