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하반기 들어 가계대출 억제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금리인상, 부채 총량 규제 강화가 연이어 발표됐다.

최근에는 새마을금고와 신협이 주택담보대출을 중단했다.

이처럼 가계대출을 조이는 상황에서 서민들이 부담해야 하는 금리는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전세대출 최고 금리가 5퍼센트에 육박한다. 최근 국민·신한·하나·우리 등 시중은행의 전세대출 금리는 연 3.11~4.741퍼센트로 올라, 상승폭이 기준금리보다 더 크다.

정부는 내년에 가계부채 조이기를 더 강화할 계획이다.

내년부터 총 부채 관리 기준에 전세대출을 포함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전세대출도 중단될 수 있다.

또, 내년부터 정부는 연 소득 대비 대출 원리금 비율(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DSR)을 일정 수준으로 제한하는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소득이 없으면 대출을 받을 수 없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가난한 사람들이 급전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일이 더 늘어날 것이다.

정부는 이런 규제가 “다중채무자·2030세대·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런 조처는 금융기관들의 대출 건전성을 높이는, 즉 대출 부실화에 따른 이윤 손실을 줄이는 데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저소득과 부채 부담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삶은 더욱 벼랑 끝으로 내몰 것이다.

예컨대 주택담보대출을 4억 원 받은 경우 금리가 0.25퍼센트포인트만 인상돼도 연이자 부담이 100만 원 증가한다. 오르는 주택 가격 속에서 겨우 빚을 내 집을 마련한 사람들이 하우스푸어로 전락할 가능성이 큰 것이다.

미국에서는 2008년 금융 위기 때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사람들의 10퍼센트가 이자를 내지 못했고, 4.5퍼센트가 주택이 압류될 위기에 처했었다. 향후 금리인상과 함께 주택 가격이 하락할 경우 한국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지지 말라는 보장은 없다.

게다가 코로나19로 인해 타격을 받은 음식·숙박업 사업자의 절반가량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금리를 인상하고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 더 비싼 이자를 부담하며 제2금융권이나 사채에 손을 벌리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다.

서민 보호? 이윤 보호!

반면 시중 금리가 인상되자 은행들의 이윤은 급증했다. 은행들이 예금 금리는 찔끔 올리고, 대출 금리는  잽싸게 대폭 올려 예대마진을 늘렸기 때문이다. 올해 3분기 시중 은행들의 이자 수익은 11조 6000억 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당기순이익은 지난해보다 30퍼센트 넘게 치솟았다.

서민 보호라는 말과 달리 은행들의 이윤을 늘려 준 효과를 낸 것이다.

진정으로 노동자·서민을 보호하려면 가난한 사람들은 대출도 받지 못하게 하는 정책은 중단하고, 가계부채 증가의 진정한 원인을 해결해야 한다. 소득 증가, 복지 확대, 주거 안정 등.

현재 1800조 원에 이르는 가계부채의 절반 이상은 주택담보대출이고, 신용대출의 상당 부분도 주택 관련 대출에 쓰였을 것이라고 추정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서민들이 편하게 거주할 수 있는 양질의 저렴한 공공임대주택을 대폭 늘리고, 투기에 대한 규제와 종부세 등을 강화해야 한다.

코로나19로 인한 위기 속에 소득이 줄어든 서민들의 채무도 늘고 있는데, 재난지원금을 강화하고 자영업자 손실보상금 등도 대폭 늘려야 한다.

심각한 청년 실업 속에 학자금 대출을 상환하지 못하고 신용불량 위기에 처한 청년들도 늘어나고 있다. 올해 7월 말 기준 학자금 대출을 받은 후 6개월 이상 이자를 연체한 사람은 4만 8352명으로, 2015년보다 75퍼센트가량 증가했다. 이와 같은 학자금 대출과 서민들의 생계형 대출에 대해서는 부채 탕감을 해 줘야 한다.

또, 이재명 후보가 내놓은 ‘기본대출’ 정책처럼 가난한 사람들도 낮은 이자율로 손쉽게 돈을 빌릴 수 있도록 해 줘야 한다.(물론 기본대출 한도가 1000만 원 수준이라 전혀 충분하지 않지만 말이다.)

시민단체 일각에서는 대출 규제 강화에 찬성한다. 가계부채 위기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참여연대는 총부채상환비율 규제에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하는 등 그 적용을 확대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그러나 가난할수록 대출 규제 강화가 생계에 미치는 타격이 크다. 노동운동은 부채 위기 관리 등 자본주의의 경제 안정성을 중시할 게 아니라 노동자·서민의 삶을 지킬 수 있는 요구를 일관되게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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