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4일 청와대는 부시가 노무현에게 감사의 친필서한을 보냈다고 발표했다.

“대통령님의 따뜻한 환대에 감사한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이 친구끼리 중요한 현안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를 할 수 있었던 아주 좋은 회담이었다.” 파병 재연장 통과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부시는 노무현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었을 것이다.

지난해 미 대선 유세에서 이라크 파병국을 일일이 언급할 때 한국을 빠뜨릴 정도로 여유가 있었던 부시의 처지는 1년 사이에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지금 부시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미국 내에서도 철군과 감군 논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물론 부시는 지난 11월 30일 해군사관학교 연설에서 “인위적인 철군 일정표는 없다”고 못을 박았다. 그러나 논쟁의 이면에는 끓어오르고 있는 미국 내 반전 여론이 있다. 

노무현 정부의 파병 재연장안이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다. 안타깝게도, 현재로선 파병 재연장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러나 불필요하게 패배감에 빠지거나, 숙명론적 수동성에 빠지는 것 모두를 피해야 한다. 

올해 말 파병 재연장 반대 투쟁은 실제 그것을 좌절시키겠다는 것보다는 항의 투쟁의 성격이 짙다. 사실, 파병 재연장 자체를 막으려면 적어도 수십만 규모의 시위(탄핵반대 시위처럼) 또는 노동자들의 실질적인 파업이 벌어져야 가능하다. 그러나 전쟁동맹이 위기 상황인 것만큼 한국 반전 운동이 대응력을 가지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므로 이 투쟁은 더 장기적인 반전 운동의 일환이라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아무런 저항과 항의 없이 파병 재연장안이 통과되도록 놔두는 것은 앞으로의 반전 운동을 위해서 적절치 않을 것이다.

이런 면에서 파병 재연장에 반대하는 12월 17일 투쟁은 매우 중요하다. 물론 12월 17일 투쟁의 규모가 크지 않을 수 있다. 더구나 파병 재연장안의 국회 통과 이후에 집회가 열리게 된다면 김 빠져 보일 수도 있다. 그리고 한국 운동의 파편성 때문에 다른 쟁점에 집중하고 있는 좌파들의 도움이 인색할 수도 있다. 예컨대, 12월 4일 민중대회를 파병반대국민행동이 공동주최했지만, ‘다함께’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좌파가 파병 재연장 반대를 심각하게 취급하지 않았다. 

지난 호 〈다함께〉에서도 언급했듯이 “만약 올해 파병 재연장을 좌절시키지 못하더라도 노무현에게 점점 더 큰 위험이, 반전운동에 더 큰 가능성이 열릴 수 있음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미 미국의 반전연합체 전쟁중단인종차별종식즉각행동(ANSWER)는 내년 이라크 개전 3주년 행동을 호소하고 있다.

12월 10일 런던에서는 알 사드르 운동의 대표를 포함한 이라크 대표들과 신디 시핸을 포함한 미국 반전 운동의 대표들, 영국 반전 운동의 대표들이 모여 국제평화회의를 개최하고 국제 반전 운동의 전망을 밝힐 계획이다. 미국과 영국 같은 야수의 심장을 허물고 있는 운동과 이라크 저항이 조우하는 매우 중요한 회의가 될 것이다.

지금껏 반전 운동 안에서 핵심적 구실을 해 온 〈다함께〉 지지자들은 국회 일정과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굳건히 12월 17일 투쟁 건설을 지속해야 한다. 이 투쟁을 내년과 앞으로 벌어질 더 큰 판돈을 둘러싼 투쟁의 디딤돌로 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