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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시위대 살해한 극우, 무죄 판결:
되풀이되는 부정의에 맞서 저항도 계속돼야

지난해 미국에서 인종차별적인 경찰에 항의하던 시위대에 총을 쏴 두 명을 살해하고 한 명을 다치게 한 극우 카일 리튼하우스가 11월 19일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았다.

공화당 내 도널드 트럼프 지지 파벌 주변에 모여든 극도로 폭력적인 파시스트적 세력은 이번 판결을 흑인과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사람들과 좌파를 공격해도 된다는 신호로 여길 것이다.

조지 플로이드를 살해한 데렉 쇼빈이 지난 4월 유죄 판결을 받아 잠깐 변화가 있는 듯하다가 다시 평소의 부정의로 되돌아간 것이다.

브루클린, 시카고, 포틀랜드, 오클랜드, 보스턴과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에서 즉각 소규모 거리 시위가 벌어졌다.

약 300명 규모의 브루클린 시위에 참가한 션 스테퍼닉은 〈뉴욕 타임스〉에 이렇게 말했다. “이번 판결이 놀랍지도 않아서 시위에 나온 겁니다.

“더는 놀랍지도 않아요. 지난해 그런 일이 벌어지고 조지 플로이드가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했는데도 말이죠.”

사먼 와콰드는 이번 판결이, 무기를 들고 다니도록 극우를 더 부추길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 판결이 시민 불복종 행동에 뜻하는 바는 무엇입니까? 더는 안전하게 시위할 수 없다는 뜻 아닙니까?

“완전히 정의로운 판결을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모든 혐의에 무죄가 선고되다니 정말 참담합니다. 리튼하우스가 아니라 흑인이나 갈색 인종이었다면 진작에 죽은 몸이었을 겁니다.”

유죄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에서는 시위대 약 150명이 주의회 의사당 앞에서 “망할 놈의 시스템 전체가 유죄다”, “정의 없이 평화 없다”, “살인범을 감옥으로” 등의 구호를 외쳤다.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는 시위대가 교도소 출입문을 강제로 열었다.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서는 시위대가 시청에서 연방 정부 건물까지 행진하며 이렇게 외쳤다. “혁명만이 길이다!”

리튼하우스는 2020년 8월 25일 위스콘신주 커노샤에서 벌어진 시위에서 조지프 로젠바움과 앤서니 후버를 돌격 소총으로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시위는 이틀 전 백인 경찰관 러스텐 셰스키가 인종차별적 이유로 흑인 제이컵 블레이크에게 총을 쏜 것을 규탄하기 위해 열린 것이었다.

이 시위는 미국의 경찰 폭력과 인종차별에 맞선 거대한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항쟁 물결의 일부였다.

리튼하우스 재판은 졸속으로 진행됐다. 우파 성향의 판사는 리튼하우스의 “정당방위” 주장을 반박하는 증거를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검찰의 기소를 무력화시켰다.

판사 브루스 슈로더는 법정에서 로젠바움과 후버를 지칭할 때 “피해자”, 심지어 “피해호소인”이라는 표현도 쓰지 말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슈로더는 피고측이 로젠바움과 후버를 “방화범”, “폭도”, “약탈자들”이라고 부르는 것은 허용했다. 슈로더는 리튼하우스가 극우 사상을 지지한다는 증거도 기각했다.

커노샤에서 살인을 저지르기 전 리튼하우스는 돌격 소총으로 ‘좀도둑들’을 쏠 준비가 됐다고 공공연히 말했다.

사진들

지난해 말 보석으로 풀려난 리튼하우스는 “화이트 파워” 손짓을 하거나 극우 단체 ‘프라우드 보이스’ 회원들과 사진을 찍으려고 포즈를 잡는 모습이 목격됐다.

슈로더는 “좀도둑들을 쏴 버리겠다”는 리튼하우스의 말과 시위대 살해 행위 사이의 연관성을 부정했다. 지난주 법정에서 울린 슈로더의 전화벨 소리는 리 그린우드의 ‘미국을 축복하소서’였다. 도널드 트럼프가 집회에서 사용했던 이 곡은 그의 지지자들이 자신의 것으로 여기는 노래다.

지난해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이 계속되고 있을 때 트럼프는 대선 후보 토론에서 ‘프라우드 보이스’에게 “물러서서 대기하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누군가가 ‘안티파’와 좌파들을 처리해 줘야 한다”고도 했다.

리튼하우스가 시위대를 살해하자 트럼프는 리튼하우스를 옹호했다. 트럼프는 리튼하우스가 “정당방위”를 했다고 언론에다 주장했다.

나중에 유출된 메모에 따르면 트럼프는 국토안보부 관료들에게 리튼하우스가 “소상공인들을 지키는 데에 힘을 보태려고 소총을 들고 폭동 현장에 갔다”고 분명하게 밝히라고 지시했다. 공화당 하원의원 마저리 테일러 그린도 리튼하우스를 옹호하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리튼하우스를 비난하면서 자신을 남성이라고 밝힌 실명 인증된 트위터 계정들, 논평가들보다 리튼하우스가 훨씬 더 남자답다.”

판결 이후, 플로리다주 공화당 하원의원이자 트럼프의 협력자인 맷 게이츠는 리튼하우스를 인턴으로 채용하고 싶다고 밝혔다.

애리조나주 공화당 하원의원 폴 고사는 리튼하우스 채용을 놓고 게이츠와 “팔씨름”을 하겠다고 했다. 고사는 자신이 좌파 의원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를 살해하는 내용을 담은 애니메이션 영상을 SNS에 게시했다가 지난주에 징계를 받은 자다.

리튼하우스 판결은 사법 체계의 부정의와 인종차별을 보여 주는 또 다른 사례다.

일간지 〈보스턴 글로브〉의 조사 결과,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한 2020년 5월 25일부터 2021년 9월 30일 사이에 차량 최소 139대가 시위대로 돌진해 최소 100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 중 운전자가 기소된 경우는 절반도 안 되고, 중범죄로 처벌받은 운전자는 4명에 불과했다.

설상가상으로 공화당 의원들은 이런 공격에 호응해 시위 참가자를 친 운전자를 법적 대응으로부터 보호해 주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미 플로리다·아이오와·오클라호마주에서는 이런 법이 통과됐다.

한편 2020년 2월 조지아주 브런즈윅에서 조깅을 하던 아머드 아버리를 추격해 총으로 쏘아 죽인 백인 3명에 대한 판결이 다음주에 나올 예정이다.

그레고리 맥마이클과 트래비스 맥마이클 부자, 윌리엄 “로디” 브라이언은 중죄 실행 중의 살인, 가중 폭행, 불법 감금 혐의로 재판 중이다.

맥마이클 부자는 아버리가 강도인 줄 알았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검찰은 아버리가 범죄를 저지른 증거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아버리에게 치명탄을 쏜 트래비스 맥마이클은 아버리가 자신을 공격하고 자신의 산탄총을 움켜쥐었기 때문에 “생사가 달린” 결정을 찰나에 내려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주 검찰은 트래비스 맥마이클을 심문하며, 지금 맥마이클 부자는 아버리에게 시민체포권을 행사하려 했다는 논리로 스스로를 변호하고 있지만, 처음에는 경찰에 그런 얘기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맥마이클은 아버리가 무장하지 않았었고 그들에게 위협이 되지 않았다고 시인했다.

이번 주 피고측 변호사는 아버리 가족과 함께 앉은 “흑인 목사들이 더는” 재판 방청을 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해 공분을 샀다.

피고측 변호사는 평등권 운동가 앨 샤프턴을 법정 밖으로 쫓아내 달라고 판사에게 요청했다. 샤프턴이 배심원단에 영향을 끼치려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판사는 변호사의 요청을 기각했다.

변화를 일시적인 것에 그치지 않게 할 유일한 방법은 미국에서 2600만 명을, 전 세계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거리로 불러 모은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을 되살리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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