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대선이 역대급 혼란에 빠져 있다. 집권 여당의 대선 후보와 우파 야당의 지지율 선두 후보가 모두 수사 대상이 됐다.

민주당 후보로 선출된 이재명 경기지사는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 건으로 배임 의혹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 경선에 출마한 윤석열은 검찰총장 재임 시절 여권 정치인들에 대한 형사고발을 사주한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이재명 수사와 윤석열의 청부 고발 의혹 조사를 맡고 있다. 윤석열 의혹 수사는 공수처가 총괄한다. 경찰은 둘 모두를 수사하고 있다.

특히, 대장동 문제가 최대 이슈가 돼 있다. 우파와 지배계급의 다수가 변화 염원 대중의 지지를 받는 이재명을 경원시하고, 그의 집권을 반기지 않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최근 2년 새 ‘정치 검찰’이 문제라고 두들겨 왔는데, 새삼 대선 국면에서 검찰의 행보가 주목받게 됐다.

물론 검찰 수사가 조만간 무언가를 밝혀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대선 국면에서 검찰이 유력 후보(여야를 가리지 않고)를 제대로 수사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검찰 수뇌부가 ‘미래 권력’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다. 1992년 김영삼·정주영, 1997년 이회창·김대중, 2007년 이명박 등이 대선 후보일 때도 그랬다. 결국 당선 가능성을 유지해야 검찰의 칼 끝을 피할 수 있는 (본질적으로) 정치 투쟁이다.

무엇보다 대장동 건에서 이 사회 체제의 진정한 수혜자들이 드러난 데다 검찰도 수혜 집단의 일부임이 드러났다. 화천대유의 초기 물주로 재벌(SK) 총수 일가의 이름이 나왔고, 고문 명단에서 고위 법조인들의 이름이 줄줄이 나왔다.

전직 대법관도 나왔지만, 법무부 차관과 검찰총장, 검사장 등 검찰 지휘부 출신 인사들이 여럿 나왔다. 그래서 수사를 제대로 할 가능성이 적다. 김만배 구속영장 기각은 수사 부실을 보여 줬다.

대장동 건은 세 가지 점을 보여 준다. 첫째, 설사 합법이든 불법이든 자본주의 하에서 부동산 개발은 대기업들과 투기꾼들에게 막대한 수익을 안겨 준다. 이들이 부동산 문제 해법으로 민간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수시로 강조하는 까닭이다.

둘째, 고위 공직자, 대기업, 브로커 등의 부패 사슬이 아주 만연하고 공고하다는 점이다. 특히, 각종 인허가를 받아야 하고, 막대한 초기 투자 비용을 끌어와야 하는 부동산 개발(투기) 사업에서는 더욱 그렇다.

셋째, 수천억 원 개발이익 환수라는 성과도 있었지만, 기업에게 투자 유인을 허용한 이재명식 민관합동 개발 방식의 한계(노동계급의 관점에서 볼 때)도 드러났다. 이재명도 (다른 정치인들처럼) 성남시장 재직 시절에 가시적 성과를 만드는 데에 집중했던 듯하다.

좌파는 이 세 가지를 지적하되 균형 있게 맥락 속에서 다뤄야 한다. (한계도 드러났지만) 우파의 비난과 달리 이재명은 성남시장·경기도지사 시절, 대선 공약에서 대체로 투기 억제, 불로소득 환수, 복지 확대, 공공 주택 공급을 더 중시하는 기조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부동산 개발로 인한 불로소득의 보호자 구실을 해 온 우파가 이재명을 흠집내 보려고 셋째 측면만 침소봉대하면서 아니면 말고 식으로 중상 비방 공세에 열중하고 있다.

10월 18일 경기도 국정감사장에 참석한 이재명 경기도지사 ⓒ출처 경기도청

중상

사실 문재인 정부 들어 이재명을 견제하는 데 공을 들여 온 건 친문계의 핵심부였다. 그의 기반이 민주당 주류와는 다르고, 그의 언행이 은근히 비판적인 게 거슬렸기 때문이다. 대장동에서 개발 이익을 많이 환수한 게 성과라는 이재명의 발언이 허위라고 먼저 주장한 것도 친문 측이었다.

현 행정안전부 장관 전해철(경찰이 그 휘하에 있다) 등 친문 핵심부는 이재명의 사생활 문제를 법정으로 가져가 망신을 주고 경기지사직까지 뺏으려고 했다.

그러나 지금 친문 진영은 이재명을 두고 분열한 듯하다. 상당수는 이재명이 민주당에서 유일하게 당선 가능성 있다는 점 때문에 이재명 지지로 돌아선 듯하다. 그러나 민주당 경선 불복 해프닝이 보여 주듯이 긴장은 여전하다. 유동규 수사 문제에선 검찰과 경찰 사이에도 긴장이 있다.

지금은 우파가 대장동 문제로 이재명에 대한 파상 공세를 벌이고 있다. 그런데 찬찬히 뜯어 보면, 사실로 뒷받침되는 게 하나도 없다.

이재명 아들이 화천대유에 근무한다더니 거짓말이었고, 김만배가 이재명 측근이라더니 그것도 사실이 아니었다. 정영학·남욱·김만배·유동규 등과 이재명이 공모했다는 증거는 나온 게 없는데, 개발의 결재권자였다는 이유로 몸통이라고 공격받는 것이다.

우파는 처음에는 수천억 원 배당을 받은 화천대유의 진짜 주인이 누구냐고 묻더니, 지금은 또 “그분”(천화동인 1호 실소유주를 가리킴) 논란만 키우고 있다.

그러나 우파들은 돈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갔는지에는 막상 별 관심이 없다. 화천대유에 초기 운영 자금을 댄 것(이것을 기초로 하나은행 등에서 사업자금 대출을 받음)이 SK 총수 일가 중 한 명이라는 정황이 진작에 나왔는데도 말이다.(이후 막대한 수익을 거둠)

이처럼 우파는 대장동 사건의 실체적 진실에는 관심이 없다. 그저 진흙탕 개 싸움으로 ‘이재명 게이트’라는 이미지만 사람들의 뇌리에 남길 생각뿐인 것이다. 진흙탕 싸움으로 사람들에게 환멸을 주고 투표율을 떨어뜨려 우파 집권에 유리하게 할 책략이다. 진실이 오리무중일수록 더 좋다.

우파는 행여라도 이재명이 문재인의 개혁 배신 행각 일부와 차별화된 말과 공약을 내놓아 변화 염원층의 지지를 끌어모으고 이들의 정치적 기대감을 높일까 봐 사전에 예방하려는 것이다.

따라서 우파의 특검 요구를 지지해서는 안 된다.

강점이 약점 되다

문재인 재임 동안 민주당 인사들의 부패 행각과, 그것을 감추고 정당화하기 위한 추한 언사들이 많이 드러났다.

이런 부패와 위선은 문재인 정부의 총체적 개혁 배신과 연관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 때문에, 부패 수사로 공정의 대표자 이미지가 형성된 윤석열이 부상했던 것이다.

물론 부동산 가격 폭등이 문재인 정부에 대한 불만을 심화시킨 가장 중요한 요인이었다. 대장동 개발 사업도 (이재명의 법적 책임이 없다 해도) 민간 투기꾼들과 대기업들이 막대한 이익을 본 것 때문에 대중의 불만을 새삼 자극하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중상 모략에 가까운 우파의 흙탕물 공세가 나름의 효과를 내는 듯하다. “억강부약”을 내세우던 이재명에게는 강점이 약점이 된 모양새다.

민주당 경선 후 이재명이 컨벤션 효과(정당이 대표나 공직 후보자를 떠들썩하게 선출하는 이벤트 후에 지지율이 오르는 현상)를 누리지 못한 것이 방증이다.

이재명이 검찰 수사에 발목 잡히면 문재인과의 좌파적 차별화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변화 염원 대중은 더 실망할 것이다.

우파가 상황을 교활하게 이용해 반사이익을 보고 있는 것이다.

이재명은 10월 18일과 2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와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에 직접 출석하겠다고 했다.

비리가 없다면, 변화 염원 대중의 사기를 위해서도 정면 돌파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지금 대장동 건을 이용한 우파의 공세는 사회민주주의자 이재명의 약점을 침소봉대하고, 사실로 입증되지 않은 것을 사실인 것처럼 비방해 대중의 변화 염원에 찬물을 끼얹으려는 수작이다.

계급 불평등을 당연시하고 합리화하려고 해 대중의 분노를 산 조국 논란과는 엄연히 다르다.

정의당 좌파 등 일부 좌파가 ‘그놈이 그놈’이라는 식으로 이 문제를 다루는 것은 추상적 접근이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으로부터 괄시를 받았던 것은 여권에 대항한 대중 투쟁(특히 노동계급 투쟁)을 더 좌경화시키고 더 강화하는 것으로 보상받아야 한다.

또, 한때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을 지지했던 것을 만회하려고 그 반대편으로 튀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 괜스레 급진적인 공문구와 슬로건을 제출하기보다 냉정한 전술·전략을 추구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선거적·의회적 선명성 과시가 아니라 아래로부터의 계급투쟁을 촉진하고 보편화하는 데 기여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