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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보안법 구속자들 변호인 인터뷰:
“F-35 도입 반대는 표현의 자유, 주장만으로 처벌하는 건 전체주의적 발상”

지난 8월 청주에서 평화 활동가 3명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공안 당국은 이들이 북한의 ‘지령’을 받아 ‘자주통일 충북동지회’라는 단체를 결성했고, 국가기밀을 탐지해 북한 당국에 보고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들이 벌인 F-35A 전투기 도입 반대 운동도 모두 북한의 배후 조종에 따른 일이라고 했다. 최근에 검찰은 이들의 동료 1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청주지방법원에서 재판이 진행 중인데, 피고인들은 제기된 혐의를 모두 인정하지 않았고 검찰이 제출한 증거를 모두 부동의했다. 그래서 증거 조사를 중심으로 법정 공방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12월 20일 박응용 씨 등 피고인 3명의 변호를 맡은 정병욱 변호사를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정 변호사는 국가보안법 자체가 사라져야 할 악법이라 했고, 이번 사건에서도 검찰의 주장과 그 근거에 여러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하는 인터뷰 질문과 답변이다.

검찰은 청주 평화 활동가들의 F-35A 도입 반대 운동이 이적 행위라고 주장합니다. 어떻게 생각하나요?

11월 보안법 폐지 1인 시위 중인 정병욱 변호사 ⓒ출처 국가보안법폐지국민행동

F-35A 도입에 찬성하는 사람도 있고 반대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누구든 표현의 자유가 있어야 합니다.

F-35A 도입에 반대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우리 나라 국민은 무조건 전투기 도입을 찬성해야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독재죠.

이 분들이 F-35A 도입을 반대한다고 어디에 화염병을 던진 것도, 침입한 것도, 누군가를 폭행한 것도 아닙니다. 평화를 위해 반대한 것일 뿐이에요.

국가보안법은 정말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입니다. 더군다나 국가보안법 위반자에게는 벌금형이 없어요. 모두 징역형으로 처벌받고, 따라서 구속될 수 있어요. 그만큼 무거운 형벌입니다.

F-35A 도입 문제 같은 정부 정책이든 뭐든지 간에 누구든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어야지, 이를 국가보안법으로 처벌하는 것은 과도합니다.

재벌 비판, 연방제 통일 지지 등이 북한 당국과 유사하므로 국가보안법 위반이라는 것은 정당한 논리인가요?

북한의 ‘지령’이나 주장과 비슷하다고 해서, 우리는 그런 얘기를 하면 왜 안 되나요? 우리 나라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라고 하면서, 왜 헌법에 명시된 자유와 민주를 누릴 수 없는 건가요? 북한 [당국]이 얘기하는 것과 동일하게 말할 수도 있어야죠.

적어도 우리 나라의 평균적인 국민들은 그 얘기를 듣고 나서 판단할 수 있어요. ‘아, 북한과 동일한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네. 그러면 좋아, 또는 싫어’ 하고요. 그런 주장을 접해서 판단하고 생각할 자유가 있어야죠.

주장만으로 처벌하는 것 자체가 전체주의적이고 히틀러식 발상이 아닐까 싶어요.

북한과 접촉했다는 이유로 처벌받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요?

북한과 접촉했다고 처벌받아야 한다면, 문재인 대통령도 처벌받아야 합니다. 남북교류협력에관한법률은 북한을 대화의 상대로 보지만, 국가보안법은 북한을 반국가단체라고 하죠. 사실 남북 교류·협력을 하는 사람들 모두 국가보안법을 위반하는 거예요.

[그런데] 국가 일을 하는 사람들은 처벌 안 받고, 일반 시민들은 북한과 접촉했다고 처벌받을 수 있는 겁니다.

이게 말이 되나요? 법은 누구에게나 공평해야 하는데, [국가보안법은] 공평하지 않은 법입니다. 누구는 정치인이어서 처벌을 피하고, 누구는 그렇지 않고. 국가보안법은 참으로 불공정하고 차별적인 법률입니다.

청주 활동가들은 국가기밀을 북한에 보고했다는 간첩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내용이 민중당(진보당) 관련 정보나 여당 국회의원을 면담한 내용이더군요?

북한 당국이 모르는 것이라면 모두 국가기밀로 본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어요. 심지어 공지된 사실을 포함해, 한국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것도 말이죠.

즉, 우리가 일반적으로 하는 모든 활동이, 우리가 읽고 수집하고 판단하는 모든 정보가 [북한에 전달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한다면 국가기밀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판례 자체를 바꿔야 해요. 그리고 그만큼 국가보안법이 정말 문제가 많아요.

국가보안법 자체가 매우 모순적인 법률이고,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행위를 제한하는 법입니다. 그래서 국가보안법을 헌법 위의 악법이라고 하는 겁니다.

[악법도 법이라고 한] 소크라테스도 국가보안법을 폐지해야 한다고 하지 않을까요? 소크라테스가 대한민국에 있다면 어떤 얘기를 할지 궁금하네요.

그리고 이런 간첩 사건이 대선과 맞물리면서 나온 것 같아요. 이처럼 국가보안법은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고, 자기 편이 아닌 사람을 분열시키는 도구가 될 수 있어요.

평화적인 F-35 도입 반대 운동을 이적 행위로 처벌하는 건 부당하기 짝이 없는 국가 탄압이다 ⓒ출처 F-35도입반대! 청주시민대책위원회

12월 15일 재판에서 검찰이 동영상을 틀었어요. 해외에서 북한 공작원을 접촉한 장면이라면서요.

여기에 몇 가지 문제가 있어요. 우선, 이날 영상 검증을 위해 나온 국정원 직원 때문에 [법정 안에] 차폐막이 설치됐어요. 피고인들이 공개된 재판을 받는 게 기본이고, 굳이 공개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데 말입니다.

게다가 검사는 파일들을 증거로 제출하지 않은 채 법정에서 검증을 했어요. 증거 능력이 있다고 채택된 증거들만으로 법관들이 유·무죄를 판단해야 하는데 말이죠. 따라서 법원에 제출도 안 된 것들을 검증하는 건 절차상 맞지 않았습니다.

설사 동영상이나 사진들이 위·변작된 게 아니더라도, 영상 속 인물이 북한 공작원이 맞는지, 심지어 피고인들이 맞는지 등이 아직 확인되지 않았어요. 즉, 아직도 밝혀진 게 하나도 없는 것이죠.

검찰이 제출한 증거들에 관해서는 앞으로 다툴 게 많습니다. 예컨대, 피고인들은 압수수색 당시에 자신들의 참여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았다고 주장해요. 수사관 수십 명이 몰려 와서 누가 누구인지 알 수도 없었다고 하고요. 그런 압수수색 과정에서 확보됐다는 USB와 노트북 등에 대해서 피고인들은 본인의 물건이 아니라고 합니다.

압수수색 절차의 위법성 여부, 증거 능력 여부 등에서 앞으로 가릴 게 많다는 것이죠.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들에게 어려움은 없었나요?

피고인들은 국가보안법 때문에 무려 20년 동안 사찰을 받아 왔다고 얘기합니다. 이렇게 권력기관이 개인들을 어떤 혐의로 오래 사찰한다는 게 과연 정당할까요?

피고인 중에 박응용 씨는 [난치병인] 다카야수동맥염을 앓고 있어요. 이는 산업 재해로 인해 생긴 병으로 알아요. 당연히 이 분은 구속 상태를 힘들어 하죠. 심혈관 질환이어서 약도 꾸준히 먹어야 합니다.

그래서 피고인들의 보석을 신청했고 박응용 씨에 대해서는 구속집행정지도 신청했는데, 아직 결정이 나오지 않고 있어요.

구속된 3인은 원래 3월에 구속 기간이 만료되는데, 최근에 검찰이 추가 기소를 했어요. 그래서 이를 근거로 구속 기간을 연장시킬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하실 얘기가 있나요?

자유민주주의 국가라면 김일성 회고록 같은 책도 선택하고 읽을 자유, 사상의 자유는 마땅히 보장돼야 하지 않을까요?

국가보안법 폐지가 해결책일 겁니다. 저는 국가보안법 사건을 이번에 처음 맡았어요. 그렇지만 이번 사건 자체가 문제라고 보고, 이번 재판이 보안법의 악법성을 알릴 수 있는 기회라고 봅니다. 국가보안법이 폐지돼 지금까지 고통받아 온 피해자들이 모두 해방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이번 재판에도 많은 관심을 부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