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2일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 한·미 국방장관들이 새로운 전략기획지침(SPG)을 승인했다. 전략기획지침은 한·미 양국이 작전계획을 수정하거나 새로 작성할 때 가이드라인이 되는 문서다.

새 전략기획지침에 따라 기존의 한·미 연합 작전계획(이하 ‘작계’)도 대폭 수정·보완될 것이라고 알려졌다.

작계는 특정 상황에 따른 한·미 양군의 군사작전 계획이다. 보통 시나리오별로 ‘작계 50XX’이라고 부르는데, 여기서 50은 한반도를 관할하는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의 고유 번호다.

작계는 주로 북한과의 충돌을 염두에 두고 상황별로 다양하게 작성됐고, 계속 수정돼 왔다. 대표적으로 1974년에 작성돼 이후 수차례 개정된 ‘작계 5027’이 있었다. 이는 남북 전면전을 상정한 계획이었다.

그동안 작계는 더 공세적인 방향으로 변해 왔다. 대북 군사 압박을 강화하고 한미동맹을 업그레이드할 필요에 따라서 말이다.

예컨대, 2015년에는 새로운 작전계획인 ‘작계 5015’가 수립됐다. 이 계획에는 유사시 대북 선제 타격과 참수 작전(북한 수뇌부 제거), 북한 내 급변사태 발생시 북한을 점령하는 ‘안정화 작전’ 등 매우 공세적이고 호전적인 내용이 포함됐다.

2015년 참수 작전 등이 포함된 작계 5015 발효는 이후 한반도에서 긴장이 커지는 데 크게 일조했다. 2015년 한미연합훈련 ⓒ출처 국군

이런 내용의 ‘작계 5015’는 한미연합훈련과 한국군 운용에 고스란히 반영돼 왔다. 문재인 정부와 미군 당국은 한미연합훈련이 “방어적 성격”이라고 해 왔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북한 당국이 한미연합훈련과 F-35 도입 등 한국의 군비 증강에 민감하게 반응해 온 것이다.

참수 작전

이번에 작계가 왜 다시 업데이트되는 것일까? 군 당국은 “핵·미사일 위협 고도화 등 북한 위협의 변화”가 가장 큰 이유라고 말한다. 북한이 핵개발을 계속해 오고 극초음속미사일, 순항미사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을 새로 개발해 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을 지속한 것은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위협 탓이 크다. 이 말은 대북 적대는 평화에서 더 멀어지는 길이라는 뜻이다.

2018~2019년에 북·미 정상회담이 잇달아 열렸지만, 당시 미국 대통령 트럼프는 대북 제재를 풀지 않은 채 북한의 선(先) 핵 포기를 고집했다. 북한 당국은 영변 핵시설을 포기할 테니 일부 제재를 풀어 달라고 했지만, 미국은 요지부동이었다.

그런 가운데 중단하겠다던 한미연합훈련은 외려 더 강화돼 왔다. 예컨대, 한미연합 야외기동훈련은 2018년 총 135회, 2019년 209회, 지난해에는 팬데믹 여파로 다소 줄었음에도 194회나 실시됐다.

바이든 정부도 트럼프 정부와 별반 다르지 않다. 북한에 대한 제재를 추가하면서 대화는 후순위로 미뤄 놨다.

작계를 새로 보완하는 것은 한반도의 불안정을 더 악화시킬 일이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상정한 새 작계는 당연히 기존 계획보다 훨씬 더 공세적일 것이기 때문이다. 새 작계에는 꾸준히 현대화된 한국군의 변화도 반영될 것이고, 주한미군의 역할 변화도 반영될 수 있다.

업그레이드되는 작계에는 북한의 핵·미사일 기지에 대한 감시·정찰을 강화하는 한편, 선제 타격 목표도 훨씬 더 많이 늘리고, 유사시 최단시간 안에 표적을 더 많이 제거하는 구상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작계는 한·미의 대북 군사 위협을 증대시킬 것이고, 그만큼 북한의 강한 반발을 부를 것이다.

“다른 도전”?

최근 미군 고위 인사들은 작계에 기존과 다른 내용도 포함돼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12월 8일 미국 국방차관 콜린 칼은 이번 전략기획지침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 계획은 북한뿐만 아니라 솔직히 말해 역내 다른 도전들이 제기하는 위협의 진화를 감안하며 계속 발전하고 있다.”

한미동맹의 기존 계획이 주로 북한에 관한 것이었다면 이제는 “다른 도전”, 즉 중국에 대응하는 방향으로 강화되고 있다는 말이다.

25일 전(前) 주한미군사령관 로버트 에이브럼스도 최근 3년 새 중국군의 한국 방공식별구역 침범 사례가 300퍼센트 증가하는 등 한반도 주변에서 중국의 위협이 커졌다며, 중국에 대한 대응을 작계에서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이든 정부는 중국을 견제하려고 동맹 체계를 조정하고 강화하는 데 힘쓰고 있다. 이런 방향이 한미동맹의 군사 계획을 손보는 데 영향을 줄 공산이 크다.

이번 SCM 공동성명은 대만 문제를 처음으로 명시하고, 한미동맹을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의 핵심축”으로 규정하고 있다. 한미동맹의 역할이 한반도를 넘어 인도-태평양으로 넓어지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중국과의 관계를 의식하면서도 기본적으로는 한미동맹을 우선시하고 미국의 대중국 견제에 협력하고 있다. 그게 한국 지배계급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여기는 것이다.

작계가 수정되는 과정에서 한국의 군비는 더욱더 증강될 것이다. 이미 문재인 정부 5년간 연평균 국방예산 증가율은 6.3퍼센트나 됐다.

미국은 한국군의 전력 증강이 자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이롭다고 여긴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는 이를 기회 삼아 최첨단 무기 도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일례로 여당은 “자주”를 기치로 경항모 도입 예산안 통과를 밀어붙였다.

한국 지배자들은 군비 증강으로 주변 정세의 불안정에 대처하고 국가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려 한다. 그러나 군비 증강은 외려 불안정 고조에 일조하고, 팬데믹과 기후 위기 대응 등 진정 필요한 곳에 가야 할 자원을 낭비하는 일이다.

한미동맹의 대중국 견제 성격이 강화되고 그 역할이 확대될수록, 갈수록 첨예해지는 미·중 갈등에 휘말려들 위험은 더 커질 것이다. 대만해협 긴장이 결코 강 건너 불이 아닌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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