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인상과 차별 해소를 요구하며 파업에 나섰던 서울대학교 생활협동조합(이하 생협) 노동자들이 사측의 양보를 이끌어내고 11월 11일 쟁의를 종료했다. 생협은 서울대 내 직영 식당·카페·편의점 등을 운영하는 서울대학교 부속 법인이다.
생협 노동자들은 2년 전에도 파업을 했다. 그 성과로 기본급이 인상되고 명절휴가비가 신설됐지만, 사측은 이내 노동시간 유연화를 통해 시간외수당을 삭감하는 등 반격에 나섰다.

1년 사이 직원 수도 122명에서 89명으로 줄어들어 노동강도가 세졌다. 사측이 계약직을 대거 내보내면서도 인력을 충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시기 매출이 급감하자 생협 경영진은 인건비를 최대한 쥐어짜내는 방식으로 대처했다. 물가가 상승하고 노동자들의 고통은 더해졌지만 지난해 임금 인상률은 1.5퍼센트에 그쳤다.
서울대 당국은 전면적인 비대면 수업을 결정하면서도, 그로 인해 피해를 입은 생협 노동자들의 고통은 외면해 왔다.
코로나19로 인한 고통을 전가하려는 사측에 맞서 생협 노동자들은 다시 한 번 투쟁에 나섰다.
10월 25일 파업 집회를 하고 있는 서울대 생협 노동자들

유리한 기회

생협 노동자들이 속한 민주노총 대학노조 서울대지부는 두 차례의 부분 파업, ‘휴게시간 준수’ 투쟁, 하루 연가 투쟁을 벌였다. 사측이 파업 시점을 미리 예측해 식재료를 주문하지 않는 방식으로 파업 효과를 상쇄하지 못하도록 기습적으로 파업했다.
마침 서울대 당국은 10월 18일부터 대면 수업을 재개했다. 그로 인해 노동강도도 높아진 상황이었다.
오세정 총장은 정부의 ‘위드 코로나’ 전환에 발맞춰 대면 수업 재개를 의욕적으로 추진했는데, 생협 노동자 투쟁이 길어지는 상황이 달갑지 않았을 것이다.
서울대 청소 노동자가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 사망한 일이 올해도 또 발생한 것 때문에 학교 당국이 느꼈을 정치적 부담도 상당했다.
이런 상황에서 생협 노동자들은 파업으로 학교 당국과 생협 사측에게서 양보를 이끌어냈다. 월 기본급 7만 6000원 인상, 위험수당(3~5만 원) 신설이라는 소중한 성과를 이뤄냈다.
식당, 카페 노동자에게 점심 식사도 온전히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식당 노동자가 열심히 삼계탕을 만들어도 국물만 먹어야 했던 현실이 바뀌게 된 것이다.
노조가 요구해 온 호봉제 개선은 별도의 협의체에서 논의한 후 내년 2월까지 합의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생협 노동자들은 코로나19 시기 사측의 혹독한 인건비 압박을 견뎌내야 했다. 그러나 노동자들에겐 2년 전 단결된 파업으로 임금 인상을 성취해낸 값진 경험이 있었다.
대면 수업 재개로 생협의 경영 사정이 호전되리라는 기대가 이런 투쟁 경험과 맞물려 자신감으로 이어졌다.
생협 노동자들의 투쟁은 팬데믹 위기와 경제 위기라는 ‘이중의 위기’ 속에서도 노동자들은 투쟁에 나설 수 있고 또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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