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 사측이 지난해 9~10월 벌어진 SPC 화물 노동자 파업에 대한 보복성 공격을 추진하고 있다. 노동자들에게 손해배상과 업무 방해 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이는 파업으로 인한 민형사상 책임을 면제하겠다고 약속했던 노사 합의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기도 하다.

화물연대 서경지역본부 SPC지부 정호화 부지부장은 본지에 이 같은 사실을 제보하며 이렇게 말했다. “SPC 사측의 수법이 항상 그랬어요. 자기들이 불리할 때는 합의서를 작성하고 도장까지 찍지만,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원점으로 돌아가거나 담당자만 교체했어요. 이번에도 수법이 변하지 않았어요.”

파업에 대한 보복성 공격 중단하라 지난해 9월 SPC 화물 노동자들의 파업 집회 ⓒ조승진

지난해 10월 20일 화물연대는 SPC와 계약을 맺은 운송사 대표(고려운수)와 합의를 체결했다. 이 합의에는 광주 조합원들 해고 철회, 광주센터 노선 조정(코스, 배차), 사업장별 현안 해결, 기존 손해배상 공제액 지급, 민형사상 책임 면제 등이 담겼다.

그러나 파업이 끝난 지 3개월이 다 돼 가는 현재 적잖은 합의 내용들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광주 조합원들에 대한 해고는 철회됐지만, 노선 조정 문제는 아직 해결이 안 됐다. 원주센터와 대구센터 등의 주관 운송사 교체 약속도 오리무중이다.

특히 노동자들은 손해배상과 업무 방해 금지 가처분 추진에 불만을 토로했다.

SPC 사측은 파업으로 인한 피해가 막심하다며 운송사들에게 제기한 36억 원가량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취하하지 않고 있다. 운송사들은 화물연대 조합원들에게 이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고 한다. 구상권을 청구하겠다고 예고한 것이다.

사측은 파업 전 화물연대 서경지역본부 SPC지부와 대경지역본부 SPC지회 조합원들에게 청구한 9500만 원 상당의 손해배상액(임금에서 공제된)을 지난해 11월 10일까지 지급하기로 했었다. 그러나 이조차 12월 말이 돼서야 일부 조합원들에게 지급됐고, 다수는 아직 공제된 임금(운임)을 지급받지 못했다.

정호화 부지부장은 말했다. “합의서까지 작성했는데 왜 조합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냐고 운송사에 따졌어요. 운송사는 SPC GFS(SPC의 물류 담당 회사)가 자신들에게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취하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합니다.”

“이직을 했거나 피치 못할 사정으로 일을 못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의 차량 매매 자체도 막고 있어요. 손배가 진행 중이니 일을 그만둘 수 없다, 일을 그만두려면 예상되는 손해배상 금액을 내고 나가라고 합니다.”

몇몇 노동자들은 화물연대 탈퇴를 유도하는 일도 벌어진다고 우려했다. “SPC 내 한국노총 간부가 ‘한국노총에 가입하면 손해배상 걱정 안 해도 된다’며 화물연대 조합원들을 흔들고 있는데, 회사의 언질이 있었을 법하다”는 것이다.

대체 수송 저지는 정당한 파업 활동

한편, SPC 사측(원청 물류회사인 SPC GFS)은 파업에 나섰던 조합원들을 상대로 업무 방해 금지 가처분 소송도 제기했다. 지난해 파업 기간 노동자들이 원주, 대구, 청주 청원 등 물류센터 앞에서 벌인 투쟁이 업무 방해에 해당한다며, 앞으로 노동자들이 이런 투쟁을 못 하도록 금지해 달라는 내용이다.

최근 법원은 원주 물류센터에 대한 업무 방해 금지 가처분을 인용했다. 원주 물류센터에는 다음과 같은 고시문이 부착됐다. “(원주 물류센터) 내부와 출입구 및 출입구 기준 반경 50미터 이내의 도로에서 차량의 입출입을 막는 행위를 하여서는 안 됨을 고시합니다.”

1월 18일에는 청주 청원 물류센터에 대한 가처분 소송 재판이 열린다. 서울경기, 청원, 대구, 양산의 화물연대 조합원 122명이 출석 통지를 받았다.

이 소송은 앞으로 주요 물류센터 앞에서 대체수송 저지와 같은 쟁의행위를 불법화해 제한하고 투쟁을 위축시키기 위함이다.

SPC 사측은 지난해 파업 말미에도 노동자들에게 확약서를 요구했다. 파업으로 인한 사측의 손해를 배상하고, 앞으로도 저항에 나서면 책임을 감수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노동자들은 “사측이 노예 계약서를 강요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결국 사측은 저항에 밀려 확약서를 포기해야 했다. 그런데 이제 법원의 손을 빌려 비슷한 효과를 내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파업을 하면 업무 방해가 벌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파업 시 대체수송을 저지하는 것은 파업 효과를 높이기 위한 노동자들의 정당한 활동이다.

SPC 사측은, 노사 합의서에 사인한 것은 대표운송사였으므로 자신들은 책임이 없다고 발뺌한다. 하지만 지난해 운송사들을 앞세워 노동자들을 해고하고 확약서를 압박했던 것도, 결국 노동자들의 항의에 밀려 합의를 체결했던 것도 원청의 지시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실제로 화물연대는 원청의 지시가 있었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폭로한 바도 있다.

화물연대 SPC지부는 사측을 규탄하는 항의를 준비하고 있다. 이번 주까지 양재동 사옥, 주요 물류센터 앞에 집회 신고를 내기로 했고, 현수막 게시, 홍보전, SPC그룹 내 민주노총 사업장과의 연대 행동 등을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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