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에 실린 여성 차별 경험에 대한 한 동지의 독자편지를 읽고 제가 직장에서 겪은 성차별이 생각나서 기고하게 됐습니다.

저는 작은 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입니다.

입사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어떤 환자가 비키라며 제 허벅지를 만진 적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부딪힌 것이라는 생각에 저도 모르게 ‘죄송합니다’ 하고는 다시 일을 하러 갔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의도적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동료들, 수간호사와 함께 점심을 먹는 자리에서 그 일을 얘기하고 CCTV를 보여 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안타깝게도 CCTV가 촬영되지 않는 곳이어서 어떤 증거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동료들이 제 이야기를 듣고는 해당 환자가 혈압을 잴 때 가슴을 툭 친 적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이전에는 간호사를 카메라로 촬영하거나 신체적 접촉에 항의하자 간호사 멱살을 잡은 환자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병원에서 구두 경고만 할 뿐 실질적인 대응을 하지 않아 혼자 삭일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동료들은 이번 일도 그냥 넘어갈 거라며 저를 위로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수간호사는 같은 여성이고 수십 년간 간호사로 일해서 누구보다 우리 노동환경을 잘 알고 있음에도 어영부영 넘어가려고 했습니다.

저는 자기의 생명을 유지해 주는 중요한 일을 하는 의료진에게 불쾌한 성적 언행을 하는 환자들이 존재한다는 것에 처음에는 매우 경악했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일들이 결국 나의 노동조건과 관련된 문제라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제가 일하는 곳은 노동조합이 없어 노동자들이 보호받기 어렵고, 환자 유치가 병원 이윤에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환자 한 명에게서 월 200만 원가량, 일 년 열두 달 내내, 몇 년씩 이윤이 나오기 때문에 한 명이라도 다른 병원으로 옮기게 되면 이윤에 큰 타격을 입는 구조입니다. 이런 이유로 병원은 의료진들이 환자에게 겪는 불쾌한 언행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고 반복적인 성차별이 발생했던 것입니다.

저와 동료들은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지 머리를 모았습니다. 저희는 어떤 환자가 어떤 행동을 했는지 사례를 공유했고, 신체적 접촉을 막기 위해 어떤 위치에서 어떤 자세로 의료 처치를 할 것인지, 어떤 멘트로 거부 의사를 밝힐 것인지도 얘기했습니다. 혼자서 대응하기 어려울 때는 손을 들고 ‘도와주세요!’라고 도움을 요청해 즉각 손을 바꿔 주거나, 같이 모여 대응하기로 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대응한 뒤에는 불쾌한 언행이 크게 줄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무슨 일이 있을 때 혼자가 아니라 동료들이 나와 함께해 줄 것이라는 믿음과 신뢰가 생겼습니다.

제가 겪은 성차별은 저와 제 동료만의 문제가 아니라 자본주의 사회에서 수많은 노동계급 여성들이 겪는 일입니다. 제가 혼자가 아니라 동료들과 함께 싸웠듯이 여성 차별이 뿌리내린 자본주의 사회에 맞서 동지들과 함께 싸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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