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캘리니코스는 런던대학교 킹스칼리지 유럽학 명예교수이자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 중앙위원장이다.


강대국 간 충돌, 심지어는 강대국 간 전쟁이 촉발될 수도 있는 매우 위험한 두 지역이 있다. 하나는 동·남중국해다. 그곳에서는 중국이 여기저기서 영유권을 주장하며 인접국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다른 하나는 러시아와 유럽연합의 접경지다.

둘 중 더 위험한 쪽은 아마 동·남중국해일 것이다. 여기서는 미국과 중국이 충돌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특히 대만을 둘러싸고 그럴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먼저 충돌이 벌어질 수 있는 곳은 러시아와 유럽연합의 접경지이다. 거기서는 두 나라가 충돌의 고리가 되고 있다. 바로 벨라루스와 우크라이나이다. 두 나라는 오랫동안 혁명 전 러시아 제국의 일부였으며 1991년 옛 소련이 붕괴하고 나서야 러시아의 지배에서 벗어났다.

두 나라는 문화적·정치적·경제적으로 러시아와 유사하고 밀접하면서도 긴장 속에 있는 복잡한 관계를 러시아와 맺고 있다. 두 나라는 1991년 이후 러시아와 서방 사이에서 줄타기를 했다. 그러다가 벨라루스는 러시아 쪽으로, 우크라이나는 서방 쪽으로 더 가까워졌다. 독립 이후 벨라루스의 초대 대통령을 지낸 알렉산드르 루카셴코는 2020년 부정 선거로 다시 당선하고 저항을 분쇄한 뒤부터 러시아 독재자 푸틴의 지원에 기대어 왔다.

러시아와 유럽연합의 접경지에서 군사적 긴장이 커지고 있다. 크림반도에서 훈련 중인 러시아 군대 ⓒ출처 리아 노보스티

지난 몇 주 동안 벨라루스와 유럽연합의 대치가 고조돼 왔다. 필시 푸틴의 부추김을 받은 루카셴코가 유럽연합의 제재에 대한 보복으로 이주민들과 난민들을 폴란드 국경으로 몰아냈기 때문이다.

한편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와의 전쟁을 경고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근에는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국장 킬릴로 부다노프가 전쟁을 경고했다. 러시아 정부가 새해가 시작될 때 우크라이나를 북쪽과 동쪽, 남쪽에서 침공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2014년 우크라이나의 부패한 [친러] 대통령 빅토르 야누코비치가 반정부 시위에 밀려 탄핵당하자, 푸틴은 러시아 군대를 보내어 크림반도를 점령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그후 푸틴은 우크라이나의 친서방 정부를 상대로 다양한 강도로 대리전을 벌여 왔다. 푸틴의 군대와 정보 기관들은 우크라이나 남부와 동부에 있는 친러 세력을 무장시키고 훈련시켰다.

현재 우크라이나 국경에는 러시아군 9만 2000명이 집결해 있다. 푸틴이 그 병력을 실제로 가동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섣불리 단정지어서는 안 된다.

미국은 마지막 소련 대통령 미하일 고르바초프에게 한 약속을 어겼다. 나토(NATO)와 유럽연합을 러시아의 국경으로 확장한 것이다. 안보 분석가인 조지 프리드먼은 2014년에 이렇게 지적했다.

우크라이나에서 모스크바에 가장 가까운 곳은 모스크바에서 약 380킬로미터 떨어져 있다. 벨라루스와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면, 한때 소련의 한복판에 있던 도시 스몰렌스크는 국경 도시가 되고 만다. 러시아는 역사적으로 광활한 영토로 스스로를 방어해 왔다. ⋯ 서방과의 완충 지대인 우크라이나를 잃는 것은 그 광활함을 잠식당하고 유럽과 미국의 의도와 능력에 끌려다니는 신세가 되는 것을 뜻한다.

현 우크라이나 정부는 유럽연합과 나토에 기꺼이 가입하려 한다. 이것은 푸틴이 절대 넘지 말라고 경고한 기준선이다.

러시아가 침공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가 소리 높여 경고하는 것은 더 많은 지원을 달라고 미국과 유럽연합을 압박하려는 의도일지도 모른다. 부다노프는 미국의 군사 지원이 “더 많이 필요하다”고 촉구하며 이렇게 말했다. “미국은 우리가 전에 누리지 못했던 것들을 지원해 줘야 한다. 그것도 지금 당장 지원해 줘야 한다. 지금이 때다. 이때를 놓치면 뒤늦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미 영국 총리 보리스 존슨은 여기에 응해 해군 함정 10척과 미사일을 제공해 준다는 협정을 이번 달에 체결했다.

푸틴도 심리전을 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지난봄 푸틴은 우크라이나 접경지에 병력을 집결시켰다가 철수시켰다.

서방도 러시아의 군사력을 재고 있다. 특히 전략적 요충지인 흑해에서 그러고 있다.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점령한 이유 하나는 세바스토폴의 해군 기지를 확보하려는 것이었다. 영국의 최신 항공모함 퀸엘리자베스함의 항모타격단에 속한 디펜더함은 지난 6월 흑해에서 러시아를 도발하는 항행을 벌였다. 푸틴은 최근 나토가 흑해에서 벌인 군사 훈련에 대해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 모든 것은 전쟁 준비가 아니라, 우위를 점하기 위한 책략들로 보인다. 미국 대통령 바이든은 중국에 집중하려고 러시아와의 관계를 진정시키려 한다. 바이든은 중국이 미국 패권에 가장 큰 위협이 된다고 옳게 본다. 미국 정부와 러시아 정부는 잇달아 고위급 회담을 했다. 그러나 제국주의적 힘겨루기는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모두의 통제를 벗어나 본격적인 충돌로 커질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