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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패스, 청소년, 노동자들

정부의 백신패스 의무화가 강화되고 있다. 1월 3일부터는 백신패스 유효기간이 6개월로 단축됐다.

평범한 사람들은 식당과 대형마트 같은 필수 시설 출입을 제한당하고, 커다란 소리로 접종 여부를 알리는 인증 방식 때문에 망신을 당하기도 한다. 지침이 달라질 때마다 새로 앱을 설치하고 업데이트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백신 부작용을 호소하는 사람들은 나날이 늘어나는데 별 대책도 없이 의무만 강화하는 정부 지침에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3월부터 청소년에게도 백신패스를 적용해, 백신을 맞지 않으면 식당 등은 물론 학원과 도서관 출입도 제한하기로 했는데,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으로 일단 중단됐다.

정부의 조처대로라면 청소년은 백신을 맞지 않으면 방과 후에 갈 곳이 없어지는 것은 물론 각종 질책과 또래 사이의 따돌림까지 걱정해야 할 판이었다. 부모의 동의가 있어야 백신을 맞을 수 있는 청소년들에게는 선택권도 없이 불이익만 주는 셈이다. 이런 부담은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 부모에게도 전가된다.

설득

물론 지금으로서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될 경우 생명의 위협을 줄여 주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 백신이다. 예전 같았으면 당장 퇴출되거나 폐기됐을 만큼 부작용이 많은 백신을 사람들이 이 악물고 맞는 이유다.

그러나 정부가 진지하게 사람들의 건강과 안전을 걱정한다면 백신 접종의 이익을 설명하고 부작용을 폭넓게 책임지며 접종을 설득해야지, 접종을 강제하는 것은 합리적이지도 효과적이지도 않다.

책임 전가 백신패스 의무화는 정부의 방역 실패 책임을 평범한 사람들에게 떠넘기는 것이다 ⓒ이미진

백신패스 의무화는 정부의 방역 실패 책임을 평범한 사람들에게 떠넘기는 효과를 낸다.

정부의 위드코로나 정책 실패로 지난해 말 확진자 수가 치솟고 병상 부족이 심각해, 제대로 치료도 받지 못하는 환자가 늘어났다. 이로 인해 지난해 12월 한국의 코로나19 치명률은 1.62퍼센트로 치솟아 당시 세계 평균(1.21퍼센트)보다 훨씬 높아졌다.

이는 정부가 코로나19를 치료할 병상과 인력을 확충하지 않아 벌어진 일이었다. 지난 2년 동안 환자들을 치료할 병원은 거의 늘리지 않았고 인력 충원도 말뿐이었다. 코로나 환자를 치료하는 노동자들의 조건은 거의 개선하지 않은 채 형식적으로 정원만 늘리거나 그조차 차일피일 미뤄 왔다.

병원 노동자들의 고통은 커져만 가는데도 정작 치료받을 수 있는 병상이 없어 집에서 기다려야 하는 사람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소위 ‘전문가’들은 경제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시장 논리에 사로잡힌 데다가, 정부의 눈치를 살피느라 ‘재택치료’ 같은 엉터리 처방들을 변호하고 있다.

병상과 인력 확충

백신패스 의무화는 병상과 인력 확충이라는 진정한 대책을 가리는 효과를 낸다. 따라서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방역패스 검사 거부자 처벌 규정 마련’을 자영업자 고통 경감 방안으로 제시한 것은 잘못된 처방이다.

무엇보다 지금 사용되는 백신은 부스터샷까지 접종을 완료해도 감염 자체를 막아 주지 못한다. 백신 접종 완료자도 미접종자만큼 다른 사람을 감염시킬 위험이 있다. 감염이 크게 확산된 이유는 사람들이 백신을 맞지 않아서가 아니라 정부가 ‘위드 코로나’를 추진한다며 제대로 된 방역 조처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델타 변이에 이어 오미크론 변이까지 등장하며 백신의 효과는 점점 떨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갈수록 백신에만 의존하려 한다. 거리두기나 영업 제한 등 감염 확산을 막는 데 훨씬 효과적인 조처들은 경제 활동을 위축시킨다며 점차 방역 대책에서 제외되고 있다.

정부는 기업 이윤을 앞세워 방역을 약화하는 한편, 그 책임과 고통은 평범한 노동계급 사람들에게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 그럴수록 방역 자체에 대한 저항도 커질 것이다. 유럽 일부 나라에서 정부의 봉쇄 조처에 반대하는 시위가 끊이질 않고 있는 것은 이런 조처가 낳을 효과를 얼핏 보여 준다. 국내에서도 이준석, 원희룡 등 우파가 이런 불만을 이용하려고 백신패스 의무화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물론 민주노총 집회 등에 대한 강경 대응을 요구하는 것에서 보듯 이들의 ‘권리’ 운운은 위선에 지나지 않는다.

서울행정법원이 청소년 방역패스 효력 정지 가처분신청을 인용한 이튿날인 1월 5일 심상정 후보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법원 판결을 지지하고 정부의 항고 입장을 비판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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