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캘리니코스는 런던대학교 킹스칼리지 유럽학 명예교수이자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 중앙위원장이다.


탈탄소화 노력은 맹목적 시장 논리에 의해 끊임없이 발목 잡힐 것이다 ⓒ출처 픽사베이

에너지는 정치경제학자 사이먼 브롬리가 말한 “전략적 재화”다. 즉, 에너지에 대한 접근을 통제하는 국가가 다른 국가들에 힘을 행사한다는 것이다. 브롬리는 주로 석유를 염두에 두고 그렇게 말했지만, 오늘날에는 천연가스도 분명 전략적 재화다.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특히 유럽에서 가장 극적으로 올라 지난 몇 달 새 다섯 배가 됐다. 이 때문에 영국에서는 에너지 기업들, 소비자들, 산업들이 허리띠를 급격히 졸라매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세계적이다. 세계 경제는 팬데믹으로 촉발된 침체에서 회복되면서 공급보다 수요가 훨씬 빨리 늘었다. 그러는 동안 우울한 지난겨울과 실망스러운 올여름 사이에 비축분이 고갈됐다. 더 장기적으로 보면, 아시아의 천연가스 수요는 지난 10년 새 50퍼센트 늘었다. 중국 정부가 자국 경제의 석탄 의존도를 줄이려는 조심스런 첫발을 내딛었기 때문이었다. 석탄 발전소는 중국 전력의 70퍼센트를 생산한다.

유럽이 특히 취약한 것은 수입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에너지 비축량이 감소하고 있는 영국 역시 수입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은 데다, 에너지 시장에 대한 규제 완화 때문에 더한층 취약해졌다.

〈파이낸셜 타임스〉의 ‘알파빌’ 칼럼은 이렇게 설명한다. “규제 완화는 에너지 도매가 대비 소매가를 끌어내렸다. 규제 완화로 인해 기존 6대 업체에서 최대 70개 조직으로 영국 에너지 시장 경쟁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여러 새 공급 업체들은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려고 기꺼이 경쟁자보다 가격을 낮추고 소비자들에게 비용 이하의 가격을 제시했다. 또, 많은 기업이 인프라를 직접 소유하지 않는 자산 경량화 기업이었는데 이 역시 커다란 이점으로 작용했다. 다른 기업들은 시장에서 비롯하는 위험을 분산시키는 [선물 계약과 같은] 장치들을 경험 많은 업체들보다 더 거추장스러워 했다.”

많은 에너지 기업들은 장기 계약을 맺어 비축분을 쌓고 공급 물량을 확보하기보다는 천연가스 현물 시장에 의존했다. 현물 시장에서는 거래가 성사될 때의 시가로 천연가스가 공급된다. 그런데 이 시가가 급등하는 바람에 지난 몇 달 동안 여러 영국 에너지 회사들이 줄도산한 것이다. 유럽연합(EU) 역시 몇 년 전부터 천연가스를 현물 시장에서 구매하기 시작했다.

유럽이 천연가스 가격 폭등으로 약화된 반면, 주요 천연가스 공급국인 러시아는 더 유리해졌다. 10월 6일에 천연가스 가격은 시소를 타는 듯했다. 처음에는 급격히 오르더니,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이 유럽의 가스 공급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줄 수도 있다고 하자 도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여분의 천연가스를 보유하고 있는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하지만 여분이 실제로 있다 해도, 대가가 따를 것이다. 유럽연합 주재 러시아 대사는 유럽연합에게 러시아를 “적성국”으로 간주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또 다른 러시아 관계자는 유럽연합 규제 당국이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서방으로 보내는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 사업을 속히 승인하면 러시아산 천연가스가 더 신속하게 공급될 것이라고 강력히 시사했다. 신설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은 우크라이나를 우회하는데, 러시아는 여기서 10년 가까이 저강도 전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유럽연합이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 사업을 승인하면 러시아에 굴복하는 것이라고 비난했지만, 미국 대통령 조 바이든은 유럽연합을 달래려고 반대를 거둬들였다. 미국은 현재 세계 최대 천연가스 생산자라 지금의 에너지난에 덜 취약하지만, 그럼에도 천연가스 가격이 곱절로 뛰었다.

〈파이낸셜 타임스〉 칼럼니스트 로버트 암스트롱은 2010년대 중반부터 화석연료 추출에 대한 자본 투자가 하락해 왔다고 지적한다. “이는 탄소 배출을 감축하려는 노력 때문이기도 하다 … 그러나 탈탄소화는 공급 쪽의 이야기일 뿐이다. 나머지 다른 쪽의 이야기는 에너지 기업(특히 미국 에너지 기업) 경영진이 주주들의 말을 따르는데, 주주들은 투자를 회수하려 하지 새로운 프로젝트에 투자하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가 줄어드는 것은, 투자자들이 셰일가스 혁명으로 벌어들인 돈을 챙겨 가고 있는 탓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한편, 각국 정부가 대체 에너지 개발을 위해 취한 보잘것없는 조처는 화석연료 투자 감소로 발생한 공백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지금의 에너지난은 이런 조처마저 역행시킬 수 있다.

예컨대 중국 정부는 석탄 업자들에게 생산량을 늘리고 탄광 신설에 박차를 가하라고 지시했으며, 이전에 정치적 이유로 수입을 금지했던 호주산 석탄의 [수입이 막히면서 항구에 쌓여 있던 것의] 반입을 승인하기도 했다. 화석연료 자본주의는 에너지를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공급하지 못한다. 그러나 저절로 사라지지도 않을 것이다.

출처: 영국의 혁명적 좌파 신문 〈소셜리스트 워커〉 277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