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죽었는데 책임자들은 빠져나가기만 합니다” 판결에 항의하는 입장을 발표하는 김용균의 어머니 김미숙 씨 ⓒ출처 김용균재단

고(故) 김용균 노동자를 산재 사망으로 내몬 책임자들이 1심에서 솜방망이 처벌 선고를 받았다.

원청인 서부발전 전 사장 김병숙은 검찰이 징역 2년을 구형했음에도 무죄 선고를 받았다!

나머지 원·하청 관계자들과 법인 두 곳(피고인 15명)도 고작 징역·금고 집행유예나 벌금 700만~1500만 원을 받는 데 그쳤다.

선고 직후 김용균 재단은 “사실상 처벌이라고도 할 수 없는 선고 … 죽은 사람은 있는데 책임져야 할, 잘못한 사람은 없다[는] 판결”이라고 규탄했다.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 등은 즉각 항소를 예고했다.

그간 공판에서 원·하청 책임자들은 ‘김용균이 왜 굳이 위험하게 작업했는지 이해가 안 된다’는 둥 ‘위험하다는 보고를 받은 적이 없다’는 둥 뻔뻔하게 책임을 부정했다. 사고의 원인이 석연치 않다며 김용균의 죽음을 계속 의심하기까지 했다. 모두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반면 하루 전날인 2월 9일 법원은 김용균 노동자 문제 해결과 불법파견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시위와 농성을 벌였다가 기소된 노동자 17명 전원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사용자는 봐주면서, 동료의 억울한 죽음에 항의한 노동자는 처벌하는 노골적인 반노동자 판결이 연이어 나온 것이다.

재판부는 원청인 한국서부발전의 업무는 하청과 밀접하며, 원청이 하청 노동자에 대한 충분한 안전 보호 조치를 갖추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작 선고는 “죄를 물을 수 없다”며 딴판으로 내렸다. 원청 대표이사로서 하청에서 일어나는 일을 구체적으로 몰랐을 뿐 고의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사용자들이 원·하청 구조를 이용해 노리는 것에는 비용 절감 외에도 바로 이런 책임 회피가 있다. 발전 공기업 소유주인 정부는 이런 구조를 없애긴커녕 비정규직 양산의 장본인 구실을 하고 있다.

정부·여당은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 이후 재발 방지와 발전소 원·하청 구조 개선을 약속했지만, 해결된 것이 하나도 없다. 김용균의 동료인 운전 분야 노동자 중에서 정규직이 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관련 기사: ‘고 김용균 3주기: 정규직화는커녕 고용 불안 커지는 발전 비정규직’)

‘김용균 법’이라 불린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중대재해법이 통과됐지만 턱없이 부실한 원안으로 시작해 우파와 기업주의 압력에 떠밀려 결국 너덜너덜한 누더기가 됐다.

대선 국면에서 국민의힘 윤석열은 물론 민주당 이재명 후보도 비정규직 정규직화나 산업재해 문제 해결에 별로 관심이 없다.

이번 판결을 내린 재판부도 임기 말 반노동 본색을 더욱 분명히 하고 있는 정부와 노동자 처지 개선에 관심 없는 주류 정치권에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책임자를 엄중 처벌하고, 안전 조처들이 이윤 때문에 뒷전으로 밀리지 않도록 하려면 기층 투쟁이 강력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