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된 건물 외벽 ⓒ광주소방본부 제공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아이파크 아파트 붕괴 사건은 생명과 안전보다 이윤을 우선시하는 이윤 경쟁 체제가 만들어 낸 비극이다.

1월 11일 39층 규모 아파트의 외벽이 붕괴하면서 1명이 부상을 입고 6명이 실종됐다. 가족들의 애탄 기다림에도 불구하고 사고 19일째인 현재 3명이 사망자로 발견됐다.

시공사 HDC 현대산업개발(이하 현산)은 지난해 6월 광주 학동에서 벌어진 건물 붕괴 사고의 시공사였다. 시민 9명이 숨진 참사의 아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같은 기업이 중대재해를 또 일으킨 것이다.

미숙련 이주노동자가 문제?

초기에 일부 친기업 언론들은 39층에서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하던 노동자 8명이 모두 이주노동자(이들은 다행히 목숨을 건졌다)였다며 마치 사고의 원인이 미숙련 이주노동자에게 있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이는 참사의 원인을 호도하는 것이다. 이번 사고는 숙련도와 관련이 없다. 시공사와 하도급 업체가 부실 시공을 지시하고 위험한 작업 현장에 노동자들을 내몬 것이 진정한 원인이다. 건설노조 광주전남지역본부의 설문조사에서 건설 노동자의 80퍼센트는 이번 붕괴 사고가 ‘공사 기간 단축에 따른 속도전’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현장에서는 이주노동자도 내국인 노동자도 위험하다.

이주노동자를 비난하는 것은 기업의 책임을 흐리고 사람들의 분노를 엉뚱한 곳으로 돌리려는 시도다.

안전보다 우선시된 비용 절감

지금까지 드러난 바를 종합해 보면, 공사 기간(공기) 단축을 위한 위험한 작업과 안전 규정 위반, 비용 절감을 위한 불량 원자재 사용이 핵심 붕괴 원인으로 보인다.

더 많은 이윤을 내려고 안전은 뒷전이었던 것이다.

현산은 콘크리트가 제대로 굳기도 전에 무리하게 층을 올렸다. 현장 노동자들은 콘크리트 타설 후 겨우 하루 이틀 만에 거푸집을 제거했다고 한다. 날씨가 추우면 잘 굳지 않는 콘크리트의 특성상 거푸집을 충분한 기간, 적어도 28일가량 설치해 둬야 했는데 말이다. 건설노조가 공개한 아파트 전체 공사 일정에 따르면 현산은 거의 일주일에 한 층씩 층을 올렸다.

그 과정에서 현산은 콘크리트 타설이 끝난 층의 지지대(동바리)를 제거하라고 하청업체에 지시했다. 지지대를 치워야 창호 설치 등 이후 작업을 빨리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는 현산 자신의 시공 지침조차 어기는 지시였다.

이렇게 날림으로 층을 올리는 상황에서, 최상층에 무거운 역보(콘크리트 구조물)를 무리하게 올리자 붕괴가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비용 절감을 위해 불량 콘크리트를 썼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국토부 자료에 따르면 이 현장에 콘크리트를 납품한 업체 10곳 중 8곳이 지난해 품질 관리 미흡으로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그런데도 안전을 비롯해 공정 전반을 감독하는 감리업체는 4번의 보고서에서 모두 “양호” 의견을 냈다.

특정 기업의 탐욕 문제만은 아니다

만약 이 참사가 주민들이 입주한 후에 벌어졌다면 어땠을까? 34명의 목숨을 앗아간 와우아파트 붕괴(1970년) 같은 대참사가 벌어졌을 것이다.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현산은 현대 재벌 계열의 시공능력평가 9위 기업이다. 그래서 현산의 탐욕이 이번 사고를 낳았다는 지적들이 나온다.

물론 현산은 그간 이윤을 위해서 안전을 저버리는 탐욕적인 행보를 보여 왔다. 현산이 시공한 수원 아이파크시티에서도 건물 균열 등이 나타나 입주민들이 소송 끝에 손해배상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참사를 특정 기업(또는 그 오너)의 탐욕 문제로 축소할 수는 없다. 여기에는 더 많은 이윤을 축적하기 위해 경쟁하는 자본주의 시스템의 문제가 있다.

세월호 참사가 벌어졌을 때 박근혜 정부나 여러 주류 언론들은 참사의 원인을 유병언 일가의 탐욕으로 한정하려 했다. 그러나 세월호 이후에도 참사는 반복되고 있다.

현산이 보인 탐욕은 다른 건설사들 사이에서도 만연하다. JTBC 보도에 따르면 지난 3년간 벌어진 건축 붕괴 사고 33건 중 현산이 시공한 곳은 3곳이다. 그러나 시공능력평가 10위권의 현대건설, 삼성물산, GS건설, DL대림산업, 포스코건설 등도 모두 건물 붕괴 전적이 있었다.

실종자를 수색하고 있는 소방대원 ⓒ광주소방본부 제공

이윤 경쟁 체제 속에서 반복되는 참사

건설업에서 시공사들은 수주를 놓고 경쟁한다. 그래서 더 짧은 공기, 더 싼 가격을 앞다퉈 제시한다. 공기가 늘어나면 하루하루 공사비가 증가한다. 현장 관리비, 유지비, 장비 임대료도 늘어나고, 금융 이자 부담도 상당하다.

그래서 발주자든 시공사든 안전보다는 노동자들을 어떻게든 더 쥐어짜서 공기와 건설 단가를 최대한 줄이는 데 혈안이 된다. 불법 다단계 하도급도 판을 치게 된다. 피해는 고스란히 노동자와 입주자들에게 돌아간다. 노동자들은 노후한 장비를 쓰게 되거나 안전 장비를 제대로 지급받지 못하고, 저임금에 시달리게 된다.

현장 관리자들은 입만 열면 ‘공기가 촉박하다, 적자다’ 하면서 노동자들을 닦달한다. 안전은 뒷전에 놓이게 된다. 2021년 전체 산재 사망자의 절반이 건설 현장에서 나올 정도로 건설 노동자들은 위험에 놓여 있다.

새 건물에 입주하는 많은 서민들도 층간 소음, 누수와 벽면 균열 등 각종 하자와 안전 문제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자본주의하에서 기업들은 생명보다 이윤을 더 중요시하다 상식적 기대마저 번번이 저버리고 그러다 끔찍한 참사들을 낳는다. 광주 학동 건물 붕괴 참사도 비용 때문에 필요한 안전 장치를 설치하지 않고, 공기를 단축하려고 철거 순서를 어기다 벌어진 일이었다. 38명이 사망한 이천 물류 창고 화재도 공기 단축과 값싼 가연성 자재 사용 때문이었다.

이번 참사는 이윤은 사유화하고 피해는 사회화하는 자본주의 시스템의 문제점을 보여 준다. 기업이 일으킨 중대재해로 막대한 수습 비용이 들고,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게 됐다. 피해자 가족들의 고통은 말할 나위도 없고, 아파트 주변 주민들도 추가 붕괴 우려에 불안에 떨고 있다. 입주 예정인 사람들도 날벼락을 맞았다. 현산이 시공했던 다른 아파트의 입주민들도 걱정이 커지고 있다.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과 재발 방지가 마땅히 이뤄져야 한다. 이런 참사를 조금이라도 막으려면 살인 기업들을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 또, 안전 조처들이 지켜지도록 이윤 논리에 도전하는 아래로부터의 투쟁이 강력해져야 한다.

이 기사를 읽은 후에 “누더기 중대재해법 시행: 계속되는 정부의 살인 기업 봐주기”를 읽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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