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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친이스라엘 세력의 공격으로부터 학문의 자유를 지켜야 한다

영국 브리스틀대학교가 사회학 교수 데이비드 밀러를 해임한 것은 학문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공격이다.

오랫동안 좌파 활동가로 지내 온 밀러는 권력자들이 대중 매체를 어떻게 조작하는지 연구해 왔다. 밀러는 시온주의 반대자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인 억압에 반대한다. 밀러는 친이스라엘 학생들과 언쟁을 했다가 유대인 혐오자로 몰렸다.

브리스틀대학교 당국의 발표는 밀러의 해임 사유에 관해 매우 모호하게 말한다. 대학 당국은 “학생 모두와 더 넓은 대학 공동체를 돌볼 의무”에 관해 알맹이 없는 말을 장황하게 늘어놓는다. 그러면서도 고위 변호사의 조사 결과 밀러가 “위법적인 발언”을 한 바는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밀러 자신에 따르면, 그 조사는 정확히 유대인 혐오자라는 혐의가 거짓임을 입증해 준다고 한다.

그렇다면 밀러가 해임된 이유는 무엇일까? 내 추측으로는, 십중팔구 정부의 압력으로 대학 당국이 밀러를 제거하고 싶어했기 때문일 것이다. 대학 당국은 밀러가 유대인 혐오자임을 입증하지는 못했지만, 그의 말에 몇몇 학생들이 받았을지도 모르는 마음의 상처를 명분으로 밀러를 해임했다. 이런 책략은 오늘날 대학 고위 운영자들 사이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난다. 이들은 마치 기업주들처럼 학교를 운영한다.

브리스틀대학교 당국은 성명에서 자신들이 학문의 자유에 헌신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명백한 거짓말이다. 다른 사람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는 이유로 처벌받아야 한다면 표현의 자유는 불가능하다. 갈릴레오는 지동설을 주장해서 교황과 추기경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지만, 그렇다고 종교 재판을 열어 갈릴레오에게 지동설을 철회하라고 강요한 것이 정당해지는 것은 아니다.

3월 31일 브리스틀대에서 열린 데이비드 밀러 교수 방어 캠페인 ⓒ출처 Simon Chapman

밀러의 말에 전부 동의해야 밀러를 방어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밀러는 브리스틀대학교가 “이스라엘의 로비의 압력”에 굴복했다고 하며, 이스라엘이 이스라엘에 “적대적인 국가에서 로비”를 벌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체 어떻게 이스라엘이 영국 국가에 적대적일 수 있다는 말인가? 예컨대, 1956년 수에즈 위기 당시 수에즈 운하 탈환에 나설 명분을 찾던 영국과 프랑스와 공모해 이스라엘이 이집트를 공격했을 때, 이스라엘은 영국에 적대적이었는가?

이는 더 큰 문제와 연관이 있다. 물론 이스라엘은 영국에서 로비를 벌인다. 대부분의 다른 서방 자본주의 국가에서도 로비를 벌인다. 하지만 그 국가들이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것은 로비 때문이 아니라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수에즈 운하 위기에서 벌인 공모가 이것의 좋은 사례다. 왜냐하면 이것은 시온주의 운동이 팔레스타인을 식민 점령하던 영국을 상대로 가차없는 무장 투쟁을 벌인 지 10년도 안 돼서 벌어진 일이기 때문이다. 서방 제국주의가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것은 중동을 서방 패권 하에 묶어 두는 데에 이스라엘이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놈 촘스키는 이스라엘 로비의 영향력을 이미 오래 전에 일축했다. 촘스키는 이렇게 말했다. “내 생각에 이스라엘의 로비는 미국의 지정학적 전략과 대립하지 않는다. 설사 둘의 이해관계가 엇갈린다 해도, 지정학적 전략 기획자들이 승리한다. 여러 쟁점에서 거듭 확인되는 바다.”

이와 비슷하게, 그간 이스라엘 지지자들은 시온주의에 반대하는 좌파들을 유대인 혐오자로 모는 거짓 비방에 매우 열심이었지만(영국 노동당 전 대표 제러미 코빈이 대표적인 표적이었다), 이런 캠페인이 크게 증폭될 수 있었던 것은 [영국의 우익 신문] 〈데일리 메일〉 같은 부류 때문이었다. 그러나 〈데일리 메일〉은 1930년대에 파시스트 ‘검은셔츠단’의 유대인 혐오 시위를 지지했다. 영국 지배계급들이 보기에, 광범한 좌파들에게 유대인 혐오자라는 낙인을 찍는 것은 이스라엘과는 아무 상관 없는 이유에서 득이 된다.

그러나 이스라엘 로비의 중요성에 관한 이견은 지금 밀러에게 연대할 필요성보다 훨씬 덜 중요하다. 동의하지 않는 견해가 탄압받을 때 관용이 중요하다는 것은 자유주의의 기본적인 행동 수칙이다.

그러나 우리는 대학 같은 자유주의 기구들이 스스로의 원칙도 준수하지 않는 시대에 살고 있다. 밀러는 총리 보리스 존슨이 벌이는 ‘문화 전쟁’의 피해자다. 존슨은 인종차별 반대 운동과 반제국주의 좌파만 노리고 있지 않다. 영국 지배계급이 수 세기 동안 인류를 상대로 저질러 온 범죄 행위를 폭로해 온 학자들도 겨냥하고 있다.

이 ‘문화 전쟁’은 십중팔구 격화될 것이다. 존슨이 어처구니없게도 [전 보건부 차관이자 팬데믹 대응 실패에 책임이 있는] 네이딘 도리스를 문화부 장관에 임명한 것은 위험한 신호다. 키어 스타머 하의 영국 노동당은 ─ 그들이 반동적이라 폄하하는 노동계급의 표를 [보수당에게서] 되찾아오려 애쓰지만 ─ 이를 전혀 저지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밀러를 방어하는 것이 사활적이다. 밀러가 당하면, 부패하고 비겁한 도처의 대학 당국들은 비판적 학자들과 활동가들에 재갈을 물리려는 정부의 압력에 부응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