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필자가 김현제 전 현대차비정규직지회장의 페이스북 계정에 단 댓글이다.


저는 현대자동차 정규직 노동자인 노동자연대 회원 정동석입니다. 전국노동자모임 소속의 김현제 전 현대자동차비정규직지회장이 법원에 제출했다는 진술서를 보니, 기가 막히고 당혹스러웠습니다.

그 진술서에서 김현제 전 지회장은 지난해 4~5월 현대차 보전 하청 노동자들의 투쟁에 노동자연대 회원이 연대했던 게 문제라고 했습니다. 집회에서 저에게 연대 발언할 기회를 준 것, “연대를 용인한 것”이 부적절했다고 하더군요.

김 전 지회장은 제가 연대를 내세워 보전 하청 노동자들에게 “접근”했다고도 표현했는데, 마치 불순한 의도를 갖고 접근했다는 인상마저 주었습니다. 비정규직에 대한 연대를 이런 식으로까지 보다니, 참 안타깝네요.

내년 말 정년퇴직을 앞둔 저는 한평생 연대를 소중한 것으로 여기며 활동해 왔습니다. 비정규직 동지들의 투쟁에 나름 열심히 연대했습니다. 노동자연대에서 활동하면서 그 중요성을 더 많이 배웠지요.

그런데 김 전 지회장이 함께하는 동료들은 그런 얘기를 안 해 줍니까? 연대의 가치를 중시한다면 이렇게까지 말하지는 못할 텐데 말입니다.

김 전 지회장이 자기 편의대로 기억을 짜맞추다 보니 머릿속이 엉킨 모양인데, 당시 투쟁이 한창일 때 동지는 저에게 다른 말을 했었지요. 직접 문자 메시지를 보내 “감사하다”고 하고, 제가 정규직 동료들의 지지 메시지를 받아 대자보로 제작해 부착했을 때 “한 장 한 장 읽어보고 싶은데, 어디 가면 붙어 있나요?” 하고 묻기도 했었지요.

김 전 지회장은 한 텔방에 직접 이렇게도 썼습니다. “노연[노동자연대] 회원이 보전 하청 동지들의 투쟁에 그 어떤 정규직 활동가들보다 적극적[으로] 연대한 건 숨길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 결과 보전 하청 조합원 동지들의 발언요청이 있었던 것이구요.” 그래서인지 그 집회에서 김 전 지회장은 저를 “특별한 분”이라고 소개했죠.

그렇다면, 적어도 저의 연대 활동을 불순한 접근이라고 깎아내리지는 말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투쟁에 정말 필요했던 것

김 전 지회장은 노동자연대가 ‘2차가해’를 했다며 문제삼았습니다.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가 이를 이유로 노동자연대와 연대 단절을 결정했고, 따라서 노동자연대 회원인 제가 한 연대는 “용인”하지 말았어야 했다는 것입니다.

민주노총 중집이 노동자연대를 ‘2차가해’로 몰아 연대를 중단한 것은 절차와 내용 모두 문제가 많았습니다. 정당성도 없었지만, 이 점에 관해서는 서로 이견도 있으니 토론하고 논쟁할 일로 남겨둡시다.

그런데 한 번 보세요. 설사 노동자연대가 ‘2차가해’를 했다고 쳐도, 당시 보전 하청 동지들의 투쟁과 이게 무슨 상관이 있었습니까? 그 투쟁에서 정말 필요한 건 무엇이었습니까?

현대차 사측이 주 52시간제 시행을 빌미로 임금을 삭감해 버려서 보전 하청 노동자들이 불만을 터뜨리며 파업을 했습니다. 사측은 요지부동이었고, 대체인력까지 투입해 투쟁을 약화시키려고 안달이었죠.

그래서 보전 하청 조합원들이 손수 호소문을 써서 연대를 촉구했습니다. “사람답게 살고 싶습니다. 정규직, 비정규직 동지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그런데 어땠습니까? 정규직지부 집행부는 연대를 외면했지요. 보전 하청 동지들이 공장을 순회하며 연대를 호소하려고 했을 때 적잖은 대의원들도 지원하기를 외면했습니다.

보전 하청 동지들은 최선을 다해 투쟁했는데, 연대가 넓어지지 못해서 고전했습니다. 그러니 이 투쟁에서는 정말이지 연대가 사활적으로 중요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한에서, 제가 일하는 4공장에서 최대한 연대를 조직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당시 저는 병환으로 고생하는 노부모를 돌봐야 하는 처지였는데, 그래도 회사 출근하는 날에는 어떻게든 시간을 내서 집회에 참가하고, 동료 조합원들을 설득했습니다.

4공장 현장조직위원회, 사업부위원회(대의원회)에 제안해 투쟁 지지 입장을 발표하도록 했습니다. 현장 조합원들을 일일이 만나 설득하면서 40여 명에게서 지지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이것을 대자보로 부착했지요. 보전 하청 동지들이 함께 기뻐하며 힘이 난다고 했던 게 생각납니다.

보전 하청 동지들을 생각하면, 고사리 손을 빌려도 아쉬울 판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때, 연대를 거부하고 배척하는 게 과연 옳았을까요? 오히려 힘을 합쳐 정규직 집행부의 연대 회피를 비판하면서 기층에서 더 넓은 연대를 건설하려고 애써야 하지 않았을까요?

패배의 원인을 돌아봐야

김 전 지회장도 기억하겠지만, 보전 하청 동지들의 투쟁은 아쉽게도 결국 고배를 마셨습니다. 4월에 관심을 끌던 투쟁은 5월 중순경부터 고전했습니다. 특히 연대가 확대되지 않아서 말입니다.

초기 한 달여간 보전 하청 조합원들은 공장 곳곳을 돌며 연대를 호소했죠. 그러다가 4월 말경부터 지회 집행부는 이런 노력을 더 강화하기보다 고용노동청의 중재에 기대를 걸었지요. 당시 비정규직지회 활동가들이 이런 말들을 많이 했던 게 기억납니다. “이제 고용노동청이 어떻게 나올지 봐야죠” 하는 말들 말입니다.

그러다가 5월 말에 집행부는 손에 쥔 것 없이 파업을 종료했습니다. 일부 보전 하청 조합원들은 “얻은 것도 없이 투쟁을 접었다”며 씁쓸해 했었죠.

그런데 공교롭게도, 비정규직지회 집행부가 파업을 접은 시점이 노동자연대와의 연대 단절을 결정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였습니다. 전국노동자모임 회원 등 일부가 제가 한 집회 연대 발언에 대해 문제제기 한 것을 계기로 5월 22일 지회 운영위원회에서 연대 단절을 결정하고, 그 뒤로 열흘도 안 돼 파업을 접었지요.

저는 그날 집회에서 연대, 특히 정규직 노동자들의 연대가 절실하다고 주장했는데, 그게 문제였던 걸까요? 노동자연대를 속죄양 삼기보다 오히려 비정규직지회가 연대를 확대하려는 노력을 얼마나 진지하게 했었는지, 고용노동청 중재에 기대를 걸었던 것이 왜 문제였는지를 철저하게 돌아보는 게 더 의미있는 것 아닐까요?

마지막으로 한 마디 덧붙이자면, ‘전국노동자모임이 노동자연대의 입장을 충분히 들어 본 뒤에 연대 단절을 결정했다’는 김 전 지회장의 말도 부정확하다는 점을 짚어야 하겠습니다.

전국노동자모임은 당시 노동자연대 측에 알리지도 않고 몰래 전지윤을 비롯한 비방자 측의 자료를 배포하고 그중 일부를 초청해 연대 단절 건을 논의했습니다. 노동자연대가 우연히 이 사실을 알게 돼 요청을 하자, 그제서야 뒤늦게 요식행위로 해명 기회를 줬던 것입니다. 이를 봐도 전국노동자모임 측이 한 연대 단절의 동기가 불순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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