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계경제는 지난해보다 반등했다. 주요 국가들을 중심으로 대규모의 재정·금융 지원, 백신 공급 확대, 봉쇄 조처의 완화가 이뤄진 덕분이다.

그러나 이는 진정한 회복이라기보다는 2020년 경제가 워낙 안 좋았던 것에 견준 상대적이고 부분적인 회복이다. 유럽과 일본의 국내총생산 GDP는 여전히 2019년 수준도 회복하지 못했다.

미국은 상황이 조금 낫다. 미국 경제는 올해 6퍼센트 성장하며 GDP 규모가 2019년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미국의 고용인구는 여전히 코로나19 팬데믹 전보다 350만 명이나 적다.

공급 차질과 물류대란

올해 경제가 불충분할지라도 반등하면서, 크게 가라앉았던 수요가 회복됐지만 공급은 충분히 회복되지 못했다. 그래서 곳곳에서 공급 차질이 빚어졌다.

대표 사례가 석유다. 석유는 지난해 수요가 급감하며 배럴당 20달러 수준으로(심지어 서부텍사스유는 제로 달러까지) 떨어졌다. 당시 석유수출기구인 오펙 등은 생산을 대폭 줄였다. 올해 들어 석유 수요가 다시 늘고 있지만, 이들은 생산을 조금씩만 늘리고 있다. 그동안의 손실을 만회하려는 것이다. 그래서 유가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뛰어넘어 올해 하반기에 80달러 이상으로 올랐다.

유가 인상은 뒤에서 다룰 물가 상승을 낳는 핵심 요인 중 하나이다. 계란, 돼지고기, 쇠고기 같은 농축산물과 일부 채소도 석유 가격 변화에 영향을 크게 받는다.

이런 공급 차질과 함께 세계적으로 물류대란도 벌어졌다. 지난 몇 년간 불황으로 선박 투자가 적었던 데다, 코로나19 봉쇄 조처로 항만·물류 노동자들이 대거 일자리를 잃었었는데 고용이 필요만큼 빠르게 회복되지 않다 보니 벌어진 일이다.

정부 정책 문제도 있었다. 예를 들어, 영국은 코로나19와 함께 브렉시트의 영향으로 이주노동자가 줄면서 트럭 운전수가 부족해졌다. 그래서 주유소에 기름이 공급되지 않고 슈퍼마켓 진열대가 텅텅 비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주민 배척 정책이 얼마나 근시안적인지를 보여 준다.

또 지난 수십 년 동안 세계 곳곳에서 적시생산 방식이 확산돼 온 것도 영향을 미쳤다. 적시생산은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원자재 공급과 재고를 타이트하게 관리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몇 년 전부터 공급 차질 현상이 나타났는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확 심각해진 것이다.

한국에서는 요소수 부족 사태가 심각했다. 지금도 여파가 남아 있다. 직접적으로는 중국에서 석탄 공급난이 벌어지고 중국이 요소 수출을 중단하며 생긴 품귀 현상이었다.

중국에서 석탄 공급난이 벌어진 것은 다른 공급 차질 문제와 비슷하게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른 요인도 있었다. 미·중 갈등이라는 제국주의 경쟁이 그것인데, 이 맥락에서 중국이 호주산 석탄 수입을 중단했다.

비용 절감 논리 때문에 한국에서 요소 생산 공장들이 폐쇄된 것도 공급 차질 문제를 증폭시켰다.

정부는 문제가 빤히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한동안 아무 대책이 없었다. 요소수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특수고용 화물 노동자들이 그 고통을 고스란히 떠안았다.

물가 상승

이런 공급 차질로 인해 세계적으로 물가가 상승했다. 식량 가격은 1년새 30퍼센트나 폭등했는데 기후 위기로 인한 생산 차질이 큰 영향을 미쳤다.

대부분의 나라들에서 물가가 상승했다. 중국은 정부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통제하고 있지만, 10월 생산자물가 상승률이 13퍼센트가 넘어 세계 여러 나라의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우고 있다.

실질임금 갉아먹는 물가 상승 최근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폭은 10년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이미진

한국도 11월 소비자물가가 약 10년 만에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한국은 특히 ‘밥상 물가’, 즉 식료품과 비주류음료처럼 절약하기 힘든 물품의 물가가 5퍼센트나 올라 OECD 국가 중 다섯 번째로 상승률이 높았다. 거기에 집값도 치솟았으니, 노동자들의 실제 부담은 더욱 클 것이다.

물가 인상은 노동자의 실질임금과 생활수준을 떨어뜨린다.

대선을 앞두고 민심이 나빠지자 최근 정부는 유류세를 인하해, 휘발유 가격이 조금 떨어졌다. 그래도 여전히 지난 몇 년간보다 높은 편이다. 따라서 유류세 인하 조치는 더 확대돼야 한다.

무엇보다 노동자들의 임금이 인상돼야 한다. 지난해 상용직 노동자 임금은 불과 0.4퍼센트밖에 안 올랐다. 물가 인상을 감안한 실질임금은 0.1퍼센트 떨어졌다. 9년 만에 실질임금이 감소한 것이다.

올해 실질임금 인상은 지난해보다는 나아도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 전망이다. 게다가 정부는 내년 공무원 임금을 겨우 1.4퍼센트 올렸고,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도 같은 인상률을 강요하고 있다. 재정 적자의 부담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며 실질임금 삭감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공격에 맞서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투쟁이 전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년 경제와 인플레이션 전망

내년 경제는 어떻게 될까? 이와 관련된 이슈 하나는 물가 인상이 얼마나 지속될 것인지이다.

마르크스주의는 인플레이션이 단지 화폐 공급 문제가 아니라 자본 축적률이나 이윤율과 관련돼 있다고 본다. 지난 10여 년간 주요국 정부들이 양적완화를 하며 시중에 통화 공급을 늘렸음에도 물가는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현재 장기적인 인플레이션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IMF는 2024년에도 세계경제 생산량이 팬데믹 이전 추세를 밑돌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미 10년 넘게 장기 불황을 겪었는데, 저성장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예측한 것이다.

게다가 IMF의 이 예측은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된다는 낙관적인 전망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그러나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은 낙관론을 깨뜨리고 있다. 백신 지적재산권을 고수하며 세계적 백신 불평등을 조장하더니 역풍을 맞은 것이다.

지난 10여 년간 높은 성장률을 유지하며 세계경제 성장에 핵심 구실을 해 온 중국의 경제 성장도 둔화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중국 2위의 부동산 기업 헝다가 공식적으로 디폴트 상태에 빠졌다. 헝다의 부채는 알려진 것만 2조 위안, 약 365조 원에 이른다. 중국 정부가 헝다 위기를 관리하는 데 성공하더라도, 제2 제3의 헝다 사태가 터질지 모른다는 얘기가 있다.

지난 수년간 중국 경제는 부동산 투기에 기대어 높은 성장률을 유지해 왔는데, 이런 성장 방식이 한계에 부딪힌 것이다. 중국의 주택 가격은 두 달 연속 하락하며 거품이 꺼질 조짐도 보인다. 향후 중국의 성장률은 둔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경제성장률이 떨어지고 자본 축적률도 떨어지는 상황에서 현재의 인플레이션은 잦아들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러나 앞에서 말했듯이, 이미 당장의 물가 인상으로 노동자의 임금과 생활수준은 타격을 입고 있다. 그러므로 향후 전망이 어떻든, 지금의 임금 인상 요구는 중요하다. 6개월 뒤에 여름이 온다고 해도 지금 당장은 겨울 옷을 입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지배자들은 물가 인상이 임금 인상 욕구와 투쟁을 자극할까 봐 상당히 우려한다.

일리 있는 우려다. 실제로 미국과 영국 등지에서는 구인난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에서는 택배나 화물 같은 운송, IT 기업, 보건의료 부문에서 일자리가 늘었고, 농촌 등에서는 이주 노동자가 줄어 일손이 부족한 형편이다. 이런 배경에서 지난해와 올해 택배 등 일부 노동자들이 투쟁에 나섰다.

미국 등 각국 지배자들이 금리 인상을 시사하는 것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대응이기도 하지만, 임금 인상을 억제하려는 공격의 일환이기도 하다.

양적완화 축소와 금리 인상 – 새로운 위기 부를 위험한 도박

실제로 미국이 물가 인상에 대응해 양적완화 축소와 금리 인상에 속도를 높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올해 11월부터 미국이 양적완화를 축소하자 브라질·러시아·헝가리·멕시코·체코·폴란드 같은 신흥국들도 최근 가파르게 금리를 올리고 있다. 외화가 빠져나가면서 환율이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도 올해에만 두 번이나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금리 인상은 가뜩이나 취약한 세계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우선, 금리 인상은 정부의 돈 풀기에 의존해 생존하는 기업들을 파산으로 내몰고, 상당히 부풀어 있는 신용 거품을 터뜨릴 위험이 있다.

최근 마르크스주의 경제 분석가 마이클 로버츠는 지난해 미국의 이윤율 추계를 발표했다. 미국의 비금융부문 기업 이윤율은 2020년 한 해에만 21퍼센트 줄어들었다. 올해에는 이윤율이 반등하고 있지만 그래도 2019년보다 낮을 것이라고 한다.

이에 따라 영업을 해도 이자도 못 버는 좀비 기업이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좀비 기업의 비율은 해마다 늘어 지난해 전체 기업의 40퍼센트에 이른다.

게다가 지난해 코로나19 위기 대응으로 금융 지원과 재정 지원을 하면서 부채가 크게 증가했다. 세계 GDP 대비 부채 비율은 355퍼센트로 팬데믹 전보다 35퍼센트나 늘었다.

카를 마르크스는 자본주의에서 불황이 해결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불황 그 자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기업들이 파산하고, 살아남은 기업들이 이윤율을 회복하며 경제가 회복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 자본주의는 망하도록 내버려두기에는 너무 커져 버린 대기업들이 장악하고 있고, 이들이 낮은 금리에 의존해 생존하면서 진정한 이윤율 회복은 벌어지지 않아 왔다. 이는 지난해 침체를 거치는 동안 더욱 심화됐다.

이런 상황에서 양적완화 축소와 금리 인상은 부실 기업들의 파산 위기를 키우고, 부채 위기를 촉발할 수 있다. 또, 신흥국들에서는 외채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 그리고 그 타격은 선진국의 금융 부실로 확대될 수도 있다.

금리 인상과 그로 인한 부채 위기는 노동계급에게 직접적인 타격도 준다.

올해 2사분기 기준 한국의 가계부채는 1806조 원이다. 금리가 1퍼센트포인트 오를 때마다 이자 부담은 11조 8000억 원씩 증가한다. 가구당 이자 부담이 1년에 약 150만 원씩 증가한다. 늘어난 이자 부담으로 하우스푸어로 전락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다.

2030 청년들은 취업난과 저임금에 시달리며 가구당 부채가 평균 7500만 원인데, 그들의 고통은 더 커질 것이다.

게다가 정부는 올해 하반기부터는 가계대출 증가를 억제하고 전세대출마저 옥죄고 있다. 이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 큰 고통을 주는 일이다. 급등한 전세 비용을 마련하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불황기의 투쟁과 혁명적 정치

결론을 내리자면 내년 경제는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 현재 인플레이션 우려가 제기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의 타격에서 제대로 회복하지 못한 데다가 이윤율이 낮기 때문에 향후 경제는 장기 불황 패턴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또는 금리 인상으로 신용 거품이 터지고 수익성이 낮은 기업들이 파산하며 심각한 경제 후퇴가 닥칠 수도 있다.

지배자들은 그 고통을 노동계급에게 떠넘기려 할 것이다. 국민의힘 윤석열은 노골적인 신자유주의 정책을 주장하고 있고, 민주당 이재명은 거듭 후퇴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 상황이 좋지 않더라도 노동자들의 생활수준 하락이 결정돼 있는 것은 아니다. 세계적 대불황이 벌어진 1930년대, 장기 호황이 불황으로 바뀐 1970년대에도 노동자들은 거대한 투쟁을 벌이고 광범한 연대를 구축했을 때 처지를 개선할 수 있었다.

심각한 위기라고 하지만 지금 한국의 수출 대기업들은 막대한 이윤을 벌어들이고 있다. 삼성 등은 사상 최대 이익 기록하고 있다. 시중 금리가 인상되면서 올해 3분기 시중 은행들의 이자 수익도 11조 6000억 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은 코로나로 위축된 처지를 만회해 보자는 노동자들의 생각을 자극할 수 있다. 일부 부문의 구인난 같은 노동시장 조건은 노동자들이 투쟁할 수 있는 유리한 조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코로나 상황에서 중요성이 높아진 노동 부문(배달이나 물류)은 자신감도 커졌다. 이런 조건을 잘 이용해 투쟁해서 성과를 거두면 다른 부문의 노동자들도 투쟁에 나서도록 자극할 수 있다.

물론 경제 위기 시기에 노동자의 처지 방어가 호락호락한 것은 아니다. 정부와 기업주들은 기업을 살리고 국가 경쟁력을 높이려면 노동자 측도 양보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조건과 삶을 지키려면 이윤을 우선하는 논리를 거부하고 투쟁해야 한다.

자본주의 체제 구출하기에 협조하는 개혁주의 정치로는 노동자들의 조건을 일관되게 방어하기 어렵다.

지난해 코로나19와 함께 심각한 위기가 찾아 왔을 때 민주노총 지도자들은 문재인 정부와의 사회적 대화에 참가하며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협조를 추진했었다. 이는 해고와 임금 삭감으로 고통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저항에 나서기 어렵게 만들었다.

지금과 같은 장기 불황 시기에는 자본주의 체제 자체에 맞서는 혁명적 정치를 추구해야 노동자 조건 방어 투쟁도 일관되게 전진시킬 수 있다.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항공·관광·대면 서비스 등 위기 산업의 노동자 처지는 여전히 어렵지만 이들에 대한 재정 지원은 축소되고 있다 ⓒ출처 공공운수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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