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과거에 살인을 저지른 조카를 변호한 것이 비난 대상이 됐다.

이재명의 조카는 연애 결별에 앙갚음을 품고 끔찍한 살인을 저질렀다.

우파는 최근 이데올로기적 혼돈과 도덕적 공황을 이용해 보수적 도덕주의를 부추기고 있는데, 이를 이재명 비난과 연결시킨다. 우파는 특정 사건들을 이용해 범죄자의 인권이 피해자보다 더 보호받는다는 식으로 쟁점을 호도하는 주장을 펴 왔다.

심지어 살인자가 있는 집안에서 대통령이 나올 수 있냐는 식으로 사회적 편견도 부추긴다. 쿠데타와 사법 살인, 고문사, 광주 학살 등을 저지른 독재자들과 독재자의 딸을 대통령으로 지지해 온 자들이 말이다!

좌파 안에서도 같은 비판이 나왔다. 국선 변호인 제도가 있으니 변호를 하지 않을 수 있었다는 식이다. 그런데 국선 변호인이 제대로 변호해 줄 거라고 기대하는 시민들이 얼마나 될까? 사실상 흉악 범죄자이므로 변호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비난받아 마땅한 죄를 지었다고 해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자체가 없다거나, 마치 그런 권리가 선별적으로 제공되는 것이 옳다는 식의 주장이야말로 잘못이다.

누구나 죄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체포되거나 기소돼 재판을 받게 되기 때문에 유·무죄와 상관없이(아무리 흉악한 범죄자라도) 권리를 보장받아야 그것이 실질적 기본권이 될 수 있다.

이 권리는 국가가 수사·사법 절차에서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개인을 무죄 상태로 다루라는 무죄 추정의 원칙과도 이어진다.

따라서 수사·사법 절차 대상이 된 모두가 자의적으로 체포·구금되지 않고, 고문을 받거나 자백(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않으며, 변호사의 조력을 받는 등 공정하게 재판 받을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

이런 보편적 기본권과 이것을 보장하는 자본주의적 민주주의는 지배계급이 자의적으로 사법권을 휘두르는 전자본주의적 사법 체제(‘네 죄를 네가 알렷다’는 식)나 권위주의 체제에 맞서 노동계급 대중이 쟁취한 역사적인 성과다.

최근 기본적 시민권을 무시하는 언행들이 늘어난 것은 지배자들이 조장하는 범죄(자)에 대한 편견 조장과도 관계 있는 듯하다. 이런 일은 체제의 복합적 위기에 따른 각종 이데올로기적 혼란 속에서 일어나고 있다.

가령, 진보·좌파가 오랫동안 사형제 폐지를 주장해 온 것은 단지 억울하고 선한 사람에게만 선별해서 적용하자는 것이 아니었다. 1990년대 사형제 폐지 여론을 불러일으킨 영화 ‘데드맨 워킹’의 남자 주인공 사형수는 흉악 범죄자였다.

당시 사형제 폐지를 주장하던 좌파에게 그 영화는 큰 도움이 됐고 지지를 받았다. 최근 좌파의 주장들(경찰 강화, 엄벌주의를 스스럼없이 지지 또는 묵인하는 것)을 보면, 이런 급진주의에서 많이 멀어진 듯하다. 국가가 선한 ‘우리 편’이 될 수 있다는 개혁주의와 도덕주의가 만나서, 보편적 기본권을 왜 원칙적으로 방어해야 하는지 잊은 듯하다.

ⓒ출처 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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