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감소와 군비 경쟁에 대응해 한국의 지배자들은 예비군 훈련과 규율을 강화하고 싶어한다 ⓒ출처 국방홍보원(플리커)

정부가 올해부터 ‘비상근 예비군 제도’를 시행할 계획이다. 예비군 부대에서 중·소대장급 지휘관, 전투장비 운용 및 정비 등을 맡을 사람을 모집해 연간 최대 180일까지 복무하게 하는 것이다. 그 대가로 일급 10만~15만 원을 지급한다.

이 제도는 2014년부터 시행해 온 ‘예비군간부 비상근 복무제도’를 확대한 것이다. 기존에는 복무 기간이 연간 30일 이내였는데, 이는 ‘단기 비상근 예비군’이라는 이름으로 유지하며 규모를 늘린다. 여기에 연간 180일까지 복무하는 ‘장기 비상근 예비군’이 신설된다.

자원할 수 있는 대상도 군 간부 출신자에서 일반 병사 출신으로 확대한다.

정부는 지휘와 장비 운용을 할 수 있는 ‘숙련 인력’을 전역한 후에도 효과적으로 활용해, 예비군의 실제 전투 수행 능력을 높이려 한다.

국방부는 인구 감소로 상비 병력이 줄어들어 예비군의 중요도가 커졌다고 이 제도 시행 이유를 밝혔다.

예비군 강화는 군대를 더 효율화해 군사력을 강화하려는 전반적인 계획의 일부다.

박근혜 정부는 ‘국방개혁 기본계획 2014~2030’에서 상비 병력 규모를 줄이고 간부 비율을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동시에 “예비군의 실질적 전투 준비를 위해 장비 보강과 훈련을 강화”할 계획도 밝혔다. 이에 따라 2016년부터 예비군 관리·동원을 총괄할 ‘동원전력사령부’ 창설을 추진했다.

문재인 정부는 ‘국방개혁 2.0’에서 병력 구조 개편 계획을 이어받았다. 2018년에는 육군 산하에 동원전력사령부를 실제로 창설했다.

전투 능력을 높이려는 목적에 비춰 보면, 이런 변화는 예비군 훈련이 더 힘들어지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박근혜 정부는 예비군 훈련에 지각하면 입소를 금지하고, 훈련 성과에 따라 조기 퇴소할 수 있게 인센티브를 주는 등 훈련의 규율과 강도를 높이려 했다. 또, 예비군 동원 훈련 기간을 2박 3일에서 4박 5일로 단계적으로 늘리려다 반발에 부딪혀 유예하기도 했다.

정예화

한편, 정부가 이런 변화를 추진하는 데는 좀 더 넓은 맥락도 있다.

육군은 동원전력사령부가 “통일 이후에도 미국·이스라엘과 유사한 동원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구심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북한과의 군사적 대치 이상의 배경이 있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국방개혁 기본계획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질서에서 신흥강국의 부상”으로 “군사력 현대화, 군비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을 병력 구조를 개편해야 할 배경으로 밝혔다.

문재인 정부의 국방개혁 2.0은 좀 더 분명하게 “중국과 신흥국들의 부상”을 언급한다.

이런 인식 속에 한국은 매우 빠른 속도로 군사력을 강화해 왔다. 한국은 세계에서 열째로 군비 지출이 많은 국가다. 지난해에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에 성공했고, 핵추진 잠수함, 항공모함, 정찰위성 도입 추진 등 군비 증강 노력은 그칠 줄 모른다.

문재인 정부 5년간 국방비 증가율은 6.5퍼센트로,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의 4.7퍼센트보다도 높다.

한국의 군비 증강은 불안정한 주변 정세에 대응하는 동시에, 제국주의 세계 체제 안에서 더 나은 지위를 차지하려는 것이기도 하다. 이는 다시 주변국들의 군비 증강을 자극하고 긴장을 높이는 데 일조할 것이다.

시위 진압

국가는 다른 국가나 노동계급으로부터 자국 지배계급을 보호한다. 군대는 이런 필요에서 탄생한 특수한 무장 조직이다. 예비군도 군대의 일부인 만큼 이런 성격을 갖고 있다.

예비군은 박정희가 1968년에 창설했다. 김신조 등 북한 특수부대가 청와대를 기습하려다 실패한 사건 직후였다. 사회 분위기를 냉각시키려 한 것이다.

당시 국회의원이었던 김영삼은 예비군 폐지 법안을 발의했다. 김대중은 1971년 대통령 선거에서 예비군 폐지를 공약으로 걸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1998년 집권해서는 그런 시도를 하지 않았다.

1980년 12월에는 ‘향토예비군설치법’에 “무장 소요가 있거나 소요의 우려가 있는 지역에서 무장 소요 진압”이 예비군의 임무로 추가됐다. 5·18 광주항쟁 직후라는 점을 고려하면, 예비군을 시위 진압에 동원할 목적으로 법을 개정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1991년 강경대 열사 사망으로 격화된 ‘분신정국’ 시기에는 서울의 일부 예비군 동대에 “소요진압 작전 태세를 강화하고 전 부대는 즉각 출동태세를 유지하라”는 대외비 공문이 하달되기도 했다.(실제 시위 진압에 투입되는 일까지 벌어지지는 않았다.) (한홍구, ‘예비군은 개긴다, 고로 존재한다’, 〈오마이뉴스〉, 2002)

요컨대 비상근 예비군 제도 시행은 군사력 강화를 위해 군대 구조를 개편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것이다.

노동자·서민층 청년들이 예비군 훈련에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뺏길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주변 정세의 불안정을 키우는 데 일조할 수 있는 일에 반대해야 한다. 그리고 군비 증강에 쓰는 돈을 복지와 일자리 확대에 쓰라고 요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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