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기술 이전을 거부해 온 주요 제약기업들과 선진국 정부들의 ‘백신 민족주의’가 전 세계를 다시금 팬데믹의 늪으로 깊숙이 밀어 넣고 있다.

세계보건기구 등의 발표를 보면, 남아프리카에서 처음 발견돼 전 세계로 빠르게 확산되는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는 현재 유행 중인 델타 변이보다도 전염력이 훨씬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러스는 숙주가 풍부하고 빠르게 확산될 수 있는 환경에서 크게 변할 수 있다. 인간이나 가축처럼 한 세대가 지나는 데 훨씬 긴 시간이 필요한 다른 종들로 치자면 수십만~수백만 년이 걸렸을 진화 과정이 불과 몇 달 만에 이뤄진다.

지난 2년 동안 주요 선진국 지배자들이 세계 지도에서 없는 것처럼 취급해 온 아프리카 남부의 여러 나라들에서 이런 진화가 이뤄졌다. 이 지역에서 가장 발전한 나라인 남아공의 경우에도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은 전체 인구의 4분의 1도 안 된다. 한 나라 안에서도 가난한 사람들의 경우 그 수치는 더 낮고, 아프리카 전체로 보면 백신 접종률은 한 자릿수를 넘지 않는다.

과학자들은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표면에 있는 스파이크 단백질이 기존 코로나 바이러스에 비해 놀라울 정도로 달라졌다고 보고했다. 이런 변화 탓에 인간 세포에 더 빨리 침투할 수 있고, 심지어 기존 백신으로 만들어진 항체의 공격을 피할 수도 있다.

바이러스의 감염 능력이 크게 높아졌지만 그 독성이 더 강해졌는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다만 많은 과학자들이 감염 능력과 독성은 반비례한다는 낙관론이 별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숙주가 충분하다면 감염 능력과 독성이 모두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팬데믹이 시작된 지 2년이 지났지만 최소한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1은 코로나19에 대한 면역 능력이 전혀 없는 것으로 추정된다.

과학자들은 백신이 처음 보급될 때부터 이런 일을 경고해 왔다. 선진국들에서 백신 접종률을 아무리 높여도 세계의 다른 지역에서 바이러스가 확산되도록 내버려 둔다면 새로운 변이가 등장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말이다. 고도로 연결된 오늘날 자본주의 세계에서, 이는 어렵사리 개발한 백신조차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었다. 세계보건기구의 유명한 구호가 이를 압축적으로 표현했다. “모두 안전해질 때까지 아무도 안전할 수 없다.”

남반구와 특히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들이 선진국에 백신과 제조 기술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해 왔지만, 주요 백신 제조 기업들과 선진국 정부들은 이를 거부해 왔다. 유엔과 세계보건기구가 이 나라들에 백신을 공급하려고 만든 코백스도 목표량을 채울 수 없었다.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생산된 백신이 90억 회분이나 되고 올해 연말이면 120억 회분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지만 세계 인구 70억 명의 절반가량은 여전히 백신을 구경도 못 하고 있다. 반면 화이자와 모더나는 백신 판매로 1초에 120만 원씩 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미크론 변이의 등장 소식에 선진국 정부들은 일제히 남아프리카 나라들과의 왕래를 중단시켰다. 그러나 거듭 확인됐듯이 이런 조처로는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지 못할 것이다. 그러기는커녕 가뜩이나 열악한 남아프리카 지역의 경제에 악영향만 끼칠 것이다.

변이가 확산하면서 세계 주가가 급락하자 주요 선진국 지배자들은 우려를 불식시키려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얘기들을 늘어놓고 있다. 앵무새처럼 되풀이한 입발림은 지켜지지 않을 것이다.

이 와중에 위드 코로나로 확진자가 크게 늘어난 한국에서는 중환자와 사망자가 예상보다 빠르게 늘고 있다. 거듭된 요구에도 2년 동안 병상과 인력 확충을 미뤄 온 정부는 정작 병상이 부족해지자 이제 환자들을 가급적 집에 머무르게 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거리두기 강화 등 경제 활동에 영향을 줄 다른 조처들을 취하지 않으려고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꼴이다. 병원 노동자들의 파업을 막으려고 내놓은 약속들도 대부분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윤 축적을 위한 구제불능의 집착이 또다시 우리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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