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많은 여성들은 임금 노동을 한다. 여성 노동은 자본주의를 굴리는 필수 노동력이다. 여성들은 성평등 운동과 계급투쟁에서 중요한 구실을 해 왔다. 그 결과로 여성의 삶은 과거보다 나아졌고, 또 여성들은 더 나은 삶을 염원한다.

여성의 삶과 조건이 변화하자, 여성 차별은 이제 과거지사가 됐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 윤석열은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여성은 채용·임금·승진 등에서 체계적인 차별을 받는다. 여성의 외모와 신체를 성적 대상화하는 사회적 풍토도 만연하다.

특히 양육과 노인 간병 등 여성에게 편중된 돌봄 부담은 대표적인 구조적 성차별이다.

지배자들은 노동력 재생산 비용 부담을 최소화하려고 돌봄 부담을 개별 가족, 특히 여성에게 전가한다. 여성들은 직장에서 일하면서도 가사·양육을 책임져야 한다. 이때 양육 부담과 경력 단절로 많은 여성들이 저임금·저질 일자리를 강요받는다. 이런 시스템은 여성들을 고달픈 처지로 내몰지만 자본가들에게 막대한 이득을 선사한다.

코로나19와 “돌봄 전쟁”

코로나19 위기는 돌봄 부담을 한층 끌어올렸다. 전업주부는 24시간 아이들 뒤치다꺼리에 시달렸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워킹맘은 하루하루가 전쟁이다. 육아 스트레스로 ‘번아웃’과 우울증을 호소하는 여성들도 증가했다.

양육 부담 증가는 여성 고용에도 타격을 줬다. ‘2021년 경제활동인구조사’를 분석한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한 연구를 보면, 코로나19 기간 동안 35~39세 여성고용률이 계속 하락했는데, 이는 돌봄 부담으로 일터에 다시 복귀하지 못한 결과다.

물론 육아 부담을 덜어 줄 육아 휴직 제도가 있다. 그러나 기업에 강제할 방안이 없고, 육아 휴직 급여도 낮아 실효성이 떨어진다. 고용노동부 조사를 보면, 2020년 월 평균 육아 휴직 급여는 고작 102만 5000원(월 평균 소득은 348만 원)이었다. 남성을 포함해 육아 휴직 신청이 늘고 있다지만, 지난해 이용률은 약 22퍼센트에 그쳤다.

여성과 노동자·서민층 가족을 짓누르는 돌봄 부담이 완화되려면 돌봄 지원 예산과 복지가 대폭 늘어나야 한다.

말잔치로 끝난 문재인의 돌봄 정책

성평등 정부를 자임한 문재인은 “돌봄 공공성 강화”를 약속했다. 그러나 개선은 매우 미흡했다.

국공립 어린이집 확대를 야심 차게 공언했지만, 현재 국공립 어린이집 시설 비율은 14퍼센트, 이용률은 20.4퍼센트다. 직영 국공립 어린이집은 3퍼센트도 되지 않는다.

문재인은 육아 휴직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실질적인 기간·대상 확대와 급여 대폭 인상 조처는 추진하지 않았다.

간병 부담을 덜어 줄 수 있는 공공 노인 요양 시설 비중은 현재 0.9퍼센트에 불과하다. 간호·간병 통합서비스(하루 간병비 2만 원) 10만 병상 확보도 지지부진하다. 애초 턱없이 적은 목표임에도 말이다.

문재인이 “각별한 의지”로 추진한 사회서비스원은 후퇴를 거듭해 누더기가 됐다. 현재 전국의 서비스원은 11개인데, 서비스원이 운영하는 시설은 국공립 요양시설 3개, 국공립 어린이집 24개, 종합재가센터 24개뿐이다. 당초 목표였던 시설 989개 대비 4.4퍼센트에 불과하다.

문재인은 여성이 다수인 돌봄 노동자들을 “필수 노동자”로 추켜세우며 “합당한 대우” 운운했지만 립서비스였다. 2020년 기준 돌봄 노동자의 월 평균 임금은 약 157만 원으로 전체 취업자 대비 57.3퍼센트 수준이다. 코로나19 이후에는 소득이 더욱 감소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남녀 성인의 70퍼센트가 문재인 정부의 돌봄 지원이 미흡하다고 평가했다(2021년 12월,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설문조사 결과). 당연한 결과다.

대선 후보들의 돌봄 공약

한편 주류 양당 대선 후보들의 돌봄 공약도 미덥지 못하다. 윤석열과 이재명은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육아 휴직 확대, 통합 돌봄 서비스,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확대 등을 공약으로 내놓았다.

그러나 윤석열은 여러 공약의 재정 문제가 거론되자 “국가 부채 위기” 운운하며 긴축 재정의 필요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윤석열이 한국 지배계급의 이해관계를 분명하게 대변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돌봄 지원 강화 약속은 흐지부지될 공산이 크다.

이재명은 ‘국가 책임 돌봄 강화’를 강조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재정 확보 방안은 불분명하다. 최근 이재명은 지배계급의 환심을 사려고 좌우 줄타기를 강화했는데, 기업과 우파의 반발을 제어하며 실질적인 돌봄 복지를 확대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와 진보당 김재연 후보는 모두 돌봄 공공성 강화와 돌봄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개선을 골자로 한 진보적 정책을 내놓았다. 대체로 지지할 만한 요구들이다. 다만, 이것이 실제로 성취되려면 아래로부터의 강력한 투쟁이 필요하다. 특히 노동계급 남성과 여성의 단결된 투쟁이 중요하다.

남녀 노동계급 투쟁이 필요하다

여성 차별은 계급을 가로질러 나타나지만, 계급에 따라 차별의 정도가 다르고 이해관계도 다르다. 가령, 부자 여성들은 가사·돌봄 노동자를 고용해 얼마든지 돌봄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돌봄 문제가 성차별 문제이자 계급 문제인 까닭이다.

또한 부자 여성들은 돌봄 부담을 노동계급 개별 가족에 떠넘기는 이윤 체제 유지에 이해관계가 있다. 반면 돌봄 공공성이 강화되면 노동계급 남성들에게도 득이 된다.

따라서 여성의 돌봄 부담을 경감시키고 진정한 성평등을 성취하려면 대중적이고 단결된 계급투쟁을 통해 지배자들의 권력과 이윤 체제에 도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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