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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4일 울산 택배노조 파업 지지 연대 집회를 다녀와서

2월 4일 아침, 새벽부터 일찍 일어나 울산으로 출발했다. 지난번 서울에서 열린 전국노동자대회 이후에 참여하는 두 번째 집회였다. 몇 주 전 택배 노동자 파업에 대한 소식을 듣고, 응원 메시지와 파업 지지 문구를 적어서 보냈었다. 실제로 택배 노동자 분들의 파업 투쟁 현장에 가서 함께 집회를 간다니, 긴장되기도 하고 설레었다.

터미널에 도착해 집회가 시작되고, 택배노동자 한 분이 발언을 시작했다. 그분은 며칠 전까지 단식을 하다가 오셨다고 했다. 그런데 목소리에서 정말 큰 힘이 느껴졌다. 그분이 얼마나 택배 파업 운동을 간절하게 하고 있는지 느껴졌다. 발언을 들으며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나는 그날 처음 그 노동자 분을 보았지만, 간절하게, 자신의 생의 싸움 앞에 서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대단히 곧은 의지와 자신감이 느껴졌다.

집회가 끝나고 터미널에서 택배 노동자 분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울산에서 활동하시는 택배 노동조합원 분들과 노동자 분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분들은 파업을 하기 전 새벽 2시까지 배송을 다녀야 했다고 한다. 너무 잠이 와 차 안에서 잠을 자다가 그 다음날 아침에 못 일어난 노동자 분도 있다고 했다. 그 말을 들으니, 너무 가슴이 아프고 답답했다. 그리고 택배 배송을 위해 운전하는 차의 기름값도 다 노동자들이 내야 한다고 한다. 정말 부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울산 택배노동조합 활동가 분들이 현재 파업 상황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셨다. 울산에서는 택배 파업 운동이 강하게 확산되고 있지만 부산 같은 다른 지역에서는 운동이 약하다고, 응원을 더 부탁한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택배 파업이 택배 노동자 분들뿐만 아니라 다른 노동자들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자본가들에게 저항하는 모습을 보고 다른 노동자들도 감명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했다. 또한 자본가와, 체제에 맞서는 도전으로 크게 볼 수도 있다고 설명하였다. 그 말씀에 공감이 갔다. 택배 노동자들이 파업하는 모습을 보고, 다른 노동자들 또한 용기와 힘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택배노동조합 활동가 분들이 내어주신 감사한 점심을 먹고, 시민 선전전에 참여했다.
울산 시내 교차로에서 어떤 이들은 피켓을 들고, 나와 몇몇의 사람들은 거리에 서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택배 파업 지지 홍보물을 나눠 주었다. 차가 쌩쌩 달리는 도로 옆이었다. 사람들이 무심한 표정으로 지나갔다. 처음에는 ‘혹시 다들 안 받고 무시하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이 앞섰다. 그래서 살짝 긴장을 하고 있었다.

나는 “택배 노동자 파업 지지 부탁드립니다”라고 말하며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홍보물을 나누어 주었다. 안 받는다고 관심 없는 표정으로 그냥 스쳐 지나가는 사람도 있고, 먼저 손을 내밀어 받는 사람도 있었다. 시간이 지나니 다리도 아프고, 조금 힘들었다. 그래서 의욕이 떨어질 찰나, 지나가던 한 아주머니께서 내가 건네는 홍보물을 받으며 “응원합니다. 수고하세요” 하며 지나가셨다. 그 순간, 힘이 막 나면서 마음이 따뜻해졌다. ‘어쩌면 우리의 이런 행동들이, 누군가에게 큰 파장을 일으키겠구나. 지지받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거리 시위를 마치고, 카페에서 울산 노동자연대와 부산 노동자연대 활동가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각자의 경험과, 어떻게 노동자연대 활동을 하게 되었는지 이야기도 들었다. 항상 노동자연대에서 활동하시면서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분들의 이야기가 궁금했기 때문에, 노동자 분들의 경험담을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처음 만난 울산지회 노동자연대 회원 분들도 반갑게 인사해 주셨다. 그리고 지난번에 투고한 여성차별 관련 기사를 잘 읽었다고 말해 주셔서 감사했다. 내가 쓴 글에 대해서 많은 동지들이 응원해 주시는 것도 고맙고, 특히 남성 동지들이 응원을 해줄 때, 정말 뿌듯하고 고맙다.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믿음이 느껴진다. 사람들이 내가 쓴 이야기만 보고도, 내가 어떤 시간과 경험을 겪었는지 이해하듯이 공감해 줄 때 감사하고 감동을 느낀다. 그래서 택배 파업을 하시는 노동자 분들도 우리의 지지가, 연대가 힘이 되지 않을까, 되었으면 좋겠다 하고 생각했다. 나의 이야기와 그들의 이야기는 함께 서로 이어져 있다. 서로의 경험을 공감하고, 이해하고 지지하고 응원하는 행동은 개인에게, 그리고 사회적으로도 힘을 만들어 낸다.

작업장에서 여성차별에 반대하는 투쟁을 하신 권준모 동지를 처음 보았다. 그분의 기사를 보고 감동받았는데, 직접 만나니 감회가 새로웠다. 권준모 동지는 가족 제도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자신이 결혼을 해서 아이 낳고 키우면서 힘들었는데, 가족의 재생산을 국가가 분담하지 않고 개별 가족들에게 떠넘기는 사실에 대해서 실제로 느끼게 되었다고 말씀하신 것이 인상적이었다. 노동자 분들이 일상에서, 작업장에서 직접 경험한 이야기들을 들으니 그들이 느낀 문제와, 내가 책으로 공부했던 차별 문제, 자본주의 시스템에 대한 문제점이 더 생생하게 와 닿았다.

나는 사실 투쟁이나 집회 활동에 대해서 회의적으로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한다고 누가 보나? 관심 갖는 사람이 잘 없을 텐데, 왜 힘들여서 하는 걸까’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일상 속에서, 자신의 일터에서 투쟁하는 사람들과 노동자들을 직접 만나고 그들의 활동을 직접 보고 경험을 들으면서, 스스로 먼저 도전하고 맞서고 이야기해야 바뀐다는 것을 점점 깨닫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이런 활동과 목소리가 나에게도 큰 힘과 용기가 되기에 감사하다. 또한 나도 할 수 있다면 그들에게 함께 연대하여 힘과 용기를 드리고 싶다.

그리고 택배노조 파업 지지 연대 활동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르노삼성 금속노동조합에서 활동하는 이형주 동지, 박기훈 동지와 노동조합 활동을 하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노동조합원들과 비조합원들이 어떻게 함께 연대할 수 있을지 궁금해서 질문했다. 그러니 조합원들이 더욱 열심히 투쟁에 나서서 활동을 강력히 만들어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다. 노동조합의 중요성과 활동에 대해서 궁금해졌고, 더 알아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