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기후 위기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답은 ‘아니오’입니다.”

최근 유튜브에 올라온 한 영상의 제목과 섬네일로, 개인적 실천으로는 기후 위기를 해결할 수 없고 사회가 바뀌어야 한다는 내용의 영상이다. 결론이 혼란스럽기는 하지만 이 영상은 ‘탄소발자국’ 개념이 화석연료 기업의 책임 전가용 마케팅에서 비롯했다고 폭로도 한다.

기후 위기, 불평등, 재앙 ― 마르크스주의적 대안 장호종, 마틴 엠슨 외 지음, 책갈피, 624쪽, 24,000원

이 영상을 만든 채널은 구독자가 1700만 명에 달하고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교양지식 채널 ‘쿠르츠게작트’다. 빌 게이츠의 재단에서 후원을 받는 인기 유튜브 채널의 이런 메시지는 기후변화 논의의 지형이 개인적 실천을 강변하던 것에서 사회가 변해야 한다는 쪽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간 것을 보여 준다.

기후변화 논의에서 중요하게 바뀐 것이 또 있다. 기후 위기 대응과 불평등 문제를 함께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단히 강력해졌다. 미국의 사회주의자 국회의원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가 “그린뉴딜”을 주장해서 큰 반향을 일으킨 것이 대표적이다.

마르크스주의자들이 오랫동안 선도적으로 이런 방향 전환을 주장해 왔다는 건, 자부심을 크게 가질 일이다. 하지만 논의 지형이 바뀌면서 기존 분석에 살을 더할 필요가 생겼다.

예컨대, ‘사회가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는 게 구체적으로 무엇을 가리키는가? 이에 대해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사라져야 하는 것은 자본주의 그 자체라고 답변해 왔지만, 이제는 “화석연료 경제”, “육식 위주의 체제”, “성장 만능주의 문명”, “탐욕 사회” 등등 온갖 대안들과 공통점과 차이점을 더 분명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

그린뉴딜, 정의로운 전환을 표방하며 기후 위기와 불평등을 동시에 해결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부상한 운동들에 대해서도 균형 잡힌 입장을 내놓아야 한다. 채식주의나 핵발전처럼 전보다 위상이 높아진 대안에 대해서는 그에 걸맞은 분석이 필요하다.

장호종 기자가 쓰고 엮은 《기후 위기, 불평등, 재앙》은 바로 그런 필요에 부응하는 책이다. 개인적으로는 내가 10년 전에 번역했던 《기후 위기와 자본주의》(책갈피)가 시대에 뒤처진다고 느끼던 터였기 때문에 이 책의 출간이 더 반갑다.

자본주의

신간은 총 5부로 이뤄져 있는데, 1부와 2부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1부에서는 자본주의 그 자체가 기후 위기의 원흉임을 논증한다. ‘화석연료 산업이 경제의 핵심에 있다’는 흔한 레퍼토리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이 책은 한 단계 더 깊게 들어간다.

예컨대, ‘화석연료에 대한 구제불능의 집착’에 관한 장은 화석연료가 광범하게 쓰이게 된 역사로 독자를 안내한다. 자본주의가 아직 걸음마 단계에 있어서 임금 노동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던 시기와 폭발적으로 성장해서 세계대전을 두 번이나 일으킨 시기를 살핀다. 구체적인 상황은 전혀 달랐지만 기업과 국가가 화석연료 사용을 사회에 관철시켰다는 점만은 같았는데 다른 기업·국가와의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서였다. 자본주의를 그대로 둔 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왜 요원한지 이해할 수 있다.

여전히 화석연료에 기대는 자본주의와 그 지배자들 G20 국가들은 지난해에만 화석연료 기업 보조금으로 4400조 원 가량을 지급했다 ⓒ출처 Cameron Laird

농업과 생물다양성 문제를 다루는 글들은 이 책에서 내가 가장 재미있게 읽은 대목이다. 이 문제들에서 자본주의를 원인으로 지목하는 분석은 아직 국내에 많이 소개되지 않았는데 이 책에서 접할 수 있다.

예컨대, 오늘날 축산업뿐 아니라 농업도 생태계를 파괴하고, 그것도 아주 많이 파괴한다. 마틴 엠슨은 먹거리를 만드는 모든 산업이 이처럼 반생태적으로 굴러가는 것은 자본주의의 가장 원초적인 동학 탓이라는 것을 설명한다. 아몬드를 싼 값에 재배하기 위해 캘리포니아의 토양이 오염되고 있고, 이를 떠받치려고 미국 전역에서 벌을 천문학적 규모로 키워서 공급해야 하는 상황을 설명하면서 저자는 이렇게 요약한다. “현대 농업의 ‘신진대사 균열’을 이보다 더 잘 보여 주는 사례도 없을 것이다.”

멸종 위기와 생물다양성 문제를 다루는 글의 경우, 자연보전운동 내 여러 흐름과 쟁점을 다루는데, ‘인간에게 자연은 무엇인가? 반대로 자연에게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 하는 수준으로까지 논의를 끌어 올린다. 인간 문명이 근본적으로 반생태적이라는 주장에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이 글에서 확실한 해독제를 발견할 것이다.

그린뉴딜

2부에서는 그린뉴딜과 정의로운 전환을 표방하며 기후 위기와 불평등을 함께 해결하려는 운동들을 다룬다.

먼저 미국의 바이든이나 유럽연합, 중국 등 세계 지배자들의 기후 위기 대응은 턱없이 부족하고 이를 “그린뉴딜”이라고 부르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한다. 문재인 정부의 구상도 비슷한 눈속임이라고 비판한다.

실제로 이 책이 나오던 날, G20 정상(한국 포함)은 화석연료 보조금을 4년 더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G20 국가들은 (유가 보조금 등의 소비자 지원금이 아닌) 화석연료 기업 보조금으로만 지난해 380억 달러(약 44조 원)를 지급했다!

이들보다 진지한 그린뉴딜 구상에 대해서는 “정부의 강력한 경제 개입과 대규모 재정지출”을 촉구한다는 점에서 배출권 거래제 같은 시장주의적 대안이나 소규모 공동체적 해결 같은 온건한 개혁보다 진일보한 제안이라고 평가한다. 하지만 진정한 그린뉴딜을 이루려면 자본주의 국가 자체에 도전해야 하고, 그래서 자본주의 틀 안에서 국가를 바꾸려는 개혁주의 전략은 목표에 도달할 수 없다고 비판도 한다.

이어서 정의당과 국내 녹색당의 그린뉴딜 구상,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민주노총 내의 여러 시도를 구체적으로 평가한다. 그런 평가에서 마르크스주의 국가론이 뼈대 구실을 한다. 여기에 미국의 샌더스와 오카시오-코르테즈, 독일 녹색당, 그리스의 급진좌파 정당 시리자, 영국의 루카스 플랜 등 국내 개혁주의자들이 모델로 삼는 해외 개혁주의자들의 경험은 살을 더해 준다.

이처럼 해외 사례를 국내 맥락에 맞게 소화해서 독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것은 필자 장호종과 박설이 오랫동안 〈노동자 연대〉에서 한국의 좌파 정치와 환경 및 노동운동에 대해 취재하고 글을 써 왔기 때문이다. 그린뉴딜과 정의로운 전환에 진심인 독자들이라면 그냥 넘겨 볼 수 없는 귀중한 조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3부와 4부에서는 기후 운동 내 대표적 논쟁들을 다룬다: 탈성장론, 과잉인구론, 채식주의, 체제를 바꾸기엔 시간이 부족하다는 주장, 핵발전 활용론. 핵발전 논쟁은 국내에서는 특히 뜨거운 감자인 만큼 요모조모 따져 보는 여러 글들이 실려 있어서 유용하다.

5부에서는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생태 사상과 그에 기초한 혁명적 전망을 소개하는데, 이 책에서 여러 번 언급되는 “인간과 자연의 신진대사”라는 개념을 이해하는 데에 특히 도움이 된다. 이 부분은 몇 해 전 내가 번역한 노동자연대 소책자 《삐딱이를 위한 환경 가이드 — 마르크스와 반자본주의 생태학》를 업데이트해서 실은 것이다.

서두에서 말했듯 “기후변화가 아니라 체제 변화”라는 구호의 영향력이 커지는 방향으로 논의 지형이 바뀌었다. 하지만 그만큼 “체제 변화”라는 말이 가리키는 내용도 동상이몽인 경우가 많다. 이 책의 필자들은 국적과 성별, 배경이 저마다 다르지만 한데 모아놓아도 일관된 메시지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기후 문제에 대한 여타의 글 모음집과는 성격이 다르다.

그런 높은 수준의 응집력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이 책의 모든 필자들이 일상적이고 국제적인 수준에서 실천과 평가를 공유하는 덕분이다. 이런 응집력은 적절한 계기를 만나면 강력한 영향력으로 바뀔 수 있고, 당신이 이 책을 읽고 그런 활동에 함께한다면 그 시기는 더 일찍 찾아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