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0일 민주노총의 하루 파업과 집회를 앞두고 정부와 사용자들, 그 언론들이 파업 철회를 거듭 압박하고 있다.

정부는 민주노총 투쟁이 11월 초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으로의 전환을 앞두고 감염자가 급증하는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며 탄압하고 있다.

서울시도 “불법 집회가 강행되면 주최자와 참여자를 감염병예방법 위반으로 즉시 고발”하고 “확진자가 나오면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그러나 7월 전국노동자대회 개최를 이유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을 구속했을 때 그랬듯이, 코로나 방역은 핑계일 뿐이다.

투쟁이 더 확산돼야 한다 9월 30일 민주노총 전국 동시 결의대회(서울 집회) ⓒ출처 <노동과세계>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단계적 일상 회복’으로 방역 정책을 전환하면 확진자가 지금보다 훨씬 늘어날 것이 뻔하다. 더 일찍 ‘위드 코로나’로 전환한 다른 나라들에서 이미 확인된 사실이다. 가령 백신 접종률이 70퍼센트 정도 되는 영국에서도 방역을 풀고 나서 하루 확진자가 4만 명으로 치솟고, 하루에 200명씩 죽고 있다. 한국에서도 밀집 시설 이용이나 대면 접촉 규제가 완화되면 확진자 증가는 거의 확실하다.

정부는 의료 인력과 공공의료 시설을 즉각 확충할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동안 겨우 10퍼센트의 공공병원에서 코로나 환자 치료를 전담해 오면서 한계가 드러났고, 1~4차 유행 시기 때마다 병상 부족이 반복됐다.

일상적인 방역 대응에도 대폭의 인력 충원이 시급하다. 인력 충원과 예산 확보 없이 살인적인 노동을 강요하니 사직과 휴직이 늘고, 남은 노동자들의 고통과 부담은 더욱 심해지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한 달 전에도 인천 지역 보건소에 근무하던 공무원이 업무 과중으로 사망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보건소 공무원 노동자들의 사직이 50퍼센트, 휴직이 40퍼센트 증가했다. 지금도 이런데, 위드 코로나로 확진자가 다시 증가하면 대처 능력이 더욱 부족할 것은 분명하다.

백신 접종의 효과로 코로나19 사망률이 낮아졌다고 해도 늘어난 환자를 감당할 의료 시설과 인력이 충분히 확충되지 않으면 노인 등 취약계층은 상당한 위험으로 내몰릴 수 있다. 백신이 치명률을 낮췄다고 해도 독감보다 치명률이 3배가 높다는 통계를 봐도 위험 대비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정부가 정작 위드 코로나에 필요한 조처는 불충분하게 대비하면서, 민주노총이 확진자 증가의 주범이 될 것처럼 말하는 것은 노동자 운동 탄압의 명분일 뿐이다.

옥외 집회가 코로나19 감염을 확산시킨다는 주장은 참말이 아니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는 이렇게 지적한다.

“사람이 얼마나 밀집해 모이느냐, 계속 마스크를 쓰고 있느냐, 얼마나 장시간 같이 있느냐, 전후에 식사를 하느냐 등이 위험도를 높일 순 있겠지만 집회 자체가 위험도를 높이는 것은 아니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공동대표도 비슷한 지적을 한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거리두기를 한다면 야외 집회에서 감염될 가능성은 매우 매우 낮아요. 야외 감염 확률은 0.1퍼센트 미만이라는 논문들도 있고요.”

따라서 민주노총이 파업과 집회 철회 압박에 굴복하지 않고 예정대로 강행하겠다고 밝힌 것은 완전히 옳다.

정의당과 진보당을 비롯한 5개 정당도 “민주노총 총파업 지지 진보정당 공동기자회견”을 열어 정부를 비판하고 파업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코로나 방역의 잣대를 들이대 집회의 자유를 구속하지 말고, 민주노총에 대한 탄압을 중단할 것이며 여전히 한국사회의 주축 세력인 노동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반면 〈경향신문〉이 “민주노총의 20일 집회, 위드 코로나 기조 흔들어선 안 된다”(10월 18일 자)는 제목의 사설까지 실어 파업 계획 재고를 촉구한 것은 극도로 소심한 일이다.

희생양

정부와 사용자들, 언론들이 민주노총 투쟁을 비난하는 진정한 이유는 코로나를 이유로 노동자들을 단속해 온 이점이 약화되기 때문이다. 특히, 경총은 민주노총 투쟁이 “산업현장의 노사관계 안정”을 해친다고 우려한다.

사용자들은 최근 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요인으로 경제 회복이 순조로울지가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노동자들에 대한 통제가 이완되면 기업 활동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노동자들은 코로나19와 경제 침체가 지속되면서 일자리를 잃거나 조건 개선 억제를 강요받아 불만이 커져 왔다. 수많은 노동자들이 저임금 등 열악한 조건에 처해 있지만, 불평등은 더 심화되고, 집값 폭등, 실업 위험, 물가상승으로 인한 실질소득 감소 등으로 불만이 더 커져 왔다.

이에 대해 정부는 고용지표가 회복됐다는 통계를 내세우지만, 제조업 고용 증가는 다시 주춤거리고 있고, 서비스업에서의 고용 회복세는 매우 불안정하다. 이스타 항공을 비롯해 구조조정으로 해고된 노동자들과 마트, 호텔 등 고용불안에 내몰리는 노동자들이 여전히 적지 않다.

정부와 사용자들은 민주노총 투쟁이 자칫 이런 코로나를 이유로 한 사회 통제를 이완케 할까 봐 엄포를 놓고 있는 것이다.

노학연대 민주노총 파업을 비난하는 우익들(왼쪽)에 맞서 노동자연대 학생그룹이 민주노총 파업을 지지·방어하는 대자보(오른쪽)를 붙였다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파업에 참가하는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내년 교육예산이 늘어난 만큼 이번에는 제대로 된 임금 인상을 얻어 내야 한다는 정서가 크다. 문재인 정부 내내 충분한 처우 개선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학비노동자뿐 아니라 공공부문 비정규직 전반에서 임금과 처우 개선이 억제돼 온 것에 불만이 쌓일 대로 쌓여 왔다.

“공무직 노동자 대부분이 기본급은 최저임금이고, 근속수당, 호봉제가 없다. 수당은 그나마 급식비가 정규직과 똑같고 명절상여금은 40만원씩이 전부다. 이러니 우리가 무기계약직을 가짜 정규직, 무기한 비정규직이라고 말하는 [것이다.]”(민주노총 20만 공공부문 비정규직 총파업 투쟁선포 기자회견문)

노동자들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후에도 그대로인 임금과, 전환자의 4분의 1이 자회사로 전환된 것을 보면서, “문재인 정권에 대한 배신감과 억울함, 분노”를 느낀다(위 기자회견문).

국민의힘 등 우파가 반격 수위를 높이고 있는 현 상황에 비춰 봐도 노동자 투쟁은 중요하다. 당면한 조건 개선을 위해서는 말할 것도 없고, 변화 염원에 찬물을 끼얹으려는 우파의 노림수를 물리치는 데서도 노동자 투쟁이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