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인터뷰(10월 31일)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정의당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함께 이길 수 있는 길을 국민이 제시해 줄 것[이다.]” 사실상 단일화 압박이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기성 양당제 비판으로 답했다.

“염치없는 양당 정치는 또 차악의 선택을 강요[합니다.] ... 34년간 번갈아 집권해 온 양당은 서로 싸우면서 또 닮아 왔습니다. 양당 체제 안에는 오직 신·구 기득권만 있습니다.”

여영국 정의당 대표도 11월 1일 당 대표단 회의에서 이재명과 민주당을 다 공격했다.

“불평등을 확대하며 촛불을 배신하고, 탄핵당한 적폐세력을 화려하게 부활시킨 더불어민주당 정권은 심판의 대상[입니다.]”

정의당이 민주당과 좌파적으로 차별화하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다. 비록 정의당의 선거 전망이 다소 밝게 보이지 않을지라도 노동자와 변화 염원 대중의 목소리가 더 크게 대변돼야 한다.

10월 31일 정의당 전국위원회에서 대선 후보로 인준된 심상정 ⓒ출처 정의당

그런데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연립 정부가 가능하다는 주장을 먼저 한 쪽은 심상정 후보였다. 물론 이는 협상을 통해 정책과 내각 구성 등에서 합의를 이루는 연립 정부를 의미하기 때문에, 지지율이 더 낮은 좌파 후보의 사퇴(후보 단일화)와는 다르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연정 방침을 유지하면서 단일화 압박만 피하려는 건 일관성 없는 메시지로 읽힐 것이다. 민주당의 승리를 위해 정의당이 양보하거나, 민주당-정의당 연립 정부 안에서 정의당이 부차적 구실을 하게 되는 것에는 같은 논리가 작용한다.

첫째, 그것은 자본주의적 정부를 구성하는 문제다. 자본주의의 틀 안에서 집권하는 연립 정부는 자본주의 경제와 자본주의 국가 안보에 책임을 져야 한다. 지금 같은 세계적 장기 침체와 지정학적 갈등 심화의 시대에는 그 압력이 더 첨예해진다.

둘째, 민주당은 기업인들과 국가 관료층에 책임지려 하고, 정의당은 자신이 참여한 연립 정부의 안정과 유지에 발목 잡혀 민주당에 끌려다니게 될 것이다(아래로부터의 대중 투쟁이 아니라 연립 정부를 개혁의 주체로 상정했으므로).

셋째이자 가장 중요한 문제점으로, 연립 정부에 참여한 정의당은 노동자·서민층의 불만과 행동을 무마하는 구실을 함으로써, 개혁을 위한 진정한 동력인 계급투쟁의 활성화를 방해한다.

결국 아래로부터 대중 자신의 행동을 통해서가 아니라 자본주의 정부를 통해 위로부터 개혁을 제공하려는 전략은 문제를 낳는 셈이다.

폴란드 출신 독일 혁명가 로자 룩셈부르크는 이렇게 지적했다. “부르주아 정부의 성격은 정부 각료 개인들의 성격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부르주아 사회에서 그 정부가 수행하는 유기적 기능에 달려 있다. … 계급 지배가 지속되는 한 부르주아 정부는 사회주의 정부로 변모할 수 없다. 사회주의자가 부르주아 장관으로 바뀔 뿐이다.”

이런 문제점을 보여 주는 21세기 사례 중 대표적인 것은 아마 이탈리아 재건공산당(리폰다치오네)일 것이다.

2006년 이탈리아에서 급진좌파 재건공산당은 중도좌파 민주당(옛 공산당의 후신)과의 연립 정부에 참여했다. 그래서 부자 감세, 복지 삭감, 노동개악, 특히 아프가니스탄 파병에 협조했다. 이 때문에 지지율이 폭락하자 다음 총선에서는 민주당에 버림받았다.

재건공산당은 한때 당원이 8만 명에 이르렀고, 2000년대 초반 유럽에서 가장 큰 반전·반자본주의 시위들을 조직했다. 선거에서도 100만 표를 훨씬 넘게 득표해 의원단도 보유했었다. 그러나 지금 재건공산당은 축소와 분열 끝에 사라져 버렸다.

더 최신 사례로는 스페인에서 2020년 사회당과 연립 정부를 구성한 포데모스가 있다.

포데모스는 2011년 스페인 “분노한 사람들”의 광장 점거 운동으로부터 출현하고 성장해, 한때 스페인 사회당을 대체할 듯 보였다. 그러나 포데모스는 연정에 참여해 사회당의 긴축과 팬데믹 대응을 지지해 좌파적 신뢰도를 스스로 깎아먹고는 그 1년 만인 올해 지방선거에서 극우 정당들에도 뒤처졌다.

두 연정 사례 모두 명분은 우파의 집권을 막는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투쟁이 자제되고, 우파가 성장했으며, 급진좌파는 속죄양이 됐다.(실패의 책임이 전가됐다.)

정의당은 박근혜 반대 투쟁의 일부로 활동할 때 성장했다.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다 해도 경제·안보 위기가 심각해 새 정부의 입지는 매우 좁을 것이다. 갈수록 실질적 개혁을 제공하는 데 제약이 많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위기의 시대에 개혁을 얻거나 적어도 현 조건을 지키려면 새 대통령이 누가 되든 결국은 대중 투쟁(특히 노동계급의)이 크고 전투적이고 급진적으로 일어나야 한다.

정부 참여로 자멸하려 하지 말고 아래로부터의 대중 투쟁을 지지하고 동참·대변하는 일을 중시해야 한다. 룩셈부르크의 조언대로 야당으로 남아 다음 기회를 노리는 게 옳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