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가 안전운임제의 유지·확대를 위한 투쟁에 본격 돌입했다.

화물연대는 최근 투표자 대비 67퍼센트의 지지로 파업을 가결했다. 10월 25일 기자회견에서 화물연대는 이번주부터 파업에 돌입하려 했으나 “정부와 마지막 대화를 열어 놓기로 했다” 하고 밝혔다. 정부의 태도 변화가 없으면 11월 중순경 파업에 돌입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투쟁의 요구는 안전운임제의 지속 시행(일몰제 폐지)과 확대(현재 컨테이너, BCT 등 전체 화물차량의 6.5퍼센트만 적용에서 전면 적용으로), 산재보험 전면 적용, 지입제 폐지 등이다.

화물 노동자들은 정부와 사용자에 맞서 양보를 얻어낼 잠재력이 크다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의왕물류기지 ⓒ이윤선

안전운임제의 안정적 시행·확대 요구는 그중 핵심이다. 이는 일종의 최저임금제도로, 화물 노동자들에게 최소한의 생계비를 보장하고 낮은 운임으로 인한 과로·과속·과적 운행의 압력을 줄여 도로 안전을 강화하려는 것이다. 한국안전운임연구단이 올해 초 실시한 조사 결과, 안전운임제 시행 이후 화물차 운전자의 순수익은 제도 시행 전보다 월 24만 원가량 올랐다. 화물차 사고 원인의 80퍼센트를 차지하는 졸음 운전이 20퍼센트 줄고, 과속·과적이 각각 16퍼센트, 10퍼센트씩 줄어드는 효과도 있었다.

화물 노동자들은 노조 결성 초기부터 이 제도의 도입을 요구해 왔다. 역대 정부들은 여러 차례 시행을 약속했지만 이행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 들어 2018년 관련법 개정으로 안전운임제가 도입됐지만, 한시적이고 제한적인 수준에 그쳤다. 정부와 민주당이 사용자들(화주와 운송사)과 우파의 반대를 수용한 결과다.

안전운임제는 3년 일몰제로 도입된 탓에 내년 말에 종료된다. 이를 앞두고 사용자 측은 비용 부담을 이유로 제도 연장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제도가 시행된 지난 2년간도 사용자들은 온갖 꼼수를 동원해 적용을 회피하고 인상된 운임의 일부를 떼어먹기 일쑤였다. 또, 해운사들은 일부 컨테이너(환적 화물)에 대한 안전운임제 적용이 위법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일부 운송사는 안전운임제 고시 취소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내년도 안전운임을 결정하는 위원회에 화주들이 불참하겠다고 선언했다. “본격적인 제도 파행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화물연대).

문재인 정부는 안전운임제를 한시적으로만 도입해 이런 문제를 야기한 책임이 있다. 더구나 지금 화주들의 반발에 거의 손을 놓고 있다.

정부의 개혁 염원 배신은 매번 이런 식이었다. 개혁을 약속했다가(안전운임제 시행도 문재인의 공약이었다) 사용자와 우파 정치인들을 핑계 대며 후퇴를 거듭해 왔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누더기로 통과시킨 것은 최근의 한 사례일 뿐이다. 정부는 말로는 노동자들의 요구를 수용할 것처럼 하다가 결국 기업주의 편을 들어줬고, 지난 9월 말 그마저 후퇴시킨 시행령까지 공포했다.

설사 정부가 일단 소나기(화물연대 파업)를 피하고 보자며 대화 제스처에 나선다 해도, 노동자들의 만만찮은 저항에 떠밀리는 상황이 아니면 쉽사리 양보하려 들지 않을 것이다. 임기 말 정부가 노골적인 친기업 노동 탄압에 나선 상황에서 말이다. 정부는 대선을 앞두고 기업주의 반발을 불러일으키는 일을 피하려 할 것이다.

경제의 동맥

친사용자 언론들은 화물연대의 파업 예고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경제도 어려운데 “물류 대란 초읽기”라며 비난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장이자 (LG의 사촌기업) LS그룹의 회장 구자열은 세계적 물류 대란으로 인한 수출 중소기업의 고충을 피력하며 “안전운임제로 인한 부담까지 커졌다” 하고 한탄했다.

화물연대가 실제 파업에 돌입하면, 정부와 사용자들, 그 언론들은 비난 세례를 퍼부을 것이 뻔하다. 가뜩이나 세계적 물류 공급난이 미칠 파장을 걱정해 긴급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데, 노동자들이 경제에 찬물을 끼얹어서야 되겠냐면서 말이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인건비 절감을 바라는 사용자의 요구에 희생될 이유가 없다. 화물 노동자들은 그동안 낮은 운임에 목숨을 내놓고 위험한 곡예를 벌이며 한국 경제에 이바지해 왔다.

무엇보다 화물 노동자들은 정부와 사용자들에 맞서 양보를 얻어 낼 잠재력이 크다. 물류산업은 국가 경제의 중추적 구실을 한다. 그중에서도 육상 화물운송은 물류산업의 동맥과도 같은 존재다. 국내 물류 물동량의 90퍼센트 이상이 도로 운송으로 이뤄지고 있다.

연말 특수를 앞두고 국제적 물류 공급망에 연쇄 타격을 가하고 있는 물류 대란은 화물 노동자들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구실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 준다.

미국과 영국 등에서는 정부의 이주노동자 배척 정책으로 화물운송 분야에서 노동력이 크게 줄었다. 또, 지난 몇 년간 더 악화된 급여 수준과 근무조건 등으로 화물 노동자들이 이 산업에서 떠나갔다.

마트 선반이 비고, 주유소 기름이 동나자 이달 초 영국 정부는 이주노동자들을 다시 끌어들이기 위해 임시 비자를 발급하기로 했다. 미국 정부는 로스앤젤레스항 등지의 병목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항만을 주 7일 24시간 풀가동하고, 군 병력까지 투입하기로 했다.

그러나 내년 상반기까지 위기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이런 임시 방편은 장기적으로 위기를 해결하지 못할 것이다.

한국도 세계적 물류 대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상대적으로는 아직 타격이 덜하지만, 일부 신선·냉동 식품 품귀 현상이 나타나고, 우유와 고깃값까지 오르고 있다. 해운 운임이 고공행진하면서 제조업체들도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물류 관련 태스크포스를 잇달아 가동하며 긴급 대책 마련에 나섰다. 중소 수출기업에 임시 선박을 투입하고 금융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잠재력

물류 공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노동자들은 사용자들을 압박할 기회가 있다. 공급망이 중단되면 사용자는 더욱 취약해지고 노동자는 경제의 주요 부문을 중단시킬 수 있는 엄청난 힘을 가질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일손이 부족해지자 해외의 일부 기업은 화물 노동자의 시간당 급여를 일시적으로 인상하거나, 약간 인상했다. 영국의 유나이트(운수일반노동조합과 통합기계공전자노동조합의 통합 노조) 소속의 일부 노동자, 가령 1500곳 이상의 편의점에 물품을 배달거나, 일부 건설 프로젝트에 건조 시멘트를 수송하는 노동자들은 사측의 부족한 임금 인상안을 거부하고 파업을 결의했다.

국제운수노련은 “화물 노동자에게 합리적인 보수와 노동조건을 제공하라” 하고 요구하고 있다.

한국의 화물 노동자 투쟁은 이런 국제적 저항의 일부다. 물론, 한국은 인력 부족이 심각한 상황이 아니다. 그럼에도 지금 기업주들은 3~4배 이상 껑충 뛴 해운 운임을 감수하면서도 컨테이너를 확보하려고 혈안이다. 그런데 화물연대 파업으로 정작 싣고 온 물동량을 적시 적소로 운송하지 못한다면, 경제 전체에 미치는 효과는 상당할 수 있다. 그것은 정부와 사용자들이 정말 피하고 싶은 일이다.

반면, 노동자들에게는 노동조건 개선을 얻어 낼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최근 SPC 사측이 합의를 이행하지 않고 파기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데, SPC 투쟁 연대를 결합시키는 것도 안전운임제 투쟁에 이로울 것이다. 광범한 연대로 SPC 화물 투쟁에서 성과를 낸다면, 더 많은 화물 노동자들의 자신감을 높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화물 노동자들이 20년 가까이 요구해 온 안전운임제를 성공적으로 쟁취할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