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대학생이었던 2013년 철도노조의 파업에 연대했다.

당시 철도 노동자들은 박근혜 정부의 민영화 정책에 맞서서 23일간 파업했다. 철도 파업은 박근혜 정부를 초반부터 위기로 몰아넣었다. 박근혜 정부는 이 기세를 꺾고자 탄압을 강화했고, 민주노총 본부 침탈해 김명환 당시 철도노조 위원장을 체포하려 했다.

필자는 그 파업에 큰 영감을 받았다. 그리고 2013년 12월 22일 아침 경찰이 민주노총을 침탈한다는 소식을 듣고, 경향신문 본사 건물 1층으로 달려가 철도 노동자들과 함께 경찰 침탈에 맞서 민주노총 건물을 지켰다.

경찰 7000여 명을 동원한 사상 초유의 민주노총 침탈에 분노하며 철도 노동자들과 함께 스크럼을 짜고 파업가를 부르며 경찰에 맞서던 그 긴박했던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다.

침탈 과정에서 경찰은 사람 바로 앞에서 대형 유리문을 박살내는 위험천만한 짓을 감행했다.

순식간에 밀고 들어온 경찰은 필자를 비롯해 수많은 사람들을 연행했다. 그 사건으로 필자는 특수공무집행방해죄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됐고 재판은 무려 8년 가까이 이어졌다.

그러는 와중에 2016년 철도 노동자들의 성과연봉제 반대 파업이 도화선이 돼 박근혜 정부 퇴진 촛불 시위가 벌어졌고, 문재인 정부로 정권이 교체됐다. 그리고 김명환 당시 철도노조 위원장은 민주노총 위원장으로 올라섰다. 하지만 재판은 계속됐다.

오만한 박근혜 정부의 경찰이 수색영장도 없이 민주노총 건물을 침탈한 것이 법리적으로도 문제가 돼, 헌법재판소는 경찰의 행위가 사실상 위헌(헌법불합치)이라고 판결했고, 관련된 재판들도 속속 무죄 판결이 나왔다.(이후 문재인 정부는 민주노총을 침탈해 양경수 위원장을 체포할 때, 잊지 않고 수색영장을 챙겼다.)

무엇보다 당시 철도 파업이 전 국민적 지지를 받았고, 박근혜 정부의 민주노총 침탈이 대중의 분노와 지탄을 받았다는 점이 연이은 무죄 판결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필자는 2018년 재개된 재판 최후진술에서 이렇게 말했다.

“박근혜 정권은 민영화 반대를 불법이라며 탄압했습니다. 생명과 안전을 위한 철도 노동자들과 국민의 목소리를 최루액과 강제 연행으로 찍어 누르는 것이 경찰의 공무집행 내용이었습니다. 저는 이 공무집행에 동의할 수 없어서 따르지 않았던 것입니다. … 당시 우리가 민주노총을 사수한 것이 정당했다는 것은 거듭 드러나고 있습니다. 우리가 반대한 민영화의 폐해는 기우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비로소 엊그제(11월 25일) 재판부는 필자를 비롯해 당시 함께 사수 투쟁을 한 청량리고속기관차승무지부, 병점열차승무지부의 노동자 3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연행됐을 당시 필자는 23살 대학생이었는데, 30대가 넘어서야 무죄 판결을 받게 된 것이다.

“피고인들의 행위를 범죄로 처벌할 수 없다”, “무죄를 선고한다” 하는 말이 재판장의 입에서 나오는 순간 짜릿함이 올라왔다. 우리의 정당성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철도 노동자들도 무죄 확정에 함께 기뻐했다.

우리는 오랜 기간 재판으로 인해 여권을 만들거나 해외여행을 갈 때조차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등 이런저런 불편을 겪어야 했다. 심적 부담과 걱정은 물론이다. 하지만 끝까지 굴하지 않았기에 무죄를 받아낼 수 있었다.

재판이 끝난 후 한 철도 노동자가 지난 8년 동안 소회를 나누며 “같이 싸워준 사람이랑 받은 재판이 이겨서 기분이 더 좋다.” 하고 말했다. 다른 노동자들도 2013년 철도 파업 당시 자신의 일처럼 나서준 필자를 비롯한 노동자연대 회원들을 기억하고 고마워했다. 우리는 그때 함께 연대했던 기억을 나누며 무죄를 만끽했다.

철도 파업은 필자가 노동운동에 관심을 갖고 투신하게 된 소중한 계기이기도 했다.

당시 내 실천이 정당했음을 입증받은 만큼, 앞으로도 투쟁의 발전을 위해 더 헌신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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