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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다 파산:
중국 경제, 성장의 견인차에서 위기의 진원지로?

중국 헝다 그룹이 12월 6일까지 갚아야 하는 8249만 달러(약 976억 원)의 달러 채권 이자를 갚지 못해 공식 부도를 냈다.

헝다의 총 부채는 370조 원대로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2퍼센트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헝다 파산의 파장은 중국뿐 아니라 세계경제에 미칠 것이다. 중국 정부의 개입으로 헝다 파산이 금융 위기로 번지지는 않더라도, 향후 중국 경제가 침체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헝다 그룹이 파산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중국 정부가 부동산 기업들에 대한 대출을 제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중국 100대 부동산 업체의 올해 3분기 자금 조달 규모는 2872억 위안(약 51조 7000억 원)으로 1분기보다 약 33퍼센트나 감소했다.

게다가 올해 7월 이후 중국 부동산업체의 아파트 판매도 급감하고 있다. 지난 11월 중국 100대 부동산업체의 아파트 판매금액 합계는 7508억 위안(약 135조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6퍼센트나 쪼그라들었다. 중국 당국이 아파트 담보 대출을 까다롭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헝다처럼 파산을 선포한 중국의 부동산 개발 업체가 이미 수백 곳에 이른다. 대부분 소형 업체이지만 대형 기업들도 자금난을 겪고 있다. 앞으로 몇 달 동안 중국 부동산업체의 파산은 계속해서 발생할 전망이다.

이처럼 중국 당국이 부동산을 규제하는 이유는 뭘까. 지난 20년 동안 부동산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부동산 관련 부채가 지나치게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2007년 세계경제 위기 이후 중국 정부는 대규모 경기부양책과 은행 대출로 부동산 경기를 부양해 경제성장률 급락을 막아 왔다. 1997년 중국 GDP의 10퍼센트가 되지 않던 부동산 부문은 2017년에는 30퍼센트 가까이로 치솟았다.

이에 따라 2020년 말 중국의 기업·가계 부채는 GDP의 220퍼센트 수준이다. 1980년대 말 일본의 거품 경기 붕괴 직전의 218퍼센트와 비슷한 수준이다. 전체 가계 대출 중 부동산 대출 비중도 30퍼센트로 당시 일본의 21퍼센트보다 높다.

국제결제은행(BIS) 조사를 보면, 중국의 금융기관 외의 민간 채무는 최근 5년 사이 매년 10퍼센트씩 증가해 35조 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나온다. 은행의 부동산 분야 대출은 5년 사이 2.1배 늘어난 상태다.

이처럼 위험한 수준으로 증가한 민간 부채와 부동산 거품을 통제하려던 중국 정부의 시도는 중국 경제 전체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질서 있는 파산’

결국 중국 정부는 헝다 파산에 개입하기 시작했다. 중국 광둥성 정부는 헝다에 실무단을 파견해 ‘질서 있는 파산’으로 중국 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통제하려 한다.

헝다 주택 분양자는 160만 명에 이르고, 헝다 관련 투자 상품 구매자가 수백만 명을 헤아리기 때문이다. 헝다와 공급계약을 맺은 중소기업들도 대금을 받지 못해 부도 위기에 빠지고 있다.

또한 부동산 거품이 터지면 바로 은행과 지방 정부의 파산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다. 지방 정부는 부동산 개발 업체에 토지를 판매해 재정을 충당해 왔기 때문이다. 시진핑 정부가 ‘공동부유’를 내세우고 있는 만큼 이런 피해를 그냥 보아 넘기기는 힘들 것이다.

중국의 경제 성장률은 지난해 1분기에 18.3퍼센트(전년 동기 대비)까지 올랐지만, 지난 3분기에는 4.9퍼센트까지 추락했다. 일각에서는 4분기 성장률이 2퍼센트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중국 국무부 산하 최대 싱크탱크인 사회과학원은 중국 경제 성장률이 올해 8퍼센트에서 내년 5.3퍼센트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는 지난 30여 년 중 가장 낮은 수치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성장률 둔화를 막기 위한 대책들도 내놓기 시작했다. 중국 중앙은행은 최근 5개월 만에 은행 지급준비율 0.5퍼센트포인트를 낮춰서 시중에 1조 2000억 위안(약 216조 원) 규모의 자금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중국 정부는 12월 10일 발표한 성명에서 “내년 경제 최우선 과제는 안정 확보”라고 명시했다. 경기 회복을 뒷받침하기 위해 기업에 대한 새로운 감세 조치와 인프라 투자 강화 의지도 내비쳤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이 같은 정책이 성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중국 경제가 부동산 부문의 침체뿐 아니라 수요 위축, 공급망 혼란 등의 위기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새로운 경기 부양책들은 또다시 중국의 기업·가계 부채 위기를 키울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헝다 파산 위기로 2008년 세계적인 금융공황이나 중국 경제의 ‘경착륙’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일본의 부동산 거품이 붕괴하면서 벌어진 장기 침체와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특히 내년에 경기 침체가 세계적으로 더 심해지면 거대하게 부풀어오른 중국의 가계·기업 부채가 더욱 커질 공산이 높다.

중국의 성장률 둔화는 한국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특히 한국은 대중국 수출 비중이 25퍼센트가 넘을 정도로 높은 편이다.

한국은행의 추산을 보면, 중국 경제 성장률이 1퍼센트포인트가량 떨어지면 한국 경제 성장률이 0.1~0.15퍼센트포인트 내려간다는 추산이 있다.

중국의 헝다 파산 위기는 세계경제가 2008년 금융 위기 이후에 정부의 경기 부양책과 저금리 정책으로 연명해 온 것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점을 보여 준다.

2008년 미국발 세계경제 위기에서 전 세계 국가와 기업주들은 경제 위기의 부담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겼듯이, 앞으로 올 경기 침체 때에도 각국 지배자들은 노동자 대중이 그 손실을 감내하도록 만들려 할 것이다.

경제 위기의 고통을 전가하려는 지배자들에 맞서 싸워야만 노동자와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지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