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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부, 난민 추방 쉽게 하는 난민법 개악안 발의

정부가 난민을 지금보다 쉽고 신속하게 추방할 수 있도록 하는 난민법 개악안을 발의했다. 1월 1일 입법예고 기간이 끝났고, 현재 국회 법사위에 회부된 상태다.

정부는 지난해 이맘때에도 유사한 내용의 난민법 개악안을 발의해 비판을 받았다. 결국 정부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았다.

그런데 1년 만에 다시 개악을 추진하는 것이다. ‘2022년 법무부 주요업무 추진계획’에도 이번 개악안과 동일한 내용이 담겨 있다.

이미 난민 배척적인 한국 정부

정부는 지금도 난민에 매우 배척적이다. 집계가 시작된 1994년 이래 지난해 11월까지 한국의 난민 인정률은 2.8퍼센트에 불과하다.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은 사람을 포함해도 8.7퍼센트다.

특히 지난해 1월~11월 난민 인정률은 0.7퍼센트, 인도적 체류 허가를 포함한 비율은 1.4퍼센트로 역대 최저였다.

상황이 이러니, 난민들은 강제로 추방당하지 않으려고 계속 난민 신청을 다시 하며 버틸 수밖에 없다. 불안정한 체류 자격 때문에 열악한 일자리를 전전하고 각종 사회보장제도에서 배제되는 등 경제적 어려움도 상당하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그 고통은 더욱 커졌다.

그런데 이번 개악안은 난민들의 처지를 더욱 악화시키는 것이다.

재신청 시 사전 심사

난민 심사에서 불인정 결정을 받은 사람이 불복해 다시 난민 신청을 할 경우 적격 심사를 먼저 받도록 한다. 그리고 난민 신청 사유에 중대한 변경이 없으면 부적격 결정을 내리겠다고 한다. 이 결정은 21일 이내에 내려진다. 심지어 재심사 부적격 결정에 대해 행정심판도 청구할 수 없게 한다.

재신청 난민에 대한 사전 심사를 도입해 걸러 내겠다는 것이다.

행정심판 청구 금지

현행 난민법으로는 공항이나 항구에서 난민 신청을 하면 정식 심사에 회부할지를 7일 안에 사전 심사하도록 돼 있다. 개악안은 이 사전 심사에서 불회부 결정을 받은 경우에도 행정심판을 청구할 수 없게 한다.

이는 수많은 사람들의 연대로 난민 인정을 받은 김민혁 군 부자, 루렌도 가족 같은 사례를 더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김민혁 군 부자는 수 년에 걸친 재신청과 캠페인 끝에 난민 인정을 받았다. 루렌도 가족은 인천공항에서 난민 심사 불회부 결정을 받고 강제 출국될 뻔했으나, 행정심판에서 이겨 난민 신청 2년 만인 지난해 난민 인정을 받았다.

브로커 처벌 강화

개악안은 “부정한 방법에 의한 난민인정 신청 알선·권유행위”를 처벌하겠다고 한다. ‘브로커’를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난민의 입국을 더 어렵게 하려는 것이다. 출신국 정부의 박해나 전쟁을 피하려는 와중에 어떻게 합법적으로 여권을 발급받아서 탈출할 수 있을까?

예컨대 탈북민도 북한 정권의 감시와 처벌, 중국 등 인접 국가들의 단속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브로커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중국 당국의 탈북 브로커 단속은 탈북 비용을 증가시키고, 탈북민을 위축시켜 왔다. 즉, 브로커 처벌은 난민의 이동을 더 위험하고 극단적으로 만들 뿐이다.

출입국을 더 어렵게

난민 신청자가 재입국허가를 받지 않고 출국한 경우 난민 신청을 취하한 것으로 간주하겠다는 것도 문제다. 세계 여러 곳으로 흩어지거나 본국에 남아 있는 가족을 만나려고, 또는 난민 심사에 필요한 자료를 수집하려고 출국하는 것을 더욱 어렵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의 신청을 심사하는 난민위원회를 증원하겠다는 것도 신속하게 결정을 내려 쫓아내기 위한 것일 공산이 크다.

일부 개선?

정부는 개악안에 난민 신청서 접수나 결과를 통지할 때 통역 제공, 난민 인정자에 대한 상담과 취업 지원을 할 수 있게 하는 등 일부 개선안도 포함시켰다.

그러나 전반적인 방향이 신속하게 추방하는 것이기 때문에 큰 도움이 될 리 없다. 게다가 “예산 소요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비용추계서도 첨부하지 않아, 얼마나 실질적인 개선이 이뤄질지도 의문이다.

개악의 효과

개악이 이뤄져 난민 재신청을 막고 체류 자격을 박탈해도 어떻게든 출국당하지 않으려는 난민들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다 단속에 잡혀 끔찍한 외국인보호소에 기한도 없이 구금되는 사례도 늘어날 것이다.

최근 경기도 화성외국인보호소에서 모로코 난민이 ‘새우꺾기’ 고문을 당한 사실이 폭로되기도 했다. 그는 일주일 넘게 단식 투쟁을 벌이며 석방을 요구했지만, 법무부는 아직도 석방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김민혁 군 아버지와 루렌도 가족은 강제 출국의 위기 속에서도 광범한 연대 덕분에 난민 인정을 받았다. 이런 성과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응답이 이따위인 것이다!

난민을 더욱 옥죌 이번 개악안은 즉시 철회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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