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보도들에 따르면, 2월 2일(현지 시각) 미국이 독일·폴란드·루마니아에 병력 3000명을 추가 파병하며 “나토 동맹을 안심시킬 준비가 돼 있으며 어떤 공격에도 방어에 나설 태세다. …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과 전 세계에 보내는 신호”라고 밝혔다. 한편, 2월 1일 기자회견에서 푸틴은 우크라이나 위기가 본격 고조된 후 처음으로 직접 “미국이 우리를 전쟁에 끌어들이려 한다”고 규탄했다.

영국의 혁명적 사회주의자인 유리 프라사드가 동유럽에서 고조되는 전쟁 위협의 배경을 밝히고, 갈등의 당사자들인 미국·유럽연합·러시아 제국주의의 이해관계를 살펴본다.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와 1991년 소련 붕괴는 자본주의 옹호자들을 의기양양하게 만든 사건이었다. 1990년대는 “역사의 종말”에 이르는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이들은 주장했다.

경쟁 이데올로기인 “공산주의”가 종식됐으니 앞으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며, 적어도 1945년 이후의 냉전에 견줄 만한 규모와 지속성을 띤 일은 앞으로 벌어지지 않으리라는 것이었다.

그전까지 양 진영으로 갈려 있던 유럽은 이제 서방의 확고한 우위하에 재통합되고, 절멸의 위협에 시달리지 않을 것이라고 자본주의 옹호자들은 주장했다.

처음부터 이것은 신화에 지나지 않았다.

동구권이 붕괴되자 그 여파로 옛 소련이나 동구권에 속했던 국가들 사이에서 잇달아 전쟁이 일어났다.

유고슬라비아가 붕괴하고 그 잔해 위에서 부상한 분리 독립 세력들 사이에서 1991년부터 10년 동안 전쟁이 일어났다. 미국·유럽·러시아도 자신의 경쟁 우위를 위해 그 싸움에서 저마다 다른 “민족 집단”들을 지원했다.

1994년과 1999년에는 체첸 전쟁이 벌어졌다. 체첸이 러시아 연방에서 벗어나 서방의 보호를 받으려 하면서 벌어진 전쟁이었다.

2008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남(南)오세티야 지방의 통제권을 두고 러시아와 조지아 사이에 전쟁이 벌어진 것이다. 오세티야는 두 국가 사이의 캅카스 산맥에 걸쳐 있는 곳이다.

같은 정치적 단층선이 2014년에는 우크라이나 내전을 낳았고, 그 과정에서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점령했다.

대규모 병력이 다시 러시아, 우크라이나와 다른 동유럽 국가들에 집결해 있는 지금, 유럽은 새로운 전쟁 직전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

이런 사례들에서, 나토(NATO) 군사 동맹을 동쪽으로 확장하려는 미국의 집요한 노력은 자기 제국을 넓히려는 유럽연합(EU)의 소망과 언제나 맞물렸다. 이는 소련이 몰락하던 1991년에 미국이 당시 소련 대통령 미하일 고르바초프에게 한 약속을 대놓고 위반하는 것이었다.

미국 정부는 냉전 종식을 계기로 유럽 대륙의 판도를 적극 재편하고 미국식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를 동쪽으로 확장하려 했다. 미국이 자신이 주도하는 나토를 통해 군사적 확장을 이끌면, 유럽연합은 경제적으로 중부·동부 유럽으로 진출하려 했다.

미국이 보기에 러시아는 신자유주의로 통째로 집어삼킬 수 없는 강대국으로, 따라서 포위·약화·고립시켜야 하는 국가였다.

유럽연합을 주도하는 경제 강국 독일은 중부 유럽에서 이 상황을 한껏 이용했다. 독일은 자국을 위한 저임금 숙련 노동력, 제조업 중심지, 원자재 공급처, 시장을 확보했다.

하지만 유럽연합의 욕망은 끝이 없었고, 그래서 유럽연합은 러시아와 국경을 직접 맞댄 나라들로까지 진출하려 했다.

러시아에서 공급되는 값싼 에너지·원자재와 국내외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러시아의 군사 지원에 의존하던 나라들은, 유럽연합에게서 계속 유혹을 받고 있다. 유럽연합은 투자, 현대화, 국제적 인정을 약속하고, 나토 회원국이 되면 군사적 보호도 보장해 주겠다고 한다.

그런데 미국과 유럽, 나토와 유럽연합은 동쪽으로 세력을 확장한다는 야욕으로 굳게 단결한 듯 보이지만, 그 단결은 보기보다 훨씬 취약하다.

미국과 유럽 모두 전면전에 휘말리기를 바라지는 않지만, 서방이 러시아를 얼마나 압박해야 할지를 두고는 의견이 갈린다. 이는 미국과 유럽의 전략적 필요가 서로 다른 것을 반영한다.

미국이 보기에, 유럽은 자신의 영향권 내에 있는 작지만 전략적으로 필수적인 제국으로 대(對)러시아 경쟁의 하위 파트너다. 한편, 유럽연합 회원국들은 저마다 나름의 목표가 있는데, 이는 미국의 목표와 어긋날 수 있다.

몇몇 국가들, 예컨대 덴마크는 리투아니아 나토 공군기지에 전투기를 배치하고 발트해에 구축함을 띄웠으며, 영국은 우크라이나에 무기 공급을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독일 지배계급은 지금으로서는 비교적 신중하다.

독일 정부는 우크라이나로의 무기 수출을 일절 거부했다. 〈뉴욕 타임스〉 신문에 따르면 독일은 에스토니아에 있는 독일산 곡사포를 우크라이나로 이전하게 해 달라는 요청도 물리치고 있다.

독일의 새 정부가 평화를 추구해서 그런 것은 전혀 아니다.

오히려, 독일 지배계급은 러시아산 천연가스가 유럽으로 계속 흘러들어 오게 하느라 노심초사하고 있다. 특히 대규모 해저 가스관 노르트스트림2가 우크라이나 문제를 이유로 러시아에 가해질 경제 제재의 대상이 되지 않게 하려 한다.(‘천연가스를 둘러싼 제국주의 열강의 갈등’ 참고.)

지난주 독일의 우파 정당 기독교민주연합(CDU, 이하 기민당)의 새 당대표는 우크라이나와의 대립을 이유로 러시아를 국제 결제망 스위프트(SWIFT, 국제은행간통신협회)에서 제외하는 것에 우려를 표했다. 독일의 경제적 이익을 “해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심지어 1월 초 독일 해군총감 카이아힘 쇤바흐는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이 “존중”받아야 마땅한 사람이고 러시아가 점령한 크림반도가 우크라이나에 반환돼서는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

쇤바흐는 주제넘은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사임해야 했지만, 그의 견해는 독일 지배층 사이에서 뚜렷한 공감대를 얻고 있다.

독일이 미국의 경제적 도전자라면 러시아는 사뭇 다른 부류의 도전자다. 러시아는 냉전 종식 후 훨씬 쇠락하긴 했지만 여전히 핵무기로 무장하고 대군을 거느린 강대국이다.

또, 러시아는 막대한 석유·천연가스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다. 푸틴은 이를 이용해 군대를 다시 무장시키고 훈련시켰다.

덕분에 러시아는 국경 너머 먼 곳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일례로 시리아 내전에 개입해 독재자 바샤르 알아사드를 지원했다.

푸틴은 제국주의 체제 내의 적극적 행위자다.

푸틴은 러시아의 이익을 지키는 구실을 하는 억압적 정권들을 보호하면서도, 필요에 따라서는 그들을 약화시키기도 했다.

러시아는 이웃 나라들이 친서방으로 기울거나 푸틴을 우습게 보고 줄타기를 하는 듯하면, 그 나라 안의 반정부 세력들에게 돈과 무기를 지원해 줬다.

러시아는 친러 국가들의 독재자들을 강화시켜 주기도 했다. 이것이 바로 벨라루스에서 2020년에 대통령 알렉산드르 루카셴코에 맞선 항쟁이 일어난 후 벌어진 일이다.

2009년까지 옛 동구권 국가 중 12곳이 나토에 가입했고, 그중 11개국은 유럽연합에도 가입했다. 2014년에는 조지아, 몰도바, 우크라이나가 유럽연합과 자유무역협정을 맺었다.

러시아의 힘과 제국주의적 위상을 유지하기 위해 푸틴은 이런 모든 움직임에 제동을 걸려 한다. 필요하면 군사력도 동원하려 한다. 그래서 러시아군 약 10만 명과 탱크, 무기가 우크라이나와의 국경에 집결하고, 우크라이나가 대규모 민병대에게 게릴라 훈련을 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는 미국과 그 동맹들이 이 지역의 군사적 긴장을 높일 태세를 갖추고 있는 이유기도 하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정부는 시민들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려고 극단적인 국수주의 수사들을 동원하고 있다.

영국·미국·유럽연합은 이런 의도적인 분열 조장을 부채질하고 있다. 상황이 결국 전쟁이나 내전으로 치닫는다면, 가장 커다란 희생을 치를 것은 분명 당사국 모두의 노동계급 대중과 가난한 사람들일 것이다.

이 기사를 읽은 후에 “천연가스를 둘러싼 제국주의 열강의 갈등”을 읽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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