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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독감 - 생명보다 이윤이 우선인 체제의 산물

지난 11월 4일 중국과 베트남, 일본에서 다시 조류독감이 확산됐다는 결과가 발표됐다. 물론 이번에 죽은 것은 닭과 오리다.

사람들 사이에 가장 흔하고 중요한 의문은 조류독감이 인간에게 얼마나 치명적인가 하는 점이다. 물론 언론 보도는 과장돼 있었다.(지금은 전혀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무시하려 하지만 이것도 사실이 아니다.)

하지만 병에 걸린 사람 10명 중 4명을 죽이는 이 치명적 독감이 유행할 것이라는 데는 누구도 이견이 없다. 단지 그것이 언제가 될지만 남았다. 만약 그게 이번 겨울이라면 세계적 대유행을 막을 방법은 거의 없다. 무사히 겨울을 넘기면 다음 겨울까지 모든 준비를 마쳐야 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재앙을 피하려면 전체 인구의 25퍼센트 이상을 치료할 수 있는 약을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처럼 로슈만 치료제를 생산해야 한다면 전 세계 인구의 20퍼센트에 필요한 치료제를 생산하는 데만 10여 년이 걸릴 것이다.

하지만 다국적 제약회사 로슈는 특허권을 포기할 생각이 조금도 없다. 그 동안 자신들이 했던 것처럼 특허권 협상을 질질 끌 가능성이 높다.

또, 로슈는 복제약 회사들이 충분히 안전한 타미플루를 만들 때까지 넘어야 할 어려운 과제가 10개나 있다고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이들이 이토록 잔인한 이유는 간단하다. 타미플루가 로슈와 이 기업의 소유주인 프리츠 호프만에게 보장해 줄 황금빛 미래 때문이다.

타미플루만으로도 올해에 1조 원, 내년에 2조 원을 벌어들이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경쟁에서 승리한 제약회사에게 거대 투자자들의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로슈는 이제 스위스 국내에서 노바티스를 따돌리고 미국의 화이자와 영국의 글락소스미스클라인도 제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가난한 나라들의 복제약 생산에 대해서는 무역 보복과 외채 압력을 가하면서도 자신들은 종종 강제실시권을 발동해 복제약을 생산해 오던 미국과 선진국들 사이에도 이견이 있다.

미국기업협회는 타미플루가 대규모로 보급되면 내성이 생겨 상황이 더 나빠질 것이고 더 좋은 약을 개발할 동기를 잃게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자들 모두에게 진정한 문제는 이것이다. 만약 선례가 생긴다면 다른 문제들이 잇달아 터질 것이다.

조류독감으로 지금까지 약 70명이 죽었지만 치료제가 만들어진 지 10여 년이 지난 에이즈와 결핵으로 아직도 수천만 명이 죽어가고 있다. 이런 약에 대한 특허권을 인정해야 할까? 정부가 약물 생산 계획에 개입할 수 있다면 치명적인 질병 치료약을 만들기보다는 부자들이 사먹는 대머리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더 열심인 제약회사들을 그대로 내버려 둬야 할까?

인도와 타이가 특허권을 무시하고 복제약을 생산하겠다고 선언했다. 모든 나라에서 당장 이런 일이 시작돼야 한다. 국가가 백신제조시설과 제약시설을 세우고 관리하며 무상으로 약을 공급해야 한다. 생명의 가격을 시장에서 저울질하는 대기업들을 강력하게 규제해야 한다. 정부에 그렇게 하라고 요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