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역 영웅’이라는 립서비스는 듣기도 싫다! 9월 24일 전국공무원노조 ‘코로나 대응 인력 확충 및 처우개선 촉구 기자회견’ ⓒ출처 전국공무원노조

지난 9월 15일 인천시 부평구 보건소에서 일하는 30대 공무원 노동자가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죽음의 원인은 과중한 코로나19 방역 업무였다. 공무원노조 인천본부와 부평구지부의 제기로 인천시장과 부평구청장은 사과와 재발방지를 약속했지만, 아직까지 고인에 대한 순직이 인정되지 않았고, 재발방지를 위한 구체적 계획도 내놓지 않고 있다.

고인은 지난 7~8월 동안 코로나 방역 업무로 120시간 내외의 살인적 초과근무를 했다. 인천시는 선제 대응이라는 명목으로 야간역학조사, 역학조사 기간 확대, 선별진료소 운영 시간 확대 등을 인력 충원 없이 시행했고, 이 과정에서 고인을 비롯한 동료 노동자들은 살인적인 노동강도를 감내하게 된 것이다.

이는 비단 인천시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 5월 23일 부산시 동구보건소에 근무하던 간호직 공무원 노동자도 코로나19 방역 업무 과중이 원인이 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해에는 전북 전주시 공무원 노동자가 코로나19 비상근무 중 과로로 사망하는 일이 있었다.

이런 일이 반복해 벌어지고 있음에도 정부와 지자체는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예산을 투여하지 않는다. 턱없이 부족한 인력과 시설, 장비 등의 문제는 하루이틀 된 문제가 아니다. 정부와 지자체는 호우, 산불 등과 같은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때에도 공무원 노동자들에게 초과근무를 시키지만 인력 충원과 수당 지급 등 적절한 대처와 보상을 하는 법이 없다.

악순환

최근 정부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생 이후 보건소 공무원 노동자들의 사직이 50퍼센트, 휴직이 40퍼센트 증가했다고 한다. 이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업무 가중 때문이다.

인력 충원과 예산 확보 없이 살인적인 노동을 강요하니 사직과 휴직이 늘고, 남은 노동자들의 고통과 부담은 더욱 심해지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수많은 청년들이 좁은 공무원 시험 관문을 통과하려고 수년을 바치고 있는데, 정작 현장 공무원들은 사람이 부족해서 죽어가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말로만 청년을 위로하고, 공무원 노고를 치하할 뿐 필요한 수만큼이라도 공무원을 충원하지 않았다.

그동안 문재인 정부는 K-방역을 자랑해 왔지만 이는 수많은 노동자들을 갈아 넣고 희생시키면서 유지해 온 것이다. 이 상태가 계속된다면 일선 공무원 노동자들뿐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9월 24일 공무원노조는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와 지자체에 “고인의 순직 인정과 함께 공공의료 확대 및 코로나 대응 관련한 공무원 즉시 충원과 공무원 노동자의 열악한 처우 개선”을 요구했다.

한국은 인구 대비 공무원 비율이 1.9퍼센트로 OECD 평균 6.98퍼센트에 크게 못 미친다. 정부와 지자체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더 이상 ‘K-방역의 영웅’이라는 정부의 립서비스는 듣기도 싫고 이제는 분노가 치민다. 지금 당장 인력을 충원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