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독일 내 일부 자본가들이 야심만만한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북아프리카 사막에서 재생가능한 방식으로 에너지를 만들어 유럽으로 보내는 계획이었다. 성공할 경우, 유럽 전력 소비량의 상당 부분을 공급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12년이 지난 지금, 이 프로젝트는 실패했다. 기술적 한계 때문이 아니었다. 태양열 집중 발전이나 장거리 직류 송전 기술은 기대한 대로 작동했다.

문제는 전혀 다른 곳에 있었다. 첫째, 태양광 패널 단가가 내려가면서 태양열 집중 발전이 가격 경쟁력을 잃었다. 태양광 발전(도시나 논밭에 적합하다)과 태양열 발전(사막에 적합하다) 둘 다 기후 위기 대응에 필수적이지만 한 쪽 가격이 더 빠르게 내려가자, 다른 쪽에 투자할 이유가 준 것이다.

둘째, 2011년의 아랍 혁명과 뒤이은 반혁명으로 북아프리카 정세가 혼란해지자 유럽인들이 투자를 꺼리게 됐다. 발전·송전 설비를 갖추고 투자 설비의 안전을 보장받으려면 현지 정부의 협조가 필수적인데 그것이 송두리째 흔들린 것이다.

셋째, 북아프리카 주민들이 반대하고 나섰다. 발전 시설을 유지하려면 엄청난 양의 물이 필요한데, 그것이 현지 주민의 가용수를 빼앗는 결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이 프로젝트가 실패한 세 가지 원인을 보면, 향후 수십 년 동안 꾸준하게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어떤 대안이 필요한지 알 수 있다. 그런 대안들은 시장의 변덕과 정치 불안정에 흔들리지 말아야 하고, 현지 주민들의 필요에 부합해야 한다.

합리적인 사회라면, 역대 가장 많은 지도자가 참석한 이번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COP26)에서 이런 문제를 다뤘을 테지만 현실은 이와 거리가 멀었다.

총회장에 모인 세계 정상들 자본주의 수호자들은 기후 위기 해결 못(안) 한다 ⓒ출처 UK COP26(플리커)

각국 대표단은 구체적인 연도나 문구를 놓고는 팽팽하게 대치했지만 이번 합의에 강제력이 없어야 한다는 점은 모두 공유했다. 그레타 툰베리 말마따나 총회 자체가 “말잔치”에 불과한 것이다.

한국 정부가 회담장에서는 “2030년대 내로 석탄 발전을 중단”하겠다고 서명했으면서 국내 언론에는 “그건 아니다”라고 한 입으로 두말할 수 있었던 이유다.

선진국들도 총회 합의를 우습게 알기는 마찬가지다. 12년 전 코펜하겐 총회에서 선진국들은 ‘2020년부터는 개도국에 기후 위기 대응용 자금을 매년 1000억 달러(120조 원)씩 지원하겠다’고 합의했지만 이것도 속 빈 강정이었다.

‘지원’한다던 돈은 “가난한 나라들을 외채 문제로 더 깊숙이 밀어넣는 차관 형태”(국제 구호단체 옥스팜)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마저도 대응이 가장 시급한 빈국이나 섬나라가 아니라 중진국을 겨냥한 사실상 투자금의 비율이 압도적이라서 ‘지원’으로 보기 어려웠다.

이런 문제에 대한 성찰 없이, 이번 총회에서도 개도국에 “수 조 달러”가 지원될 것이라는 허울 좋은 말이 무성했다.

언론에 회자된 “석탄 발전 감축” 문구도 온전한 사실이 아니다. 정확한 문구는 “온실가스 저감 장치가 없는 석탄 발전을 감축”한다는 것으로, 기존 화력 발전소에 탄소 포집 시설을 추가하면 화력발전소를 운영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탄소 포집 기술은 발전소나 공장에서 나오는 탄소를 일부만 (그조차 불완전하게) 제거하는데도, 많은 정부와 기업이 화력발전소를 계속 운영하려고 돈을 퍼붓고 있다.

합의문에는 석탄 발전 종결 완료 시한도 담기지 않았다. 강력한 운동으로 항의하지 않는 한, ‘석탄 발전 감축’은 퇴색할 공산이 크다.

반면, 세계적 부자 빌 게이츠는 한껏 고무돼서 총회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파리 협정이 채택됐던] 6년 전에는 ‘이미 기술은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지만, 이번에는 기술 혁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쪽이 더 많았다.”

‘더 많은 기술 혁신이 필요하다’는 말은 태양·풍력 발전 등 현존 기술을 대대적으로 보급하기는 시기상조이고, 기업이 혁신을 대가로 이윤을 얻을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는 뜻이다.

빌 게이츠의 상기된 분위기와 그의 참가 소감은 이번 총회가 역대 총회 중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친기업적이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이번 총회에서는 세계적 탄소배출권 시장을 위한 기틀이 마련됐고, (그 자체로는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없는) 전기차 보급이 주요 과제로 설정됐다.

기후 위기는 지금보다 더 큰 경제적·정치적 불안정을 가져올 것이라고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그런데 시장은 그런 불안정을 증폭시키면 시켰지, 결코 줄이지 못한다. 또한 기업은 그런 상황에서 가장 먼저 ‘사회적 책임’을 내팽개치며 내뺀다. 선진국과 개도국 간 격차나 일국 내 빈부격차를 더 키울 이런 조처들은 평범한 사람들의 정당한 반발을 낳을 공산도 크다.

정부를 압박하고 기업과 시장을 견제할 강력한 기후 위기 운동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 사람들의 지지를 받으며 경제적·정치적 요동에도 흔들림 없이 기후 위기에 대응하려면 자본주의 체제 자체를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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