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3일 호주 의회는 총리 존 하워드가 내놓은 반테러법안(Anti-Terrorism Bill)을 통과시켰다. 존 하워드는 법안 통과 하루 전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호주에 테러 공격 위협이 존재한다며 반테러법안 통과를 촉구했다.

이 법안에 따르면, 경찰은 ‘반정부적’ 행동(테러를 비롯해)을 선동하거나 표현하는 모든 단체와 개인을 영장 없이 무기한 구금할 수 있게 된다. 실제로, 반테러법이 통과된 지 일주일 만에 호주 정부는 시드니와 멜버른에서 17명의 무슬림을 테러 용의자로 체포했다.

그러나 경찰은 이들이 테러 용의자임을 입증하는 어떠한 확실한 증거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호주 정부는 불법체류 이주자들과 그 자녀까지 아무런 재판 없이 강제수용소에 무기한 감금하는 악명 높은 이민정책으로 유엔 인권위원회의 비난을 사고 있다.

현재 그러한 강제수용소에는 총 7천4백72명의 이주자들이 감금돼 있다. 지난 5년 간 감금된 어린이는 무려 4천 명에 달한다.

특히 9·11 테러와 발리 폭탄 테러 이후 존 하워드는 무슬림을 속죄양 삼아 호주의 사회적 위기에 대한 책임을 떠넘기고 국가 통제를 강화하려 해 왔다. 그러한 노력의 결정판이 바로 이번에 통과된 반테러법이다.

반테러법은 사상·집회·결사의 자유를 억압하는 시민적 권리에 대한 명백한 공격이다. 반테러법은 테러 행위를 “정부 정책에 대항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각종 시위와 파업 행위도 때로 반테러법 위반으로 간주될 수 있다.

또한 반정부 표현을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법적 처벌이 가능해 사상과 토론의 자유를 가로막는 호주판 국가보안법이라 할 수 있다.

호주의 좌파는 이번 반테러법 통과가 최근 60만 명의 호주 노동자들을 거리에 나오게 만든 새로운 노사관계법 추진과 연관이 있다고 본다.

즉, 반테러법 제정은 우파 정부의 공격에 맞선 노동자들의 시위와 행동을 봉쇄하고, 운동 안에서 노동자들이 좌파 사상과 가까워지는 것을 막으려는 시도인 것이다.

지난 1960년대에 호주에서 대규모로 일어난 베트남전 반대 운동 이후 기존 호주 형법에 존재하던 내란선동죄가 사실상 폐기된 역사적 경험은 앞으로 호주의 사회운동이 반테러법에 맞서 어떻게 싸워야 할지를 보여 준다.

반테러법 반대 운동과 노사관계법 추진 반대 운동이 결합된다면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