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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측의 인력충원 약속 파기로 SPC 노동자들 파업하다

SPC 화물 노동자들이 전면 파업을 시작한 지 한 달째 되던 10월 15일, 민주노총은 전국 25개 주요 거점에서 SPC의 노조 탄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SPC그룹 측은 광주를 비롯해 경기, 원주, 대구, 양산 등 곳곳에서 노동자들과 한 합의를 밥 먹듯 뒤집어 불만을 사 왔다. 9월 초 광주 노동자들이 합의 이행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하자, 사측은 화물연대 조합원 전원(36명)을 사실상 해고했다.

최근에는 파업으로 인한 피해가 막심하다며 운송사 10여 곳에 약 36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운송사는 화물연대 조합원들에게 구상권을 청구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이미 노동자들은 지난달 운임(임금)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도 노동자 파업에 강경 대응하고 있다. 10월 12일 현재 117명이 연행되고 1명이 구속됐다. 경찰의 폭력적 진압 과정에서 수십 명이 크고 작은 부상도 입었다.

SPC 화물 노동자들이 SPC 광주 샤니 공장 앞에 집결한 16일에도 경찰은 대체수송 차량들이 물건을 싣고 공장을 빠져 나갈 수 있도록 호송하는 경비대 구실을 했다. 공장 앞 도로에 차벽을 세우고, 투쟁 대열을 밀어내고, 항의하던 노동자들을 연행했다.

방역법을 빌미로 공장 인근까지 가지도 못하게 막아 노동자들은 집회도 49명씩 세 군데로 찢어져 진행해야 했다. 일부는 집회에 참석하지 못한 채 멀찌감치 떨어져 지켜만 봐야 했다.

10월 16일 SPC 광주 샤니 공장 앞에서 시위하는 화물 노동자들 ⓒ박설
16일 광주 공장 앞에서 연행되는 노동자. 문재인 정부의 경찰은 10월 12일 현재 117명을 연행했다 ⓒ박설
경찰이 공장 앞에서 시위하던 노동자들을 밀어내고 대체수송 차량의 출입을 돕고 있다 ⓒ안우춘

“경찰이 SPC 경호원도 아니고, 이게 뭐 하는 겁니까? 우리가 어딜 가든 매번 저러니까 정말 화가 끓어오릅니다. 뚫리고 깨지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답답하기도 합니다.”

SPC 세종 공장(밀다원)에서 만났던 성남·원주 노동자들은 “씻지도 못해 꼴이 말이 아니죠?” 하며 기자를 반겼다. “회사가 가족들에게까지 연락해 회유하고 월급도 못 갖다 주니까 아내가 이혼하자고도 합디다. 그래도 한번 시작한 싸움, 끝을 봐야죠. 이대로 들어가 노예처럼 살 수는 없습니다.”

SPC 광주지회 노동자들은 “차량 2대 늘려달라는 게 해고까지 당할 일이냐” 하며 불만을 터뜨렸다. “8개월 동안 협상해서 어렵사리 2대 증차를 합의했습니다. 사실 그것도 우리가 많이 양보한 겁니다. 10년 전에는 한 사람당 점포 8곳에 배송했는데, 지금은 17~18곳을 맡고 있어요. 그런데도 사측은 갑자기 배차 계획을 한국노총과 합의해 오라면서 합의를 깨버렸습니다.”

“회사는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는 식입니다. 이참에 노조를 죽이려는 것 같아요. 정부가 민주노총 위원장 구속하면서 탄압하지, 코로나로 집회도 못 하게 하지. 그러니까 지금이 좋은 기회라고 보는 것 같습니다.”

투쟁의 효과

문재인 정부는 지난 상반기 택배 파업, 민주노총 노동자대회 등 코로나19로 주춤하던 노동자 투쟁이 회복되는 조짐의 확산을 차단하려고 노동 탄압에 열을 열리고 있다. SPC 화물 노동자 파업에 경찰 병력을 집중 배치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SPC 화물 노동자들은 거센 탄압 속에서도 굴복하지 않고 파업과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정부의 탄압이 투쟁을 잠재우지는 못하고 있는 것이다.

노동자들이 SPC 사측에 맞서 저항을 지속하면서, SPC그룹의 위생 관리와 노조 탄압 문제 등도 속속 폭로되고 있다. 가령, SPC 던킨도너츠에서는 내부 고발자에 의해 생산 과정에서 누런 기름때가 발견되는 등 위생 관리에 문제가 있음이 드러났다. 사측은 “영상 조작” 운운하며 반격을 시도했지만, 식품안전처의 현장 점검에서도 비위생적 생산 과정이 적발됐다. 최근에는 도너츠에서 머리카락이 나왔다는 등 제보도 이어졌다.

SPC그룹 내 계열사 곳곳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에 대한 승진 차별, 노조 탈퇴 압박 등에 대한 비판 목소리도 터져 나온다.

SPC 사측은 대외적으로는 자신들과 관계 없는 문제라고 선을 그었지만, 최근 “철저한 위생관리 시스템 가동”, “ESG 경영(친환경 사회적 공헌) 전격 도입”, “가맹점 피해 지원” 등의 대책을 잇따라 내놓았다. 국내외에서 공격적으로 사업 분야를 넓혀 가고 있는 식품기업으로서 이미지 개선에 상당히 신경 쓰는 모양새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자들의 파업이 지속되는 것은 사측에게 부담스러운 일일 것이다. 10월 20일 민주노총 파업, 이후 예고된 화물연대 파업 등에서 SPC의 노조 탄압 문제가 크게 쟁점화 되고 연대가 확대되는 것만은 피하고 싶을 것이다. 최근 사측이 일부 운수사를 내세워 협상을 조율하기 시작한 배경이다.

노동자들은 사측이 손짓을 한 것에 기대를 걸면서도 그것이 제스처 수준에 그치고 시간만 질질 끌려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상남 SPC 광주지회 총무부장은 “지금이야말로 연대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투쟁에 함께해 준 동지들이 너무 고맙습니다. 우리 조합원들이 떠돌이 생활을 하면서 집중 탄압을 받고 있습니다. 계속 이렇게 버티기가 어렵습니다. 더 많은 연대가 필요합니다.”

민주노총은 10월 20일 하루 파업 이후에도 SPC 화물 노동자 투쟁에 연대를 확대해야 한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의 온전한 시행을 위해 10월 20일까지 쟁의 찬반투표를 진행한다. 이번 파업을 SPC 화물 노동자 투쟁과 적극 결합시켜야 한다. 화물연대가 늦지 않게 파업에 돌입하는 등 SPC 화물 투쟁에 연대해 성과를 낸다면, 안전운임제 투쟁에도 자신감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