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출신으로 한국에 거주 중인 한 난민이 문재인 정부의 박근혜 사면 결정(관련 노동자연대 성명)을 보고 본지에 독자편지를 보내 왔다. 이 난민은 2011년 1월 이집트 독재자 호스니 무바라크를 쫓아낸 대중 항쟁에 참가했으며, 이후 이집트에서 군사 독재가 회귀한 후 망명해 여러 해째 한국에 거주하고 있다.


저는 부패 혐의로 22년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석방된다는 소식을 듣고 매우 놀랐습니다.

이건 민중의 의지를 말살하고 선거로 표출된 목소리를 잠재우는 행위가 아닙니까? 이건 쿠데타를 일으킨 장군에 맞서 진정한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투쟁했던 민중에게 큰 모욕을 주는 행위가 아닙니까? 이건 민주주의가 서 있는 기본적 원칙을 훼손하고 정의의 저울을 파괴하는 행위가 아닙니까?

이 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직책인 대통령을 맡았던 인물이 부패 혐의로부터 사면받는 이 시점에서 묻고자 합니다. 정부 직책을 맡지는 않았으나 부패를 저지른 도둑들을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리고 현 대통령인 문재인에게도 묻고자 합니다. 그는 ‘변호사’라는 영예에 먹칠을 하는 행위가 아닙니까? 대학에서 배웠던 ‘정의의 저울’에 대한 배신이 아닙니까? 대통령으로 임명됐을 때 했던 맹세에 대한 배신이 아닙니까? 그리고 당신에게 법의 정신은 고위 정치인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가르친 법학 교육기관에 대한 배신이 아닙니까?

고위 정치인들에 대한 사면 행위는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압살하는 행위입니다. 정의의 저울을 기울여 부패 혐의로 수감된 전 대통령을 사면한 행위로 한국의 정치적 민주주의가 후퇴하기 시작한 것이 아닐까요?

한국에 사는 정치적 난민으로서, 이곳의 망가진 정의의 저울로 인해 많은 고통받는 한 사람으로서, 용납될 수 없는 부패를 저지른 고위 정치인들을 사면해주는 위험한 행위가 계속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정치적 난민으로서 저는 국가의 고위직을 맡은 정치인들에 대한 사면이 결코 민중을 지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확고하게 믿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로 부패한 자들을 사면하는 것이 아니라, 처벌해야 합니다. 이들의 직위는 부패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또한 민주주의의 붕괴는 한 나라의 법을 훼손하는 것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번 사면은 다른 부패한 자들을 고무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한 나라의 민감한 직위를 차지한 이들이 부패를 저지른 선례가 있는 것이고, 그 종착지는 대통령의 사면이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것이 한국에서의 민주주의 훼손으로 이어지지 않기를 희망합니다.

물론 저는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입니다. 그렇지만 어째서 제 나라가 아닌 나라의 법이 훼손되는 일이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이는 제3세계에 속하는 우리 나라[이집트]에서는 법 체계가 흔들리고 있고, 이로 인해 제가 많은 고통을 받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도둑질을 한 고위 정치인들은 사면을 받고, 가난한 이가 훔치면 처벌에 예외가 없습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 나라에서 독재가 들어설 수 있었던 비결이었습니다.

그래도 저는 대를 이어서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해 왔고, 여전히 이를 지키기 위해 싸우는 위대한 한국의 민중의 의식에 믿음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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