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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법 적용 배제, 사용자 책임 면제:
플랫폼종사자법은 폐기돼야 한다

지난 3월 28일 민주당 장철민 의원이 발의한 ‘플랫폼 종사자 보호법’(이하 플랫폼종사자법)이 당사자들의 반대에도 무릅쓰고 추진되고 있다. 정부는 플랫폼 종사자들의 권익을 보호한다는 명분을 대고 있지만, 노동법을 예외 없이 적용하라는 당사자들의 오랜 요구와 달리 플랫폼 노동자를 기존의 노동관계법에서 배제하고 사용자의 책임을 면제해 주는 데 이용될 것이 뻔하다.

대리운전, 라이더, 택시, 웹툰작가 등 플랫폼 노동자들은 지난 10월 5일 사회시민단체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플랫폼종사자법 추진 중단과 노동법 전면 적용을 요구했다.

플랫폼 노동자들은 고용형태와 방식이 약간 다를 뿐, 실질적으로 플랫폼 기업의 지휘와 통제를 받고 일한다. 회사가 정한 일방적인 근무 수칙을 따라야 한다. 이런 노동자들이 노동법의 적용을 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정부가 위선적으로 말로만 ‘보호’를 떠들고 있다는 것을 특수고용·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2006년 노무현 정부가 만든 비정규직 보호법은 2년마다 해고를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하고 차별을 정당화하는 법이었다. 2007년에는 ‘특수형태근로자 보호법’을 제정해 특고 노동자를 노동관계법 밖으로 밀어내려 시도했다.

문재인 정부는 공정거래법에 특고지침을 만들어 경제법적 보호를 하겠다고 했지만 노동관계법을 회피하는 데 활용되었을 뿐 실효성을 담보하지 못했다.

유리의 원칙?

물론, 지금 정부는 플랫폼종사자법과 기존의 노동관계법 중에 노동자에게 유리한 법을 적용하도록 하겠다고 한다. 이른바 ‘유리의 원칙’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플랫폼 노동자들이 노동법 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겠다는 게 결코 아니다. 기존 법률 테두리 안에서 노동자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노동자들에게만 노동법을 적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플랫폼·특수고용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인정받은 경우에도 사용자의 행정소송 등으로 험난한 과정을 겪고 있다. 계약해지를 당해도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임을 스스로 입증하지 않으면 부당해고 신고조차 받아들여지지 않는 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플랫폼 노동자들에게 유리한 법이란 무엇일까? 오히려 플랫폼 기업들에게 유리한 법이 되기 십상일 것이다.

지난해 이재갑 노동부 장관은 “노동조합 인가증이 나갔더라도 사용자 책임이 바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법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만약 플랫폼종사자법이 통과되면 사용자들도 똑같은 태도를 보일 게 뻔하다.

그 밖에도 문제는 많다. 법안 곳곳에 함정을 파 놓고 “보호”라는 위장막을 덮어 놓았다.

이 법은 플랫폼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임금에 영향을 미치는 알고리즘의 공개를 막아 놓았다. 플랫폼 노동자들에게 가해지는 일방적 계약해지와 (대리운전) 배차 제한 등의 부당한 계약 변경을 제어하지도 못한다. 10~15일 전에 서면으로 알리면 그만이라고 인정한다.

한편, 노동계 일각에서는 정부 안을 비판하면서도 최소한의 법적 보호를 위해 조건부 찬성을 하자는 주장도 심심찮게 나온다.

온전한 노동자성 보장이 안 되더라도, 일단 노동조합의 권리 인정이나 공정한 계약, 사회보험 적용 등을 법안에 포함시키자는 것이다. 아니면 법원이나 노동위원회에서 노동자로 인정받은 노동자는 제외하고 나머지 노동자들에 대해서만 적용할 수 있도록 하자고 한다.

그러나 플랫폼 노동자 중 노조법상 노동자로 인정받은 경우도 소수인데다 근로기준법은 더 적다. 다수는 노동기본권 테두리에서 배제될 위험이 크다.

법조문에 노동조합의 권리 보장을 명시한다 해도, 전체 플랫폼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고용을 개선하는 데는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한다. 오히려 노동자성을 부정하는 사용자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구실을 할 공산이 크다.

적잖은 사람들은 일단 아쉽더라도 순차적 개혁을 위한 디딤돌을 놓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러나 문제 많은 법이 일단 제정되고 나면 그 뒤에는 그것을 뜯어 고치기가 더 어렵다. 앞서 언급한 비정규직보호법 등이 보여 주는 바다.

플랫폼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을 부정하는 플랫폼종사자법은 폐기돼야 한다.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모든 노동자에게 예외 없이 노동법을 적용하는 것이다.

이 글은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이 아닌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