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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수정판):
‘2차가해’ 처벌 규정은 일종의 보안법이다

말뜻을 좀 더 분명히 하기 위해 약간의 부연 설명을 추가했다.(2021년 11월 18일)

이 기사를 “노동조합도 민주주의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와 함께 읽으시오.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가 노동자연대 단체와 연대 중단을 결정한 것은 절차와 내용 모두 문제가 많았고, 정치적으로도 정당성이 없는 결정이었다.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는 김수경 민주노총 여성국장 자신이 “[사건의]실체는 중요하지 않고 알 필요도 없다”(민중공동행동에서 노동자연대 축출할 때 한 말)고 인정한 사건을 놓고, 또 노동자연대를 상대로 청문도 하지 않은 채 노동자연대의 ‘2차가해’를 문제 삼아 연대 중단을 결정했다.

‘2차가해’ 금지 규정은 말을 처벌하는 것이다. 또한 성폭력 은폐 등 실제 부당한 행위만을 처벌하는 것도 아니다. 언어폭력이라는 말이 있지만, 그것은 “말로써 온갖 음담패설을 늘어놓거나 욕설, 협박 따위를 하는 일”(표준국어대사전)을 가리키는 말이다. 노동자연대 단체가 그런 짓을 했는가?

‘2차가해’ 처벌 규정은 보안법과 닮았다. 첫째, 말을 금지하고 처벌하는 것은 민주적 기본권 중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다. 그래서 보안법을 비판하는 것 자체도 보안법 위반인 것과 비슷하게 ‘2차가해’ 개념과 관행을 비판하는 것도 ‘2차가해’로 취급된다.

혐오 표현은 안 된다고? 이는 ‘2차가해’가 보안법과 닮은 둘째 이유로 자연히 이어진다. ‘혐오’ 개념이 무분별하게 확장되어 쓰이는 것처럼 ‘2차가해’도 모호하기 짝이 없는 개념이어서 무분별하고 과도하게 적용되는 바람에 곳곳에서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사실관계를 바로잡고자 하는 시도도, 진상조사 요구도 ‘2차가해’로 낙인 찍으며 이성적 토론을 불가능하게 만들어, 재갈 물리기 수단이라는 비판이 많다. 성 관련 사건은 각각 그 자체로 구체적으로 접근하고, 증거·증언에 근거해야지, ‘2차가해’라는 추상적 교리를 들이밀면 “피해자가 가해자로, 가해자가 피해자로” 취급받는 일이 다반사로 생긴다.

셋째, ‘2차가해’ 처벌 규정이 보안법과 닮은 또 다른 점은 둘 다 예외론이라는 점이다. 헌법이 최상위 법이라지만, 실제로는 보안법이 사실상 최상위법이라는 건 범좌파 진영이 지난 40여 년 간 경험해 온 바다. 왜 보안법이 헌법보다 사실상 상위 법인 건가? 헌법의 예외 조항이 보안법으로 특화돼 있기 때문이다. 헌법 37조 2항: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

어떤 점에서 ‘2차가해’ 무기는 보안법보다 더 나쁜 면이 있다. 운동 속에서 라이벌과 반대자, 이견자를 배제하는 데 전가의 보도처럼 이용하는 일이 흔히 벌어져 왔다. 그 결과 운동을 사분오열케 만들고 그 결과 지지부진하게 만들어 우파에게 득이 된다. 이미 청년들 사이에서 그런 반발의 조짐이 상당히 나타났는데, 문재인에 대한 환멸과 결합돼 윤석열이 득을 보고 있다.

성폭력 피해 여성들을 위한다는 본뜻을 넘어 도덕가연하며 운동 안에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사람들은 이런 의도치 않은 위선적인 결과들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