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캘리니코스는 런던대학교 킹스칼리지 유럽학 명예교수이자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 중앙위원장이다.


인플레이션을 경고하는 경종이 세계경제 전반에 걸쳐 그 어느 때보다도 시끄럽게 울리고 있다.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의 신임 수석경제학자 휴 필은 내년 초 영국의 공식 물가 상승률이 5퍼센트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미국에서는 지난 9월 연 근원인플레율[좀 더 장기적인 물가의 추이를 구하기 위해 식량이나 에너지처럼 일시적 가격 변동폭이 큰 품목을 제외한 물가 상승률]이 4퍼센트에 이르러 25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물가는 왜 오르고 있는가?

정설 경제학의 설명은 두 명의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의 대부 중 하나인 밀턴 프리드먼이 남긴 유명한 말에 기초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은 언제 어디에서나 통화적 현상[이다.]” 화폐 공급이 생산보다 빨리 늘어나면 수요가 재화·서비스의 공급보다 늘어나 물가를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그러나 팬데믹에 직면한 국가들은 프리드먼의 처방이 아니라, 국가의 경제 개입을 옹호한 케인스의 처방을 따랐다. 중앙은행들은 화폐 공급을 크게 늘렸다.

중앙은행들은 금융 자산을 대거 사들여서, 2020년 3월에 얼어붙은 시장에 돈을 풀었다. 선진국 정부들은 민간 수요가 붕괴하면서 남긴 공백을 메우려고 정부 지출을 크게 늘렸다.

그 재원의 상당 부분은 추가적인 차입으로 조달됐다. 미국·영국 정부가 차입을 위해 발행한 국채는 대부분 중앙은행이 사들였다. 이것이 오늘날 경기 부양을 위해 돈을 찍어 내는 방식이다. 경제사가 애덤 투즈가 말했듯이, “예산 제약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듯하다. 통화는 사소한 기술적 문제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1970년대부터 경제학계를 지배해 온 정설에 따르면 이단이다. 정설 옹호자들은 추가 지출과 차입이 통화 공급을 늘려서 인플레이션을 유발했다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에는 두 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째, 이들이 10년 넘게 양치기 소년 노릇을 해 왔다는 것이다.

이들이 비난하는 정책은 이미 2007~2008년 완화된 형태로 시작됐다. 당시에도 중앙은행들은 통화를 찍어 내어 금융 시스템에 푸는 식으로 세계 금융 위기에 대응했다. 자유 시장 지상주의자들은 여기에 질색하면서 하이퍼인플레이션을 경고했다. 그러나 물가 상승률은 최근까지도 낮은 수준에 머무르거나 마이너스가 되기도 했다.

사용자들은 물가 상승에 대응해 노동자들이 임금 인상을 요구할까 봐 두려워하고 있다 ⓒ출처 piqsels

둘째, 물가 급등에 대한 더 나은 설명이 있다. 수요보다는 공급에 초점을 맞춘 설명이다.

팬데믹으로 경제 가동이 중단되면서, 아시아에서 유럽과 북미로 뻗어 나가는 초국적 공급 사슬이 교란됐다.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최근 몇 달간 제조업 제품의 납품 소요 시간은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98년 이래 가장 빠르게 늘어났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렇게 썼다. “중국 등 아시아 나라들에서 주로 생산되는 부품과 재화를 기다리는 선진국 경제가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공급 사슬에서 멀어질수록 수요 변동의 타격이 커지는 ‘채찍 효과’의 실례라고 할 수 있다.

“납품 소요 시간 문제가 가장 심각해진 곳은 마이크로칩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첨단기술·자동차 부문이지만, 식품·음료, 개인 용품 제조 부문도 기록적인 수준의 교란을 겪고 있다.”

그러나 그 원인이 무엇이든 간에 물가 상승의 효과는 일반 대중의 생활수준으로 파고들고 있다. 사용자들과 그들을 대변하는 경제학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임금-물가 악순환”이다. 물가 상승에 대응해 노동자들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이에 대응해 자본가들이 이윤을 지키려고 물가를 더 올릴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아직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영국의 인사 관련 전문 기관] 엑스퍼트에이치알의 조사를 보면, 영국 민간 고용주 다섯 중 넷은 물가 상승률에 훨씬 못 미치는 임금 인상(중앙값으로는 2.5퍼센트)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팬데믹이 낳은 또 다른 효과인 인력 부족 덕분에, 많은 노동자들은 실질 임금을 방어하는 데에서 교섭력을 키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

시장주의적 우파는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휴 필은 오트마어 이싱의 수제자다. 오트마어 이싱은 유럽중앙은행의 수석경제학자이며, 신자유주의의 두 대부 중 하나인 프리드리히 폰 하이에크의 제자다. 중앙은행이 수요를 유지하기 위해 그간 적극 개입해 왔다는 사실을 무시한 채, 필은 잉글랜드은행이 “물가 안정을 위해 운영되는 기구”라고 〈파이낸셜 타임스〉에 말했다.

한편, 영국 재무장관 리시 수낙은 케인스와 프리드먼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프리드먼을 택하겠다고 답했다. 이것은 경고다. 금리 인상과 대처식 긴축이라는 겨울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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