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PD수첩〉에서 제기한 황우석 교수에 대한 논란이 난자 매매 윤리 논란에서 취재 기법의 윤리성 논란으로 넘어가자 MBC가 사과문을 발표했다. 갑자기 황교수가 단박에 명예회복을 한 것처럼 됐다.

그러나 〈PD수첩〉이 강압적 취재 방식에 대해 사과했다고 해서 그 인터뷰 내용도 완전히 쓸모없게 된 것은 아니다. 고문 수사를 당한 것도 아닌데, 기자에게 있지도 않은 일들을 만들어서 말했다고 생각하기는 힘들다. 게다가 〈PD수첩〉의 취재가 내부자 제보로 시작됐다는 사실은 충분한 정황 증거가 있다는 것을 뜻한다.

사실, 연구에 직접 참여한 사람이 아니라면 논문 결과의 조작 여부를 분명히 알기는 힘들다. 〈사이언스〉를 포함해서 모든 논문 심사는 기본적으로 연구 결과에 조작은 없다는 것을 전제한 상태에서 결론 추론 과정이나 그 논문의 의의 따위를 심사하는 것이다.

따라서 〈사이언스〉에 실렸다고 해서 논문 조작이 없다고 단정지을 수 없다. 실제로 〈사이언스〉와 〈네이처〉에 실렸던 얀 헨드릭 쇤의 논문 15편이 결과 조작으로 밝혀져 취소된 사례는 유명하다.

이번 황우석 교수 논문의 핵심은 환자 ‘11명’에게서 핵을 추출해 ‘더 나은 효율’로 배아줄기세포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것을 검증하는 분명한 방법은 〈PD수첩〉이 제기하는 것처럼 DNA 검사를 해 보는 것이다.

그러나 황우석 교수는 DNA 검사를 거부하고 실험 재연으로 입증해 보이겠다고 했다가 그것마저도 취소하고, 후속 연구로 자신들의 실력을 입증해 보이겠다고 말한다.

덕분에 의혹은 더욱 커지고 있다. 논문 작성 때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의뢰한 DNA 검사가 비공식적 검사였던 데다가 시료 상태가 아니라 황교수측에서 뽑아서 준 DNA를 조사한 것이라 환자들과 배아줄기세포로부터 각각 추출했다는 것을 입증할 수 없다.

또, 〈PD수첩〉의 DNA 검사 결과 2번 줄기세포의 분석 결과가 다르게 나타났다. 황교수와 함께 연구한 이병천 교수는 〈PD수첩〉의 DNA 검사 과정에 문제가 있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런데 반박 과정에서, 〈PD수첩〉에 제공한 바탕영양세포가 인간 바탕영양세포가 아니라 쥐 바탕영양세포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말은 인간 바탕영양세포를 사용해 더 높은 배아 복제 효율을 얻은 것이 주요 연구 성과라고 논문에서 밝혔던 것과 모순된다.

게다가 논문에 제시된 11개의 줄기세포 사진 중 4∼5쌍이 같은 것이었음이 드러났다. 황우석 교수는 실수라고 말했지만, 사진의 배율 등이 바뀐 것은 조작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보여 준다.

〈사이언스〉 편집장은 “현재로서는 이것이 논문의 과학적 성과에 영향을 미친다고 믿을 만한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이언스〉도 자신들의 신뢰성 등을 고려해 이 사실을 덮으려 하는 것일 수도 있다.

노벨상 수상자인 한국과학기술원(KAIST) 러플린 총장은 “〈사이언스〉는 그들에게 호의를 갖고 있는 논문을 띄우기 위해 동료들의 리뷰를 오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며, 논문을 조작했던 얀 헨드릭 쇤에 대해 자신이 비판적 논문을 쓴 후 〈사이언스〉로부터 리뷰 요청을 받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또, 러플린 총장은 “〈사이언스〉의 물리학과 관련된 판단들이 정치적인 관점을 띠어가고 있다”고 말했는데, 황우석 교수의 논문이 〈사이언스〉에서 특별 대우를 받으며 논문 심사를 통과한 것을 보면 생명과학 쪽에서도 ‘정치적 관점’이 없었다고 보기 힘들다.

주류 언론들은 과학계에 맡겨 두면 결국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황우석 교수 논문의 핵심은 ‘뛰어난 손 기술로 맨 먼저 해냈다’는 것이다. 다른 과학자들이 이 연구를 뒤쫓아 하더라도 황우석 교수가 이를 실제로 성공했던 것인지 증명할 방법은 없다.

과학 분야에서는 앞으로 나올 것이 확실한데 아직 물증이 없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경우 우선권 선점을 위해 일단 논문을 발표하고 보는 경우가 있었다. 얀 헨드릭 쇤도 데이터 변조를 인정했지만 자신이 제시한 결과가 가능함을 끝까지 주장했다.
막대한 연구비를 지원하면서 분명히 드러난 의혹들을 애써 무시하며 넘어갈 수는 없다. 그리고 진실을 밝히는 법은 간단하다. “제3기관이 공개 검증”하는 것이다. 그것만이 논란을 끝낼 수 있다.


난자 매매의 비윤리성

 이번 논란 이후에 주류 언론들이 난자 기증을 ‘국익을 지키는 숭고한 일’로 미화하고 있다. 그러나 난자 매매의 비윤리성 문제를 잊어서는 안 된다.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계속된다면 음성적인 난자 매매가 늘어날 가능성도 많다.

물론 음성적인 장기 매매를 이유로 장기 기증에 반대할 수 없듯이, 음성적인 난자 매매의 가능성 때문에 배아복제 연구와 이에 따른 난자 기증을 반대할 수는 없다.

그러나 황우석 교수가 자발적으로 기증된 난자가 아닌 것을 사용하고 이를 은폐하려 한 것은 비판받아 마땅한 일이다.

이런 정당한 비판이 ‘매국 행위’로 비난받는 것은, 보건의료단체연합 우석균 정책국장이 지적한 것처럼 “장기화된 불황과 사회 양극화 심화로 희망이 사라진 한국 사회”에서 “‘황 교수가 상징하는 생명공학’이 우리 경제를 살릴 것이란 희망” 때문일 것이다.

주류 언론들은 황우석 교수의 성과를 ‘한민족의 우수성’과 ‘국익’으로 포장해 왔다. 또, 정부는 차세대 경제성장 동력으로 바이오 산업을 선정하면서 생명공학이 현재의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할 대안이라는 환상을 유포해 왔다.

기업들의 MBC 광고 중단 압력은 이 연구에 대한 비판을 모두 가로막으려는 저들의 의지를 보여 줬다.

그러나 민간보험 도입과 병원 영리법인화 등을 앞장 서 추진해 온 미즈메디병원장 노성일이 특허권의 40퍼센트를 갖고 있었다는 것에서 보듯 ‘국익’이 대다수 사람들에게 돌아올 가능성은 없다.

난자 매매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정하고 독립적인 기구가 배아줄기세포 연구 과정을 투명하게 감시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배아줄기세포 연구 자체를 반대할 수는 없다

이 연구가 실제 치료에 사용되는 데는 앞으로도 많은 난관이 남아 있고 또 오랜 기간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해도 이것은 모든 과학 연구들의 공통된 특징이다.

그리고 기업들의 이윤을 위해 이 연구가 진행된다는 점도 반대 이유가 될 순 없다. 광범한 사람들에게 유용한 것이 자본주의 하에서 이윤 목적으로 생산되지 않는 것이 얼마나 있겠는가. 자본주의에 반대해 투쟁함과 동시에, 이런 연구의 혜택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돌아가도록 애쓰는 편이 나을 것이다.

몇몇 환경주의자들과 종교인들은 “수정란도 생명”이라며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런 주장대로라면 여성들의 낙태 권리도 옹호할 수 없다.

이라크 전쟁을 일으킨 부시와 미국의 기독교 우익들도 같은 논리로 배아줄기세포 연구와 낙태에 반대한다는 사실은 ‘생명 윤리’ 주장의 모순점을 보여 준다.

게다가 이들이 전제하고 있는 ‘복제 인간’에 대한 두려움은 유전자 결정론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이런 환원주의적 주장을 지지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