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각료회담을 열흘 앞둔 지금 홍콩은 민주적 열기로 뜨겁다. 지난 12월 4일 약 25만 명이 빅토리아 파크를 가득 메우고 정부청사가 있는 도심까지 행진했다.

시위대들은 행정장관 선출권을 포함해서 보통선거권을 달라고 요구했다. 원래 전임 행정장관 둥치화의 퇴임 이후 지난 6월 취임한 신임 행정장관 도날드 창(曾蔭權)은 홍콩 대중의 민주적 권리를 존중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그는 결국 중국의 안을 그대로 수용했다. 2007년 행정장관 선거는 여전히 극소수의 ‘선거인단’만이 참가할 수 있을 것이다. 도날드 창은 이 선거인단의 수를 현재 8백 명에서 1천6백 명으로 늘리겠다는 안을 내놓았다.

홍콩 정부는 도날드 창에 대한 대중적 인기가 매우 높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시위에 참가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런 계산은 잘못된 것이었다. 도날드 창 정부에 대한 대중의 지지가 높은 것은 대중 행동으로 둥치화를 몰아낸 성과가 바로 이 정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사람들은 도날드 창이 원래 약속을 어기고 잽싸게 중앙정부의 안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며 그가 비굴하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중국 중앙정부 관료들과 영국 식민지 시절부터 대중에 대한 경멸감을 키워온 홍콩 자본가들 일부가 직접선거에 반대하는 발언을 하자 대중의 분노가 커졌다.

시위 이틀 전 한 고위관료는 선전에서 한 연설에서 “다수의 사람들은 중앙정부의 안을 지지한다 … 아무리 많은 사람이 시위에 참가하더라도 정부는 꿈쩍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의 유명한 부동산 투기꾼 스탠리 호는 “직접선거가 도입되면 건달들이 홍콩을 지배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직접선거가 도입되면 홍콩 정부가 각종 복지 문제에서 대중적 압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한 예로 홍콩에는 최저임금제도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홍콩 자본가들은 중앙정부의 권위주의적 통치를 적극 지지한다.

25만 명이 시위에 참가한 것을 확인하자 도날드 창 정부는 혼란에 빠졌고, 중국 정부는 논평을 자제하며 관망하고 있다.

도날드 창 정부는 최근 언론과 함께 반WTO 시위대들을 마녀사냥하는 캠페인을 주도해 왔고, ‘반세계화 말썽꾼들’ 3백 명의 블랙리스트를 작성해서 입국을 금지할 계획을 세웠다. 이런 자가 위기에 빠진 것은 곧 있을 WTO 반대 시위에도 희소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