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평 〈Evolutional Poems〉, 키비(Kebee)

‘아저씨’가 되길 거부하는 소년의 외침

다른 장르에 비해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는 힙합음악은 소위 선율(멜로디)에 익숙한 이들, 혹은 일군의 락 우월주의자들에겐 여전히 변방의 북소리다. 게다가 가끔은 고유한 음악성조차 무시받기도 한다. 그러나 랩음악 중에는 그 어떤 슬픈 발라드 곡들보다 더욱 진솔한 감정을 전하는 작품들이 적지 않다.

키비(Kebee, 본명 배이삭)는 그의 첫음반 에서 비교적 어린 나이임에도 자기 주변의 여러 현상들에 대한 상당히 꼼꼼하고도 진실된 성찰을 곡들 속에 담고 있다. 홀로 외롭게 양을 치며 지내던 소년이 왜 연거푸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사람들의 이목을 끌려고 한 것인지에 대해 소수의 시점에서 바라본 양치기 소년 우화의 패러디(‘양치기 소년’)도 그렇고, 입시 부담과 성적 스트레스로 자살을 택한 딸의 어머니이자 누나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노래(‘세 장의 편지’) 등은 기성 힙합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곡은 4번 트랙 ‘나와 깍지 껴’이다. 이 노래에서 화자는 남녀간의 애정 관계에서 은밀하게 작용하는 ‘남자다움’, ‘여성스러움’의 부조리함을 고백조의 문체로 털어놓고 있다.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하는 그가 다음 앨범에선 어떤 진보적 시를 들려 줄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