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분류 비용을 요금으로 전가한 우정본부는 막상 인력 충원 합의 이행은 뭉그적거리고 있다. 12월 13일 우정사업본부 규탄 집회 ⓒ이미진

우체국 택배 노동자들(전국택배노조 우체국본부)이 우정사업본부에 ‘택배기사 과로방지 대책 2차 사회적 합의’의 제대로 된 이행을 요구하고 나섰다.

노조는 12월 13일 서울과 경기, 부산 등 전국 8곳에서 우정사업본부 규탄 집회를 열었다. 내년 1월 1일 이후에도 합의 이행이 제대로 안 되면, 전국 집중 집회를 할 계획이다.

지난 6월 택배 노·사와 정부, 여당 등은 ‘2차 사회적 합의’를 통해 내년부터 택배 기사들을 분류 작업에서 제외하고,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을 적용하기로 했다. 그 비용을 택배 기사들에게 전가하지 않기로 했다.

그런데 우정사업본부는 6개월이 지나도록 합의 이행에 뭉그적대고 있다.

현재 우정사업본부는 분류 인원 385명의 모집 공고를 냈다. 전체 우체국 택배 노동자의 10분의 1 수준이다. 이 정도 충원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 산하 공공기관이라면 “솔선수범”해 인력을 대폭 늘려야 마땅한데, 되레 민간 부문 수준에도 못 미친다.

분류 자동화 설비가 갖춰진 CJ대한통운은 택배 기사 4명당 1명, 그렇지 못한 롯데택배와 한진택배는 2명당 1명의 분류 인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일부 우체국들에서는 제대로 분류가 안 된 채 물건이 넘어 와 택배 노동자들이 추가로 분류 업무를 해야 하거나, 물건 인계 시간이 지연돼 택배 노동자들의 작업 시간도 늦어지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 우정사업본부는 분류 비용마저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려 한다. 우정사업본부는 지난 6월 사회적 합의 과정 당시에도 노동자들에게 지급하고 있는 건당 수수료에 분류 비용이 포함돼 있다고 주장했었는데, 지금도 이를 고수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의 속셈인즉슨, 내년에 택배 노동자들이 분류 작업을 계속 수행하더라도 이에 따른 분류 비용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약속했던 올해 2월부터 12월까지 수행한 분류 작업에 대한 비용(노동자 1인당 수백만 원)도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임금 명세서 어디에도 분류 비용이 책정돼 있지 않다며 분통을 터트린다. 더구나 우정사업본부가 지난 9월부터 사회적 합의 이행을 위한 비용 마련 명목으로 요금을 인상해 놓고, 노동자들에게 분류 비용을 이미 지급해 왔다고 주장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우정사업본부는 분류 인원 충원도 제대로 안 하고 요금은 인상해 우편수지(택배 포함) 적자를 만회하려 하는 듯하다.

최근 10년간 누적된 우편 적자가 7500여억 원이지만, 우체국 예금과 보험 등을 합친 전체 우정사업본부 경영수지는 흑자다. 더구나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발생하는 적자는 꼭 필요한 ‘착한 적자’다.

그런데 우정사업본부는 비용 절감에만 혈안이 돼 동네 우체국을 줄이고, 집배원 증원 약속도 저버렸다. 또한 우체국 택배 노동자들의 물량 개수를 줄이고(임금 감소), 일부 물량을 집배원에게 떠넘기는 등 노동자들 사이에 고통 분담도 강요해 왔다.

지난해 국토교통부가 진행한 택배 서비스 평가에서 우체국 택배는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 코로나19 시기에 열악한 조건과 감염 위험에도 택배 업무를 맡아 온 노동자들의 합의 이행 요구는 지극히 정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