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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안전 포스터에 여성 노출 사진이 웬 말?:
사측의 여성 차별을 시정한 작은 실천

나는 울산 현대중공업 노동자다. 어느날 내가 속한 부서의 팀 사무실에 갔다가 노동자들 사물함에 사측이 붙여 놓은 포스터가 눈에 들어 왔다. 포스터에는 노출이 심한 옷을 입은 여성 사진과 그 주위에 안전 활동을 강조하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현대중공업 노동자들 사물함에 붙은 여성 차별적인 포스터(왼쪽)가 필자의 항의로 교체됐다(오른쪽)

회사는 노동자들 사물함에 가족이나 풍경 사진이 있는 포스터를 부착해 안전 의식을 강화하려고 한다. 개인의 안전 의식을 강화해 산재를 예방하겠다는 의도에 별로 동의하진 않지만, 반대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여성의 신체를 대상화하는 사진으로 안전 의식을 강화하겠다는 것은 상당히 불쾌한 일이었다.

현대중공업은 남성 노동자가 다수다. 내가 속한 부서 역시 사무직 노동자 몇 명을 제외하면 모두 남성이다. 그래서 이런 일에 문제 제기 했다가 “남자밖에 없는데 뭐가 문제냐?”, “대의원이 별나네!”라는 소리를 들을까 봐 걱정도 됐다.

하지만 여성과 남성 노동자의 단결을 추구하는 활동가로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더욱이 나는 그간 〈노동자 연대〉 신문에서 여성 차별에 반대하고 이런 일에 침묵해서는 안 된다고 배웠다.

나는 관리자를 찾아갔다. 문제의 포스터를 보여 주며 문제 제기 하고, 다른 것으로 변경해 달라고 요청했다. 내 말을 들은 관리자는 민망해 하며 다른 포스터로 교체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다음 날 다른 포스터로 변경됐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여성은 차별받고 있다. 여성 차별은 남성 노동자들에게도 나쁜 영향을 준다. 여성 차별이 완화되는 게 남성 노동자들에게도 이익이다. 따라서 여성과 남성 노동계급이 단결하여 함께 여성 차별을 반대해야 한다.

이번 일은 작지만 그런 단결에 보탬이 된 일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