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뿐 아니라 정부 기관인 우정사업본부도 택배 기사 과로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 약속대로라면 택배 기사들은 분류 작업은 하지 않고 배송만 해야 한다. 그러나 여전히 노동자들 다수가 분류 작업을 한다.

우정사업본부 스스로 인정하듯, 분류 인력을 제대로 충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체국 택배 노동자들(전국택배노조 우체국본부)이 1월 10일 오후 청운동 효자치안센터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분류 인력 충원 등 사회적 합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우정사업본부를 규탄하고 있다 ⓒ이미진

전국택배노조 우체국본부가 조합원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에서는 노동자들의 71퍼센트가 1월 1일 이후에도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다 보니 69.6퍼센트가 노동시간이 줄지 않고 “비슷하다”고 답했다. 25.7퍼센트는 오히려 노동시간이 늘었다고 한다.

인력 부족은 전체 물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수도권에서 특히 심각하다. 우정사업본부는 사회적 합의 이후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을 허송세월하며 비용 최소화에만 골몰해 왔다.

우정사업본부는 지난해 6월 2차 사회적 합의 때부터 택배 노동자들에게 분류 수수료를 지급해 왔다고 줄곧 우겨 왔다. 임금에 이미 분류 수수료가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분류 작업을 하지 않는 노동자는 임금을 삭감하겠다고도 한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임금 명세서 어디에도 분류 비용이 책정돼 있지 않다며 분노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는 택배 노동자 처우 개선에 쓰겠다며 지난해 9월부터 요금을 인상했지만 처우 개선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면서 도리어 뻔뻔하게 노동자들에게 분류 비용을 전가하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요금 인상으로 사측이 가져가는 수입은 한 해 560억 원이 넘는다고 한다.

이에 전국택배노조 우체국본부는 1월 10일 청와대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우체국마저 사회적 합의 불이행, 청와대가 책임져라” 하고 규탄했다. 윤중현 택배노조 우체국본부장은 “청와대는 지금 즉시 책임 있는 입장을 내놔야 하며, 이재명 후보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공동의 적

집회에 참가한 우체국본부 조합원들은 청와대까지 들릴 만큼 큰 소리로 우정사업본부를 성토했다.

“[사측은] 사회적 합의서에 2번이나 서명을 [한 뒤, 이를 어겨] 놓고선 미안함이나 부끄러움이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를 받은 돈 안 받은 척하는 양아치 집단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김명환 택배노조 우체국본부 마포우체국지회 조합원)

“충청권은 분류 작업이 [택배 기사들에게 떠넘겨지지 않고] 100퍼센트 이뤄지고 있다고 국가기관이 거짓말하고 있습니다.”(안준영 택배노조 우체국본부 서산우체국지회장)

노조는 우정사업본부가 이번 주까지 대책을 제시하지 않으면, 1월 17일부터 우체국본부 지도부가 단식 농성에 돌입하고 조합원들이 이전에 사측과 합의한 기본 물량(190개)만큼만 배송할 것이라고 밝혔다.

CJ대한통운 파업의 여파가 있는 상황에서 다음주에 설 성수기가 시작돼 물량이 훨씬 늘어나면, 물량 준수 투쟁은 배송 지연 효과를 낼 것이다.

한편 공공운수노조 전국민주우체국본부도 1월 10일 오전 광화문우체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우정사업본부에 설 성수기 인력 충원을 요구하고 우체국 택배 노동자들의 물량을 집배원들에게 떠넘기지 말라고 경고했다.

우체국 소속의 양 노동자들이 서로의 투쟁을 지지하며 공동의 적인 사측에 맞선다면,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무엇보다 서로 자신감과 연대감을 키우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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