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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피할 수 없는 북한 인권 문제

지난 11월 30일 ‘북 인권 문제의 대안적 접근’이라는 제목의 워크샵이 인권운동사랑방, 천주교인권위원회 등 6개 시민·사회 단체의 주최로 열렸다.

많은 참가자들이 밝혔듯이 “주로 미국과 보수 세력이 제기해 온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이제 진보 진영이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이 날 토론회는 적지 않은 의미가 있었다.

우선, 발제를 맡은 대다수 연사들은 옳게도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미국과 우익의 위선적 태도를 비판했다. 인권운동사랑방의 류은숙 씨는 “강대국의 편의에 따라 인권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참가자들이 여기서 더 나아가 “자본주의 사회와 사회주의 사회의 인권관이 다르므로 이에 따른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

인권·민주주의·평등 같은 가치에 보편적 원칙이 없다는 가정은 대다수 평범한 사람들의 ‘양식’과 맞지 않을 뿐더러 우파에게 공격의 빌미를 줄 수 있다. 진보 진영이 ‘이중 잣대’를 지니고 있다고 말이다.

따라서 미국과 우익의 위선에 대한 올바른 비판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참가자들이 북한 인권 문제 자체를 언급하는 데 지나치게 인색했던 것은 아쉽다.

특히 일부 참가자들의 경우 이것은 북한 사회에 대한 태도와 연관돼 있었다. 예컨대, 영남대 정태욱 교수는 “북한 체제의 인권적 능력과 북한 제도의 인권적 잠재력을 부인”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북한 인권 문제는 … 그 체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고 “그 체제를 온전하게 하는 것이 인권 문제 해결에서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이다.

그는 또 “김정일은 김일성처럼 수령이 되지 않았다”며 이것이 “북한의 체제 내적인 인권 개선의 가능성”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북한 인권 문제가 강대국 등 외부의 개입에 의해 해결될 수밖에 없다는 가정은 옳지 않다. 그러나 북한 인권 문제의 내적 해결은 “그 체제를 온전하게 하는 것”이나 북한의 지배 엘리트들을 통해서가 아니라 “그 체제”와 엘리트들에게 아래로부터 도전하는 것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남한 노동자들과 진보 진영은 북한 피억압자와 노동자들의 이러한 운동을 환영하고 지지해야 한다.

정태욱 교수는 ‘시장’ 도입에 대한 기대를 나타내기도 했다. “역사적으로 ‘시장’이 봉건적·신분적 질서를 해체하는 기능을 해왔다. 지금 ‘시장’이 사회주의의 틀 내에서 도입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탈북자를 단속·강제송환하며 억압하는 당사자가 바로 시장을 한껏 도입하고 있는 중국이다. 중국은 세계 1위의 사형 집행국이다.

정태욱 교수의 말대로 지금 북한에서는 ‘시장’을 확대하는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앞서 말한 문제들이 개선되고 있다는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시장’과 ‘민주주의 확대’는 결코 동의어가 아니다. 민주주의와 인권 확대의 동력은 위대한 부르주아 혁명들과 그 뒤로 계속된 아래로부터의 투쟁 ― 특히 노동자 운동 ― 이었지 결코 ‘시장’ 자체가 아니었다.

우리는 북한에서도 그러한 운동의 등장이 가능하고 또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