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포르투갈 총선:
급진 좌파의 전략이 실패하다

1월 30일 포르투갈 총선에서 사회당이 대승했다.

중도 좌파인 포르투갈 사회당(PS)은 이제 의회 과반 다수당이 돼, 다른 당들과의 협상에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

지난 정부를 이끈 사회당은 공산당이 이끄는 적록연합과 급진 좌파 ‘좌파블록’의 표에 의존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에 정부가 노동자들에게 편 대규모 공격에 반발한 하위 파트너들이 정부 지지를 거부하면서 이번 총선이 치러졌다.

정부가 제안한 예산안은 향후 7년에 걸쳐 유럽연합의 구제금융 450억 유로[약 62조 원]를 경제에 투입하는 안이었다. 하지만 그중 3분의 2만이 공공 사업에 투입되고, 나머지는 사기업에 퍼주는 것이었다.

이번 총선에서 사회당은 41.7퍼센트를 득표해 2019년 총선에 견줘 득표율이 5퍼센트포인트 늘었다. 보수 정당인 사회민주당(PSD)은 29.3퍼센트 득표로 2위를 했는데, 이는 지난 선거 득표율과 거의 같다.

가장 큰 패배를 당한 것은 좌파블록과 공산당이었다. 좌파블록은 득표가 반토막 나 의석이 19석에서 5석으로 줄었다. 이번 선거 결과는 좌파 정당들이 정부에 입각하거나 전통적 사회민주주의 정당을 지지해서 성장할 수 있다는 전략이 파산했음을 보여 준다.

2015~2019년에 소수파 사회당 정부는 좌파, 녹색당과 맺은 공식 협정 덕에 유지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협정이 2019년에 끝난 후에도 좌파 정당들은 사회당에 비공식 지지를 보냈다.

이 모든 책략은 재앙으로 이어졌다. 이런 식의 정치는 스페인에서도 실패한 바 있다. 한때 급진 정당이던 스페인의 포데모스도 “좌파” 정부의 하위 파트너 구실을 했다. 스페인의 사회당-포데모스 연립 정부는 팬데믹 대응에서 기업의 이익을 우선시했고, 사장들의 요구에 따라 안전 조처를 완화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 좌파들이 추구한 전략은, 두 나라의 노동계급과 그 전략을 추구한 좌파 정당들 모두에게 재앙이었다.

‘좌파블록’의 원로 지도자 프란치스코 루카는 이미 2018년에 연정의 위험성을 지적한 바 있다. “체제의 이 기구들은 우리의 활동가적 역량을 상당 부분을 흡수할 것이다. 이것이 체제에 적응하는 결과를 낳을지는 당장 확신할 수는 없다. 그러나 체제의 규범에 맞춰지는 이런 과정은 그런 방향의 압력을 낳을 것이다.”

루카는 이 “적응”이 어떻게 나타날지 상술하기도 했다. “기존에 얻은 입지를 유지한다는 미명하에 매우 미미한 조처를 받아들이게 될 수 있다. 또는, 미래에 협약을 맺을 수 있다며 기존 기구나 그것의 운영에 대한 비판을 삼가게 될 수도 있다. 정치가 점진적으로 진보한다는 견해를 갖게 될 수도 있다.” 이처럼 루카는 위험을 예견했지만, 그럼에도 좌파블록은 연정을 추구했다.

투쟁과 거리 두기

급진 좌파는 집권 사회당의 이중대 구실을 하면서 대담해지기는커녕 오히려 그 지향이 아래로부터의 투쟁에서 더 멀어졌다.

일례로 2019년에 사회당 정부가 군대를 투입해 화물 노동자 파업을 분쇄할 때 좌파블록과 공산당은 정부에 매달려 있었다.

최근 포르투갈에서는 저항이 많이 벌어졌다. 교사, 철도 노동자, 지하철 노동자, 약사, 보건 노동자, 국세청 노동자 등 여러 부문의 노동자들이 지난해 가을에 파업했다. 그러나 좌파들은 정부 내 세력 다툼과 선거적 책략에 집착하느라 이런 투쟁들을 이끌고 일반화하려 하지 않았다.

그로 인해 극우가 성장할 공간이 늘어났다. 인종차별적 정당 셰가(‘이제 그만’)는 이번 선거로 의석이 1석에서 12석으로 늘었다. 그리고 득표율이 7퍼센트를 넘어 의회 내 제3당이 될 것이다.

이는 셰가의 지난해 대선 득표율인 12퍼센트보다는 낮은 것이다. 하지만 이는 여전히 실질적 위협이다. 이제 셰가는 주류 정치에 확고하게 자리잡은 세력으로 처신하고 있다.

이제 정부를 이끄는 사회민주주의자들[사회당]은 대기업의 이익을 따르면서 노동계급의 반발을 자극하지 않으려 애쓰는 식으로 정부를 운영할 것이다. 새 정부는 노동계급에게 몇몇 사소한 양보를 할 테지만, 그런 타협은 친기업 기조를 벗어나지 않는 것일 것이다.

거리와 작업장이 투쟁의 무대가 되고 있다는 점은 어느 때보다 분명하다. 체제와 타협하는 정치가 아니라 체제를 날려 버리기 위해 애쓰는 정치가 이런 투쟁과 결합돼야 한다.

주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