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원이 있던 자리에 키오스크(무인 주문·계산대)가 세워진 모습은 이제 익숙한 풍경이 됐다.
이런 추세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더 가속화됐다.
특히 유통산업과 프랜차이즈 식당에서 기술 도입 속도가 빠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키오스크를 도입한 매장은 버거킹 92.4퍼센트, 롯데리아 76.6퍼센트, 맥도날드 64.3퍼센트에 이른다.
이마트 등 한국 유통업계는 무인 수퍼마켓 ‘아마존고’를 롤모델로 삼고 자동화에 박차를 가해 왔다. 매장 내 고객을 수많은 카메라로 감지해서 고객이 가져간 상품의 가격을 자동으로 결제하는 시스템이다. 이마트24와 GS25도 일부 매장을 자동화 시범 매장으로 운영하고 있다.
제조업에서도 첨단 정보통신 기술과 로봇을 투입해 자동화 수준을 높힌 ‘스마트공장’이 늘었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설치된 무인 계산대 ⓒ이미진
주류 언론들은 이런 추세를 보도하면서, 자동화 기술과 인공지능 발달로 이제 노동자 없이도 경제가 굴러가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자동화는 여러 산업에서 일자리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사용자들이 노리는 바도 이것이다. 사용자들은 자동화 기술로 인건비를 줄이려 한다.
지난 5년 사이 대형마트 3사(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에서 일자리 1만 1334개가 줄었다. 이 과정에서 계산 업무를 맡는 노동자들이 강제 전보 당하는 등 노동조건이 크게 악화됐다.
자동화 기술을 도입하며 인력을 감축하는 일은 공기업에서도 벌어진다. 고속도로 요금소에 수납 업무를 없애려는 ‘스마트도로’ 정책 때문에 톨게이트 수납원 노동자들은 대량 해고 위기에 맞서 투쟁해야 했다. 코레일네트웍스 노동자들도 주차 무인화 도입과 인력 감축에 맞서 투쟁해 왔다.

노동의 종말?

자본가들은 언제나 가능한 적은 노동자를 고용하거나 전혀 고용하지 않는 생산을 꿈꿔 왔다.
인간과 달리 기계는 쉬는 시간도 필요 없고 불평불만도 없다. 당연히 성가신 노조나 파업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자동화 기술이 확산되는 경향은 더 근본적인 자본주의의 동학에서 비롯한다.
자본가들은 경쟁 상대를 제치기 위해 생산성 높은 최신 기계와 설비에 투자한다. 이런 노동절약형 신기술 도입으로 자본가들은 인력을 감축하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그래서 이윤 경쟁에서도 더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
그러나 자본가들이 제아무리 애를 써도 노동자들에게 의존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떤 부문은 자동화 기술이 도입돼 일자리가 줄 수 있지만, 또 다른 부문에서는 새 기술 때문에 고용이 확대되기도 한다.
예컨대, 지난해 롯데쇼핑과 이마트는 매장에서 약 3000명을 감축했는데, 코로나19로 온라인 쇼핑이 크게 확대되자 배송 인력은 경쟁적으로 늘려 왔다. 홈플러스는 현재 1300대인 온라인 주문 배송 차량을 3년 내에 3200대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대형마트들은 쿠팡과 마켓컬리 같은 경쟁자들을 따라잡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매장으로 상품을 운송할 사람도 여전히 필요하다. 최근 벌어진 세계적인 물류 대란이 보여 주듯이 자본가들은 화물 노동자들에게 의존하고 있다. 상품을 직접 생산하는 사람들에게 의존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때로는 무인화 기술 발전으로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기도 한다. 금융권에서 인공지능 상담원인 챗봇 관리와 빅데이터 처리를 위해 최근 IT 인력을 상당히 늘렸다.

이윤의 원천

자본가들에게는 언제나 인간의 노동이 필요하다. 자본가들은 마치 노동자가 없어도 이윤을 낼 수 있을 것처럼 굴지만 말이다.
인간의 노동만이 상품에 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 자본가들은 노동자를 착취함으로써만 이윤을 축적할 수 있다.
개별 자본가들이 노동절약적 자동화 기술을 도입하는 것은 경쟁자를 제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체제 전체에서 장기적으로 보면, 이런 경쟁 때문에 생산수단에 대한 투자가 이윤의 원천(노동력)보다 훨씬 빨리 증가하게 된다. 그러면 결국 이윤율이 하락한다.
마르크스는 이를 이윤율 저하 경향이라고 불렀다. 이윤율 저하 경향 때문에 자본 투자가 둔화되고 결국 경제 위기로 이어진다.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에 대한 기대 섞인 예측들이 나오지만, 자동화 기술은 자본주의 자체에 내재된 모순을 해결하지도 못하고, 오히려 이 모순이 심화되는 데 일조한다.
그래서 자본가들은 자동화 기술을 도입하면서도 남아 있는 노동자들을 최대한 쥐어짜서 더 많은 가치를 뽑아내려 한다. 예컨대, 마트 노동자들은 인력이 줄어 쉴 틈도 없이 더 많은 일을 처리해야 한다.
이는 반대로, 무인화 기술 도입으로 조건을 공격받는 노동자들도 자본가의 이윤에 타격을 주는 투쟁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무인화 기술 때문에 노동자들이 힘이 없어졌다거나 이제 사라질 것이라는 건 잘못된 관측이다. 자본가들은 신기술을 도입하며 한 무리의 노동자들을 해고할 수 있을지라도, 다른 부문에서는 ‘자신의 무덤을 팔 사람들’을 만들어 내 왔다.
또한 무인화 기술들은 하루아침에 손쓸 새도 없이 도입되지 않는다. 대체로 수년간 시간을 두고 도입되고, 그 기술을 가동할 기존 노동자들의 협조도 필요하다. 그러므로 노동자들은 새로운 기술 도입 조건을 둘러싸고 투쟁할 힘이 있다.

이 글은 본지 389호 ‘무인화 기술의 발달로 자본주의는 노동자 없이 굴러가게 될까?’를 많이 참고해서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